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공동대표, 오른쪽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4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손 위원장은 (송파을) 출마 의사를 계속 말했고 저는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후 오후 4시부터 최고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문제에서 ‘최종 담판’을 시도했으나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박종진 송파을 예비후보로 공천이 결론나면 오히려 거꾸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쪽을 잘 좀 설득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손 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히며, 이 시도가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경선 결과에 따라 공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박 예비후보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유 공동대표는 “오늘 아침 굉장히 뜻밖에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철수 후보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손 위원장이) 송파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박종진 후보를 설득해 사퇴시켜달라’고 말하더라”며 “전략공천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제가 그동안 정치하면서 원칙을 지켜왔고 상식에 맞게 해왔는데 이번 일도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고위 회의를 시작한지 2시간여 만에 유 공동대표는 먼저 자리를 뜨며 “아직 결론을 못 냈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보다 먼저 회의장 밖으로 나온 데 대해 유 공동대표는 “더 이상 토론이 별 의미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선거 후보자 등록은 하루 뒤인 25일 마무리된다.
앞서 지난 6일 유 공동대표와 안 후보, 손 위원장과 박주선 공동대표가 4인 회동을 가졌을 때 안 후보가 ‘손학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낸 이후로 양 쪽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손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공개적으로 출마에 뜻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안 후보와 박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출신 쪽은 “추대하면 나갈 의사가 있는 상태”라며 손 위원장의 ‘내심’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손 위원장은 유 공동대표와 만나 전날 대외적으로 밝혔던 불출마 의사를 접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안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 공동대표에게 공이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 공동대표를 압박했다. 안 후보는 “어떤 선택이 우리의 통합 가치를 살리고 당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인지 숙고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주선 공동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송파을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양 쪽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고 있다. 안 후보 쪽 관계자는 “선거에서 후보는 을일 수밖에 없다”며 “안 후보는 최대한 선거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인데 유승민 대표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 공동대표 쪽은 “국민의당 출신들이 원칙을 어기고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뒤 야권의 정계 개편과 맞물려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더욱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내분 속에 바른미래당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이 지속되면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서울 송파을 재선거,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 등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 연대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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