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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지방선거 후보요? 몰라요”…문재인·홍준표만 보이는 6·13

등록 2018-05-07 20:17수정 2018-05-07 22:13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가려
유권자의 관심 뚝 떨어져
문 대통령 지지도 역대 최고
민주 후보들 존재감 약해져
야당선 홍준표 대표 뉴스 독점
지나친 색깔 공세 역풍 우려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은 5월24일과 25일이다.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기초단체장은 고사하고 광역단체장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선거는 총선보다 인물의 비중이 크다. 그런데도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럴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다.

4월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머지않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과 동북아 정세를 통째로 뒤집어놓을 수 있는 초대형 태풍에 비견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북한의 비핵화, 대북제재 해제, 북-미 수교, 북한의 개방 등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우리는 70년 분단체제를 끝내고 남북교류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6월13일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 최고 수준이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당선 직후 수준으로 다시 올라섰다.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도를 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존재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영선, 우상호 의원은 민주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후보들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경선은 흥행을 끌어내지 못했다. 관심이 온통 문재인 대통령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력에 ‘노무현’이나 ‘문재인’을 쓸 수 있었던 후보는 그렇지 않은 후보에 비해 훨씬 유리했다. 이런 현상은 6·13 지방선거 본선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후보를 무조건 찍어주는 ‘묻지마 투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홍준표 현상’이다.

야당이 불리한 지형에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은 당 지도부보다는 후보를 앞세우는 전략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앞으로 나서지 않고 서울시장 한명숙, 인천시장 송영길, 강원지사 이광재, 충남지사 안희정 등 새로운 후보들을 앞세워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야당발 정치뉴스를 홍준표 대표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한번 해보자”고 자신감과 배짱을 과시한다. 6·13은 ‘홍준표의, 홍준표에 의한, 홍준표를 위한’ 선거다. 가끔 김성태 원내대표가 부각되기도 하지만 존재감에서 홍준표 대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홍준표 대표는 2000년 총선 직전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발표했지만 한나라당이 승리한 사례를 들어 “외교·안보 현안과 국내 선거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정권 차원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선거에 이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지각변동이다. ‘문재인 정권이 외교·안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홍준표 대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별로 없다.

국내 정치에 자꾸 외교·안보 현안을 끌어들이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홍준표 대표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단 착오로 무리한 색깔론을 펴면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고립시키는 모양새다. 자칫하면 6·13 지방선거가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지경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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