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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30대 우르르 들어가니 기초의회 확 달라졌다

등록 2019-09-08 09:02수정 2019-09-08 13:55

[토요판] 특집
30대, 정치를 상상하다

20·30대 4명 당선 관악구의회
의원 22명 중 젊은 의원 18%

청년 공간 늘고 조례 발의 활발
관광·시찰 위주 공무국외연수도
발로 뛰며 열공 분위기로 변해

“혼자면 기성세대 심부름만
여럿이 함께 당선되는 게 중요”
서울 관악구의회는 지난 6월28일부터 7월6일까지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으로 현지 탐방을 다녀왔다. 관악구의회 제공
서울 관악구의회는 지난 6월28일부터 7월6일까지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으로 현지 탐방을 다녀왔다. 관악구의회 제공
30대가 직접 정치를 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젊은 신인 정치인이 생활 밀착형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장으로 불리는 지방정부 기초의회(시·군·구)에서 그 변화가 포착됐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박정수(27·민주당·전문경영인), 이경환(33·민주당·정당인), 이기중(39·정의당·공인노무사), 주무열(34·민주당·정당인) 의원 등 20·30대 정치인 4명이 서울 관악구의회 기초의원(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들은 관악구의회 기초의원 22명 중 18%(30대 13.6%)를 차지한다. 당시 25개 기초의회에 입성한 서울시 기초의원 423명 중 20대와 30대의 비율이 8.7%(30대 8.3%)인 것에 견줘 갑절가량 높은 수치다.

40살 미만의 젊은 정치인이 구의회에 4명이나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조례 발의 건수가 직전 의회와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에 3배 넘게 늘었다. 관악구의회 누리집 의안통계를 보면, 8대 관악구의회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의원발의 조례안은 34건이었다. 반면, 7대 관악구의회가 시작된 초기 1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 사이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10건에 그쳤다. 노인정 말고 청년 공간

청년 모임 공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 기초의원들은 주로 중장년층이나 노년층 표심을 얻기 위해 선거 때마다 노인정 확충, 노인 대상 목욕탕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번에 젊은 기초의원들은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여 뒤인 지난 8월23일 청년문화공간 ‘신림동 쓰리룸’이 문을 열었다. 젊은 1인가구가 많이 사는 관악구 대학동 녹두거리에 연면적 329㎡ 규모의 상가 건물을 관악구가 임차해, 고시원이나 원룸 등 좁은 공간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거실과 서재 같은 휴게 공간, 회의실, 공유오피스 같은 공동체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특히 1년 사이 많이 달라진 건 구의회 내부 분위기다. 우수 정책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6~7월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으로 현지 탐방을 떠난 기초의원 11명은 관광이나 시찰이 아닌 ‘진짜 공부’를 목표로 삼았다. 연수를 다녀온 30대 기초의원 3명은 현지에서 보고 들은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덴마크 해외연수 솔직토크’란 이름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경환TV)에 올렸다. 덴마크 청소년연합회,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 스웨덴 환경보호국, 스톡홀름 지역교통회사 등을 방문하도록 일정을 촘촘하게 짜고, 관광용 전세버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또 외국에서 자신의 공약과 비슷한 사례를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기초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는 관광과 시찰 중심으로 이뤄져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 1월 경북 예천군의회에선 기초의원들이 국외연수를 갔다가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정치인이 대거 의회에 들어가자 국외연수마저 ‘빡세게’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녹록지 않은 지방의회 현실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가 지배하는 지방의회에서 젊은 의원이 당당히 구정 활동을 펼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월27일 관악구의회에서 천범룡 관악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30대 이기중 의원이 후보자의 적합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질의를 하자 천 후보자는 도리어 의원에게 “질문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호통을 쳤다. “(본인이) 무슨 국회의원인 줄 아나 본데, 예의를 지켜서 후보자한테 물어보라”고 꾸짖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명이 연대해 기초의원 구성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의원이 혼자 덜컥 당선되더라도 실질적인 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무열 관악구의원은 “50대와 60대 의원들 사이에서 혼자 40대인 다른 구의회에선 40대 의원이 그저 담배 심부름꾼 취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며 “서울의 80년대생 기초의원 15명 정도가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 앞으로 서로 연대와 소통이 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기초의원들이 꾸준히 당선돼 의제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경환 관악구의원은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작은 것들이라도 해마다 바꿔나가야 하고, 4년 만에 안 되는 의제들은 재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동년배들한테 같이 선거 나가자고 독려도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회에 입성한 젊은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최연소 광역의원(시의원)으로 당선된 이동현(28·성동구) 서울시의회 청년특별위원장은 “젊은 의원 15명이 1년여간 청년특위 활동을 했지만 특별위원회기 때문에 상설위원회처럼 예산이 없고 지원 인력도 부족해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예산과 인력 등 제도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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