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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장관님 생수 공장 어때요?”…알고보니 인근 수십만㎡ 땅 소유

등록 2019-04-04 04:59수정 2019-04-05 21:14

②부동산 이해충돌 현장을 가다-공약

지역구 농지 보유 36명 전수조사
안상수·염동열·주광덕 등 10명
소유지와 개발 수혜지 겹쳐
전문가 “잠재적 이해충돌 상황”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안 의원의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안 의원의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국회의원 공약 안에 자신의 땅이 있었다. 지역구에 농지를 보유한 의원 36명 가운데 10명이 자신의 땅과 가까운 곳에 개발 또는 각종 규제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농지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 가운데 지역구와 농지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의원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3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10명(27.8%)의 토지가 개발 공약 수혜지와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으로 이해충돌이 우리 사회 쟁점으로 제기됐으나 여야 간 의견이 갈리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했다. 국회에 이해충돌 상황이 얼마나 빈번한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토지를 중심으로 공약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의 포괄적 업무 범위 가운데 중심축인 공약과 각종 개발 정책이 값싼 농지와 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그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대다수 개발 공약은 지방자치단체나 국토교통부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의원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법안 개정, 대정부 질문 등 직무를 수행할수록 개발 시기가 당겨지거나 자산 가치도 증가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일대 휴먼메디시티 조성 공약을 제시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선 5개월 뒤인 9월 길상면 온수리 농지 2필지를 샀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땅과 가까운 특정 목장을 거론하며 수목원과 연계된 사업을 산림청장에게 권유하고, 강원도 산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변호사 신분이었을 당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개발제한구역 농지를 매입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이 소유 토지 인근에 개발 공약을 제시하는 행위가 ‘잠재적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약도 실현되고 자신의 이익도 챙기는 잠재적 충돌 상황”이라며 “이해충돌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토지와 공약의 연관성을 들여다본 자료는 이해충돌 방지를 입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공직자보다 포괄적인 업무를 하는데 공약 안에 토지가 있다면 잠재적 이해충돌의 요소가 있다. 다만 규제의 목적과 범위, 방식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행위를 규제해야 규제 비용보다 효과가 높을지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시 끓어올랐다 사그라진 이해충돌 관련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한겨레>는 ‘잠재적 이해충돌’이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의원들의 공약과 함께 국회 상임위원회 발언, 국회에서 개최한 공청회 또는 토론회, 의원 요구로 추진된 정책 등을 종합 분석해 참고자료로 삼았다.

■ 동생과 보좌관이 참여한 개발 사업이 공약으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밖으로 냉장고 1대가 놓여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밖으로 냉장고 1대가 놓여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 강화 ‘밭’ 매입한 안상수
동생 관여한 개발 사업 총선 공약
당선 뒤 위장전입해 밭 2필지 매입
2년 뒤 인천시장 바뀌며 무산됐지만
공약 나오자 인근 농지 거래 들썩
안 의원 “공약 냈지만 예산 안 받아”

자신의 땅 인근 개발 외치는 염동열
산지 활용·규제 완화 공약
갖가지 규제 허물기에 공들여
자기 땅 근처 산악 관광개발 앞장서
산림청장에겐 “수목원 사업 어떤가”
염 의원 “강원 땅, 80% 규제…해결 필요”

지난 2월26일 찾아간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의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밭에서 농작물을 찾기는 어려웠다. 텅 빈 땅에 컨테이너 3대가 띄엄띄엄 설치돼 있었다. 검은 천으로 덮인 한 컨테이너 옆으로 고구마가 소량 심겨 있었다. 주민 김아무개씨는 “고구마 좀 심었는데, 심고 그냥 기다리는 수준이다. 이것도 (안 의원) 투자라면 투자지. 한 달에 한두 번 안 의원이 들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땅 옆으로는 집을 짓다 만 공사 현장과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지나가던 또 다른 주민은 공사 현장 옆에 놓인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외지인이 사놓은 땅을 여기 사람이 소작해준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이 이 농지를 사들인 시점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다섯 달 뒤인 2016년 9월5일이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밭 2필지(772㎡)를 9360만원에 매입하면서 6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안 의원은 해당 농지 전 소유자의 주소지로 위장전입한 뒤 밭을 사들였다. 인근 땅에 도로 등을 낼 수 있는 ‘승역지’ 설정을 한 뒤 땅을 등기했다. 자신의 농지 옆으로 도로가 나야 주택 건설 등 각종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

안 의원은 총선 당시 강화도 남단에 최고 수준 병원과 주거단지를 건설하겠다는 휴먼메디시티 공약을 내세웠다. 안 의원 동생이 투자유치본부장, 안 의원 보좌관 출신의 장아무개씨가 사업본부장, 서희건설 김아무개 부사장 등이 사내이사를 맡은 특수목적법인 강화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매니지먼트가 진행하던 사업을 공약으로 삼은 것이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설립된 이 법인은 강화군 길상면 등 일원에 904만3천㎡를 메디시티로 조성하고 개발이익금으로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14.6㎞ 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메디시티 공약이 나와서 우리 부동산만 해도 농지를 수십 필지 팔았다. 메디시티가 건설될 예상 용지를 매입하면 나중에 땅이 싼값에 강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인근 땅을 사야 효과가 더 낫다”고 귀띔했다. 그는 “총선에서 강화도 주민은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안 의원에게 거의 몰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공약이 이행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중앙정부의 개발 계획에 반영돼 국비를 확보하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당 사업은 진전되지 못했다. 해당 법인이 미국 투자자 파나핀토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무효가 됐다. 유정복 당시 인천시장이 2017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투자자를 만나는 등 해당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안 의원은 “강화도에 그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했지만 정부 예산을 탄 것도 아니고 이해충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주소지를 농지 전 소유주 쪽으로 옮긴 뒤 땅을 매입한 이유는 딱히 주소지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지를 산 이유를 묻자 “거기 살고 있다”고 답했다가 취재진이 해당 농지를 확인했다고 하자 “잠깐잠깐씩 들르는 곳”이라고 말을 바꿨다.

■ 그린벨트 땅 보유한 의원, 그린벨트 풀자고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철조망 너머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다. 철조망 옆으로 각종 공장 땅 광고가 붙어 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철조망 너머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다. 철조망 옆으로 각종 공장 땅 광고가 붙어 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양주시 고문 변호사 신분이던 1999년 7월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밭 2185㎡를 매입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밭은 한강 변에서 직선거리 580m, 당시 분양을 1년 앞둔 토평택지개발지구에서 1㎞ 떨어진 지역이다. 강동대교를 지나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연결된다. 주 의원은 “부모님께서 자녀 교육을 위해 논밭을 파셨던 기억이 있다. 상징적 의미로 농지를 매입해 배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어왔다”고 매입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구리시 전체 면적의 64.9%가 그린벨트 개발제한 지역”이라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이던 2010년 2월10일 국회 대강당에서 3D 입체영상산업 발전 전략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 의원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영상산업과의 접근성과 남양주 영화촬영소와의 연계 가능성을 보면 구리시 토평지구가 3D 입체영상산업 집적단지 조성지로 매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철민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문화부는 3개월 뒤인 그해 5월19일 “2015년까지 콘텐츠 기반 구축 등 4100억원을 투입하겠다. 이를 위해 집적화된 3D산업 클러스터 등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방선거 유세 기간이던 2010년 5월29일 구리시를 방문해 “그린벨트를 풀어 100만평 정도의 3D 영상산업 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3D 영상산업 단지는 실제로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토평지구는 지리적 이점으로 다양한 사업 대상지로 거론됐다. 토평지구는 구리시가 2007년부터 구상해온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2015년 ‘개발제한구역 조건부 해제’ 결정을 받았다. 일대 농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으나 구리시가 2016년 사업을 철회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유 농지를 개발하고자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내지 않았다. 3D 영상산업 토론회에서 거론한 토평지구는 (내 땅에서 떨어진 아천동) 워커힐호텔 쪽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농지는 공시지가 기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7.3배 상승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를 바라보는 기자의 뒷모습. 주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배나무를 심었으나 캐어냈고 대추나무를 심기 위해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를 바라보는 기자의 뒷모습. 주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배나무를 심었으나 캐어냈고 대추나무를 심기 위해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국토부 장관에게 생수공장, 산림청장에 삼양목장과 연계 사업 제안

“산악, 해양을 아우르는 올림픽 배후관광도시를 추진해야 합니다.”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 오찬 자리에서 염동열 의원이 건의하자 박 대통령이 “긍정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원 당선 전 민간인 신분이었을 때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주장해온 염 의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에 토지 23만791㎡를 보유하고 있다. 지목별로 보면 농지 9303㎡, 임야 10만7849㎡, 목장용지 11만3639㎡ 등이다.

염 의원은 특히 산지 규제 완화를 통해 산악 관광이 조성될 수 있도록 앞장섰다. ‘산지 활용 및 이용에 관한 규제 완화’를 2016년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염 의원은 백두대간보호법·국유림법·초지법 등 대관령 일대 산지와 관련된 규제를 풀기 위해 민간단체 등과 함께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규제 해제에 힘쓰는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진행하는 각종 산지관광 추진 활동에 도움을 줬다. 염 의원은 2015년 7월16일, 전경련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활용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승철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전경련 부회장)은 “범국민 산악관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경련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한 산악관광 정책 과제 중 하나인 한국판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의 사업 예정지가 염 의원 소유 임야와 목장용지에서 2.2~4.5㎞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관령 삼양목장과 하늘목장 일원에 산악열차, 곤돌라, 청정 산악 테마 빌리지, 산악 승마 클러스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이 계획이 성사되면 인근 부지도 산지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산악열차 주변으로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전경련 등의 제안에 정부도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정부가 2016년 7월7일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해 대관령 일대 백두대간보호법·국유림법·초지법 등 규제를 일괄 완화해준다고 밝히자 염 의원은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산악철도를 비롯해 관광사업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2016년 7월29일 염 의원은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평창군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산악관광 간담회를 하고 대관령 하늘목장을 둘러보았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9월20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관령 산악관광 규제 특례는 빠졌다.

염 의원은 또한 자신의 소유 토지와 인접한 삼양목장 주변으로 각종 개발 사업을 정부 부처에 제안했다. 2013년 11월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산림청장에게 삼양목장과 공동 운영하는 수목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삼양목장 인근에 조성 중인 상수원에 생수 공장을 제안한 것이다.

염 위원: 산림청장님 계십니까? 수목원 아시지요? 지금 대관령수목원 하시려는 것?

산림청장 신원섭: 예, 알고 있습니다.

염 위원: 그러니까 수목원 제가 여러 차례 만났고요. 또 삼양목장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를 합하면 세계에서 제일 큰 수목원이 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기업이지만, 기업과 산림청도 융합을 해서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들어줄 수 있으시겠지요? (…) 국토교통부 장관님, 어디 계시지요? 역세권 관광도 한번 검토해 보십시오. 대관령에 상수원을 600억 들이는데 이것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업하고 연결해서 생수 공장도 한번 해보세요.

자신의 토지와 가까운 곳에 각종 사업을 제안한 행위가 특정 기업과 자신의 토지 가치 상승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산림청이 삼양 땅을 환원받아 수목원을 조성하려는데 삼양이 땅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아 중재한 것이다. 생수와 관련된 발언도 나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삼다수 같은 물을 팔라고 한 것이다. 강원도 땅의 80% 이상이 규제에 매여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 규제 해제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염 의원이 보유한 토지 중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와 봉평면 덕거리 농지 1만9531㎡는 1996~2008년 매입한 땅이다. 의원 당선 이전 지역에서 건설업 등을 하던 염 의원에게 농지를 매입한 경위를 묻자 “관광농원 등을 하려고 샀었다.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고 공동 매입자가 농사를 지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농지는 매입 당시 공시지가 1억4043만원에서 지난해 9억1143만원으로 6배 이상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공시지가는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다.

■ 공약 제시할 때 관련 재산도 함께 공개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은 이해충돌을 ‘잠재적 이해충돌’과 ‘실제적 이해충돌’로 구분한다. 뇌물, 횡령 등 명백한 형법 위반은 아니지만 의원 활동에 이해관계가 스며들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직한 부패’가 만연한다고 보고 잠재적 충돌 상황을 사전에 관리한다는 취지다. 캐나다 공직자는 정부 결정, 정책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자산 가치가 달라지는 ‘통제 재산’을 신고하고, 영국 하원의원은 토지와 가족, 고용 등 12개 항목을 작성하는 ‘이해관계 등록제’에 따라 변동 사항이 생길 때마다 갱신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62년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법률로 꼽는다. 적지 않은 미국 공직자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인 백지위임신탁 제도를 이용해 신탁회사에 자산을 맡기는 이유도 개인적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정책상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과 오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 2015년 입법 과정에서 ‘청탁금지법’으로 축소된 이유는 공직자의 업무 범위로 인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해충돌을 법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소유 토지 인근에 도로 확장 등 각종 개발 공약을 제시한 대다수 의원들도 “땅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약 대상지) 근처에 소유 땅이 있다고 해서 문제라면 지역구에 땅이 있는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지역 발전과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공약과 자신의 소유 토지가 겹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충돌 관련 제도가 마련되거나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우연성이 누적되면 공적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여했던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면 관련 공약을 제시할 때 재산을 함께 ‘공개’하는 수준에서 잠재적 충돌 상황을 사전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며 “공약을 추진하되 부동산을 사전에 공개하면 사적 이해관계 반영을 제어하고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윤리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에 대한 사후적 감사, 징계보다 사전적 예방과 상담을 하는 것이 (이해충돌) 독립기구의 더 큰 목적이다. 본의 아니게 지탄받지 않도록 미리 자문을 요청해서 회신받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해충돌을 잠재적 상태부터 실질적 이해충돌까지 폭넓게 관리하는 이유가 있다”며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는 공직자가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해충돌 독립기구 구성과 관련 법 제정은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을 공적 제도를 통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자 공적 신뢰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평창 강화 구리/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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