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
재개발 세입자 도우며 진보정치 시작
‘세입자 계속 거주권’ 등 핵심공약
“난 대권보다 시민 삶에 집중…
“김문수·안철수 넘어 박원순과 정책대결”
재개발 세입자 도우며 진보정치 시작
‘세입자 계속 거주권’ 등 핵심공약
“난 대권보다 시민 삶에 집중…
“김문수·안철수 넘어 박원순과 정책대결”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정의당 제공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정의당 제공
-간단하게 본인을 소개해달라.
“정의당의 ‘숨겨놓은 비밀병기’라고 할까. 진보정치가 시작된 때부터 지역정치부터 중앙정치까지 함께 해온 산증인이다. 2002년 재개발 때문에 쫓겨난 세입자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정치를 시작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용산구위원회 조직국장이었다. 용산 5가동에서 재개발로 쫓겨나는 주민들이 집회하는데 와달라고 해서 갔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으셨다. 노래 가사 바꾸고 구호 만들고 그러니 주민들이 기운이 나서 동네 행진을 했다. 용역깡패들이 들어왔는데 우리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녁에 끝나고 집에 가는데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술 한 잔 하면서 저를 불러 ‘하늘에서 이런 천사가 내려왔냐’ 하면서 좋아하셨다. 세입자들로 대책위가 꾸려지고, 사무차장이라는 직함도 주셨다. 그때 아주 우연하게 구의원 재보궐선거가 있었는데 저보고 나가라고 하시더라. 우리들 얘기를 누가 대변하겠냐면서. 그때가 2004년이었고 소선거구제 기초의회에서는 당명도 못 쓰는 때였는데 10명 후보 중에 4등을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의당에서는 대변인, 교육연수원장을 했고 서울시당위원장을 10년 가까이 했다. 대권을 염두에 두거나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한 세 후보(박원순·김문수·안철수)가 나오셨는데, 제가 골목골목의 시민의 삶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후보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겠다.”
-‘김종민 서울시장’이 꿈꾸는 서울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라는 정치철학에 동의한다. 한국에서 ‘사람이 먼저’가 되려면 서울이 그걸 먼저 구현해야 한다. 세계적 유명도시를 가봐도 건물이나 기업을 우선하는 도시는 없고 사람을 중심에 놓고 도시정책을 펼친다. 세입자·노동자 뿐만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들, 함께 사는 자연이 우선인 서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서울이 갖고 있는 도시 타이틀이 지금은 애매하다. 명품도시, 브랜드 이런 얘기를 하는데 타이틀 자체를 노동·인권·생태 이런 걸로, 조금 더 분명하게 인간 중심 삶으로 바꿔야 한다. 그게 도시 경쟁력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현실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당선을 목표로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몇% 득표라는 목표를 세운 건 없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아서 지지율이 미미한데 TV토론이 시작되면 김문수·안철수 후보를 확실하게 잡고 박원순 후보와 좋은 정책대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김문수-안철수 후보 단일화 변수보다 김종민이 김문수·안철수 후보를 넘어서 박원순 후보와 정책대결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또 우리 당으로서는 서울시장 후보가 전국 선거를 끌어가는 입장이다.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되는 게 중요하고. ‘5비2락’, 5번 정의당이 떠오르면 2번 자유한국당이 몰락한다는, (당의 선거 슬로건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현실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넘어서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김문수 후보를 잡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서울시장 선거 슬로건은?
“‘갑질 없는 서울, 제1야당 교체’다. 지난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집 앞에서 1박2일 농성을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천막농성을 시작할 때였다. 그건 ‘정치갑질 텐트’라고 규정하고 조양호 회장 집 앞에서 농성텐트를 차렸는데 기사에 “정의당답다”며 댓글 700여개가 달렸다. 나쁜 얘기가 하나도 없었다.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 갑질 없는 나라처럼 갑질 없는 서울, 대한항공과 무노조 경영 삼성, 채용비리 불공정의 상징인 강원랜드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불공정 갑질에 노출돼있는 시민이 많다. 이 문제는 확실하게 해결하는 서울시장이 되겠다. ‘제1야당 교체’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후보들이 오차범위를 넘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 지역으로 내려가면 2등, 3등도 당선된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면 자유한국당이 2등으로 당선돼서 지역의 정치적폐를 없앨 수가 없다. 지역투표나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을 지지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갑’에 해당하는 적폐를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냐. 자유한국당 밀어내기 전략이다.”
-서울시장으로서 갑질에 노출된 시민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건가?
“민생 현안으로 들어가면 세입자 문제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쫓겨나야 하는 신세에도 보이지 않는 갑질이 있다. 중소상인의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면 성소수자, 존재의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런 것들도 한국사회 전체가 형성하고 있다. 갑질의 문화에서 지키고 맞서 싸워주는 시장이 돼야 이분들의 삶이 나아지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대표공약을 소개한다면?
“노동이 당당한 서울, 레이버시티 구상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노조가입률을 높이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10% 수준인데 해볼 수 있는 목표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프리랜서 노동조합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세입자가 집에 불을 내지 않는 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세입자 계속 거주권’을 서울부터 시행하겠다.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세입자의 권리를 지키는 제도다. 또 박원순 시장이 강성 기독교단체 반대로 폐기한 서울인권헌장이 있는데 이를 즉시 제정하겠다. 자동차가 많은데 미세먼지가 줄어들 순 없다. 지금 다른 후보들은 미세먼지 측정, 실내공기질 문제만을 얘기하는데 이건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대안이 못 된다. 4대문 안 주요도심부터 버스만 통행하도록 하겠다. 물론 영업용 차량은 일부 시간 허용하려고 한다. 이 안은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추진력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값공공임대주택 보급을 공약했는데, 저가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지역 주민들은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서울은 뉴타운 재개발 출구 전략을 펴면서 이런 경험이 있다. 뉴타운 광풍이 불었지만 그건 아니지 않냐고 해서 출구전략을 모색했고 만만치 않다고 했지만 해냈다. 어떤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등장하고 좋은 지혜도 등장하고, 그런 식으로 시민의식이 성장했다. 사업시행 계획을 잡아놓고 사업을 밀어붙여서 갈등이 조장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 설득을 시장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 뉴타운 출구전략처럼 전체적인 시민의 공론장을 만들어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 또 주민·청년·서울시민 전체에게 도움 되는 쪽으로 공공서비스 인프라를 서울시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이 낙후되거나 발전이 더뎌지지 않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을 주면 된다.”
-박원순 7년 서울시정, 어떻게 평가하는지?
“노동절 행사에서 박 시장을 만났는데 ‘노동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노동조합 가입률이 문제다, 이걸 어떻게 높일거냐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과 똑같았다. 박원순 시장의 7년은 보수정권 하에서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정을 정상화한 점을 박수쳐 드려야 한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평가하면 박 시장은 민주당의 한계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 뭔가 뚜렷하고 확실한 변화는 없고 새로운 상상력은 용두사미다. 시민들의 삶의 변화에 착목돼있는 의제에 대해서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신곡 수중보 개방·철거한다는 정책공약은 왜 그대로인지, 서울시민 인권 후퇴를 위해 왜 손수 나섰는지, 집값 전월세 문제는 왜 해결이 안 되는 건지, 강남·북 교육격차는 왜 그대로인지, 미세먼지는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지… 분명한 답을 못 내는 것 같다. 시민들은 촛불 혁명 이후로 내 삶의 변화를 뒤에 놓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삶의 변화를 위한 확실한 답을 줘야 한다. 박 시장과 나의 구별점은, 변화하지 않는 것에 대한 추진력을 내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 시장처럼 눈치 볼 거 없다.”
-박 시장은 누구 눈치를 본다는 건가?
“민주당의 눈치가 있다. 지난번 서울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 하는 폭거를 보고 재의 요구조차 안 하는 거 보면서 민주당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본다고 생각했다. 지금 선거운동도 민주당 후보 지원으로 가고 있지 않냐. 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잡겠다는 정책을 내놓기 얼마 전에 강남 재건축 승인을 해줬다. 을을 대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너무 포괄적인 대변을 하는 거 아닌가.”
-김문수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석방 집회 사회자 같다. 자유한국당 같은 정치세력은 구시대의 유물로 박물관에 가야 한다. 구석기 시대 인물 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 이미 감옥에 갔고 죽은 정치를 왜 자꾸 불러내려는 건지 궁금하다.”
-안철수 후보는 어떤가?
“이상하게 많은 관심이 가지 않는 후보다. 대선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고.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구호인 경영혁신은 이전에 이명박 시장이 들고 나왔던 정책구호와 다름이 없다. ‘제가 엠비 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했는데 그걸 거꾸로 증명하는 거 아닌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문수-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비유를 하자면 서로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은 못하고 ‘저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둘 다 도끼병에 걸린 것 같다. 두 분의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 시민의 삶의 변화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두 분 단일화가 되든 안 되든 저와 박원순 후보와의 정책대결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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