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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주진우 추정 남성, 김부선에 “이재명 아니라고 해달라” 녹음파일 파문

등록 2018-05-31 17:29수정 2018-06-01 09:25

주 기자 추정 남성 “이재명 관계없다고 해달라” 김부선씨에게 요구
김씨, 2016년 1월 이 남성이 불러준대로 사과문 페이스북에 올려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녹음파일 유포는 정치공작…책임 물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에스알티(SRT)수서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에스알티(SRT)수서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배우 김부선씨의 ‘스캔들’이 불거졌던 2016년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김씨에게 전화해 이 후보에 대한 사과를 종용하고 사과문을 직접 작성해준 것으로 추정되는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한국방송(KBS) 초청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뒤 유튜브를 중심으로 김부선씨와 주진우 기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주진우 기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김부선씨에게 “이재명 시장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는 사과문을 쓰도록 설득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재명 후보와 김부선씨의 ‘스캔들’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11월 <한겨레>의 ‘김어준이 만난 여자’ 코너에서 김씨는 “2007년 대선 직전 만난 ‘변호사 출신의 피부 깨끗한’ 한 정치인과의 인연 이야기”를 거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김부선 “촛불 50번 들었건만 돌아온 건…”) 당시 김씨는 그 정치인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고도 밝혔다.

두 사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김씨는 2013년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당시 변호사)가 자신에게 위자료, 유산, 양육비 등을 받아준다고 했는데 행방불명됐다고 비판했고, 이 후보는 2016년 해당 글을 첨부하며 트위터에 “이미 양육비를 받은 걸로 드러나 포기시켰다. 그걸 가지고 남탓”한다고 맞섰다. 김씨는 다시 이 트위터 글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재명씨 자중자애하시라”, “성남 사는 가짜 총각, 거짓으로 사는 게 좋냐”라고 썼고, 이 후보는 다시 김씨의 대마초 전력을 거론하며 “이분이 대마를 좋아하시지 아마…”라고 적었다.

이 공방은 김씨가 2016년 1월27일 페이스북에 “제 딸 양육비 문제로 고민하다가 이재명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일이 있다”,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이재명 시장에게 미안하다. 이재명 시장과는 이런 일 외엔 아무 관계가 아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리면서 일단락됐다.

이 후보 역시 3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씨와의 인연에 대해 “2007년에 집회에서 처음 만났고, 이 분이 딸 양육비를 못 받아서 소송을 해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사무장에게 상담을 하라고 한 뒤 보고를 들으니까 이미 양육비를 받았다고 한다. 이중 청구는 안 된다며 제가 (수임을) 거절한 게 전부”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사람들이 보면 ‘혹시 이재명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그려넣어 오해가 생겼던 거다. 이후 이 얘기가 계속 나와서 제가 2016년인가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종합해보면 나를 지칭한 것으로 보여서 소송을 하든지 해야겠다’라고 했더니 이 분이 다시 ‘그거 아니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이재명 “김영환 후보·김부선씨에게 법적 책임 물을 것”)

하지만 이번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주진우 기자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문제제기를 무마하기 위해 김부선씨에게 사과를 설득한 결과 김씨의 사과문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주진우 기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김부선씨에게 “그 쪽(이재명)에서 소송하면 누나가 200% 진다”, “(쓴 글 중에) ‘성남에 있는 총각도 아닌’ 그거 있었잖아. ‘이게 특정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정리했으면 좋겠다”, “(글에서 지칭한 대상이) 이재명 시장이 아니라고 하는 글이 나가면 좋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남성은 재차 전화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서 이재명 시장한테 미안하다. 이재명 시장과는 관계없는 일이다”라며 김씨가 페이스북에 올릴 사과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읊어주기도 했다. 김부선씨는 이 남성이 불러준 내용과 흡사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부선씨가 2016년 1월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부선씨가 2016년 1월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실제로 김부선씨는 이 글을 올린 이후 주진우 기자와의 접촉이 있었다는 걸 암시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올렸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치 행사 등을 함께 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김부선씨의 글은 주로 주 기자를 비판하는 뉘앙스로 바뀌어 갔다. 김씨는 2016년 10월4일 주진우 기자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함께 토크쇼에 출연한 기사를 링크하며 “주진우 기자 정치하지 마시고 진짜 기자하세요”라고 비난하는 글을 썼고, 11월에는 “(나를 협박한) 그 남자가 궁금하면 김어준, 주진우 기자에게 물어보라”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의 댓글엔 “사과문? 주진우 기자에게 물어보시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2016년 9월23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이재명·주진우의 토크콘서트’ 영상 갈무리.
2016년 9월23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이재명·주진우의 토크콘서트’ 영상 갈무리.
주진우 기자와 이재명 후보의 토크쇼는 같은해 9월23일 전북 전주시청 강당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국민TV 전북지역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재명·주진우의 토크콘서트’를 일컫는다. 주 기자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서는 오늘 강남에서 이길만한 사람, 서울에서는 당연히 이기고, 그리고 그 모든 지역에서, 경상도에서, 새누리당 뿌리에서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소개했다.

김부선씨 페이스북 갈무리
김부선씨 페이스북 갈무리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3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진우 기자한테 중재를 부탁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제가 알기로 주진우씨가 옛날에 김부선씨를 편들어서 그분 입장을 두둔한 일이 있는 걸로 안다. 저한테 그걸 취재한 일도 있다”며 “(녹음파일 유포는) 정치공작 같다. 제가 분명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의혹에 대해 주진우 기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주진우 기자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주 기자는 답을 해오지 않았다.

<통화 녹취록 전문>

남성 : 그러면 그냥 져. 거기까지 가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하냐면 일단 지칭을 하진 않았잖아요. 지칭을 하진 않았잖아. 지난번에도 문제가 됐을 때 글을 올린 게 있잖아요. 이재명과 다른 사람이다, 해서 끝났잖아. 그렇기 때문에 200% 져요.

김부선: 누가?

남성 : 누나가 지지. 그쪽에서 소송하면.

김부선 : 소송한대?

남성 : 안 하게 해야지. 종편에서 밀어붙이면 거기서도 할 수 있잖아. 어떻게 해야 하냐면 이건 아니다, 라고 애기하고 이재명도 누나한테 사과를 해야지. 사과를 나에겐 했는데 공개적으로 미안하게 됐다, 죄송하게 됐다, 배우 잘 해라, 이렇게 해가지고 훈훈하게 하고 넘어가야지. 안그러면 이게 이상해질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김부선 : 나 지금 8시부터 동대표가 고소해서 조사를 들어가야 하는데...

남성 : 자자, 그러니까 여기까지 할 건 없으니까 글에다 뭘 썼어? ‘성남에 있는 총각도 아닌’ 그거 있었잖아. 이게 특정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쪽(이재명)에서도 대마 얘기하고 그런 건 잘못했잖아. 거기서도 사과를 하게 해야지.

김부선 : 그럼 제가 어떻게 페이스북에다 글을 쓰라고? 침묵하지 말고?

남성 : 응응, 침묵하지 말고 그건 특정인이 아니다. 누구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고. 이재명 시장이 아니라고 하는 글이 나가면 좋죠.

김부선 : 그것 좀 만들어줘. 경찰 조사 때문에 신경 쓰여가지고, 밥도 며칠동안 못 먹고 너무 힘든데...

남성 : 지금 내가 그걸 보고 다시 전화할게요.

김부선 : 오케이, 뭘 보고?

남성 : 다른 내용을 정확하게 쓴 내용을 내가 잘 몰라. 보고 바로 전화 드릴께요.

김부선 : 난리 났어요? 난 못 봤는데...

남성 : 난리 났어.

김부선 : 큰일났어?

남성 : 응 ‘이재명 자중하시라’ ‘하늘이 알고 있다’ 이렇게 썼어.

김부선 : 그건 내가 너무 양육비를 탄 걸 안 탄 것처럼 얘기해서.

남성 : 이건 양육비 관련 소송이었잖아.

김부선 : 사실 관계가 아니어서?

남성 : “생각지 못하게 소란이 일어나서 당혹스럽습니다. 몇년 전 저희 아이 양육비 문제로 이재명씨에게 자문을 구한일이 있었는데 제가 생각한 것과 달리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났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나곤 합니다. 이번 건도 그런 마음에서 던진 이야기였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서 이재명 시장한테 미안하다. 이재명 시장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뜻을 펼치면서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회가 나면 악의적으로 우릴 매도하는 사람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고 그리고는 저쪽에선 어떻게 해야 되냐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저도 화가 나고 감정이 폭발했다. 당시 양육비 문제로 제가 도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미안하다. 이해를 바란다. 최근에 저희 공격이 너무 악의적으로 늘어나서 광기 있는 패륜집단들이 일어나서 그랬는데 이런 사람들은 일벌백계하겠습니다. 한사람까지 이런 불미스런 일이 벌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

이렇게 받을 거에요. 앞 부분은 누나가 페북에 올리고 뒷부분은 저쪽에서 받는 걸로 할게. 지금 빨리 이렇게 안 하면 지금 난리 났어.

김부선 : 그럼 문자 좀 보내줄래?

남성 : 바로 보낼게요.

김부선 : 바로 페북에 올리라고?

남성 : 응~

김부선: 땡큐, 땡큐.

남성 : 그냥 계세요. 대응하지 마시고.

김부선 : 감사합니다.

남성 : 다시 전화할게요.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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