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송경화 기자
“21세기는 개처럼 나이를 빨리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4년이면 서울시는 번영은 커녕 늙은 개가 됩니다.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31일 낮 서울 구로시장 입구 앞에는 한여름 못지 않게 뜨거운 햇볕이 쏟아졌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대선에 이어 1년여 만이었다. “박 시장 7년 실정,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서울, 이대로는 안 됩니다!” 그는 전 서울시장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저격’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선 때의 ‘기호 3번’은 그대로지만 당은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바뀌었고, 표현 ‘수위’는 더 높아졌다.
선거운동 첫날을 맞아 안 후보가 택한 장소는 서울 구로구였다. 안 후보는 “의과대학생 때 여기서 자원봉사를 했다”며 “그 때의 초심이 저를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성 정치인과 비슷해졌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이날 “초심”, “시작점”을 연신 강조했다. 한 시민은 “또 나왔네”라고 읊조리며 갈 길을 갔지만, 적잖은 시민들은 “응원한다”며 안 후보와 함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을 찾아 화이트보드에 공약을 적으며 어르신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구로에서 안 후보가 강조한 공약은 ‘국철 지하화’였다. 14개 자치구를 지나는 6개 국철 지상구간 57㎞를 지하화하고 지상엔 숲길을 조성하는 ‘서울개벽’ 프로젝트는 그의 핵심 공약인데, 구로구가 이에 해당된다. 그는 유세 연설에서 “선거때마다 제1당과 제2당 후보들이 공약했던 내용 아니었냐”며 “역대 서울시장들, 박원순 시장이 구로구민을 저버린 것”이라고 외쳤다.
‘마이크 유세’의 사이는 동네 구석구석을 찾는 일정들로 채워졌다. 이날 안 후보는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용훈(61)씨를 찾아 자영업 실태를 듣고, 경로당을 찾아 화이트보드에 ‘월5만원 기초건강급여’ 등 공약을 적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금천구로 이동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캠프는 이에 ‘우리동네 안철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선 때 걸어서 전국을 돌던 선거운동으로 ‘효과를 봤다’고 자평한 바 있는데 그 ‘뚜벅이 유세’의 서울시 축소 버전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구로구의 한 세탁소를 찾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이날 동행한 구청장, 시의원 후보들과 달리 안 후보는 기호 3번이 크게 적힌 바른미래당 점퍼를 입지 않았다. 포스터에서도 당 색을 최소화했다. 그는 “많은 유권자들이 정당보다 이 사람이 능력있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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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