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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국방부도 “사드 필요없다”는데…때아닌 ‘3불 논쟁’ 왜?

등록 2022-09-17 09:00수정 2022-09-18 16:52

[한겨레S] 특집
정치논쟁 전락한 ‘사드’ 문제

사드 3불원칙 폐기 주장 윤 정부
미 “사드 추가 배치 없다” 반복
미군 전략자산 실험장 될 우려
윤 정부, 모호한 ‘전략적 명확성’
2017년 미군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이동시켜 점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7년 미군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이동시켜 점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정부에서 한-중 간의 사드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실질적 안보와 거리가 먼 정치 논쟁이다. 윤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2017년에 중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사드 3불’ 원칙이 지나치게 중국에 굴종적인 잘못된 외교였다고 비판했다. 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윤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배치”와 함께 “우리가 사드를 사겠다”고도 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의 약속이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를 이유로 3불 원칙을 폐기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한결같이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은 없다”고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

결국 국방부는 7월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우선 15~40㎞ 고도의 미사일은 패트리엇미사일(PAC-3)과 천궁-2(M-SAM)로 요격하고, 그 이상 고도는 한국형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를 2026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업무보고 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가 조기에 개발된다면 사드는 필요치 않다”고도 했다.

‘여전히’ 정치적 수사뿐인 사드 논쟁

따져보면, 주한미군이나 우리 국방부가 여러번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음에도 오직 윤 대통령만이 “추가 배치한다”고 하는 셈이다. 이것이 지금의 ‘사드 3불 논쟁’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전임 정부와 다른 새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변화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는데도 굳이 소모적 논쟁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야 할 이유란 게 도대체 뭔가.

게다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8∼10일 중국을 방문하여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 중에 지난 정부의 사드 3불은 “중국에 대한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전부 부정해버렸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중국 간섭을 거부하고 대한민국 군사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대통령실과 외교부 입장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정작 그래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뭐가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찾아봐도 달라질 요인이 없다.

이 논쟁의 배후에는 한국과 중국에 각기 뿌리내린 두가지 극단적 사고가 있다. 먼저 한국 집권자들은 사드가 대한민국을 방어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사드 숭배 사상을 갖고 있다. 사드는 ‘포인트 방어’라고 알려진, 특정 거점만 방어하는 패트리엇미사일과 달리 넓은 지역을 방어 범위로 설정하는 40㎞ 이상의 고고도요격미사일이다. 고고도를 비행하는 중장거리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전략무기다 보니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전략무기로 수도권을 방어하기 위해 북한과 근접한 서울 인근에 배치하게 되면 방어 범위가 점점 줄어들어 지역방어 의미가 퇴색되고 패트리엇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무기밖에 안 된다. 이런 이유로 2016년에 사드 배치를 추진할 당시부터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수도권 방어라는 사드 배치 목적을 ‘처음부터 배제’하였고 우리나라 동남쪽에 치우친 경북 성주로 부지를 선정하였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사령부나 충남 계룡대 한국군 3군 본부도 방어할 수 없다. 이런 진실을 외면하고 “사드로 수도권을 방어하겠다”며 “몇개가 되든 우리 돈으로 사자”는 비논리적 주장이 표출됐고, 이에 대한 찬반만으로 국민 여론을 갈라치는 정치술이 등장했다. 여기에 국가안보가 희생된 것이다.

만일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사드 외에 현대 기술 발전 추세와 미래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개념과 대안을 모색했을 것이다. 하나의 무기 플랫폼에 열광하는 행태는 전략가의 품격이 아니다. 2030년대가 되면 현재의 사드와 같은 근접 폭발형 운동에너지의 요격미사일은 구닥다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레이저와 같은 지향성에너지의 요격무기가 출현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사드가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의 공백을 메우는 과도적 무기체계인 탓에 미국은 이를 대량생산하지 않았다. 현재 미 육군 포대에도 필수적인 무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가 진정한 전략가라면 이런 사드에 대한민국 안보의 사활을 걸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마이크로파(극초단파) 레이더로 적의 미사일을 탐지하여 정해진 포대에 요격 명령을 전달하는 현재의 직렬·선형적인 킬체인과 같은 공격-방어 개념을 초월해, 여러 감시자산이 동시에 감지하고, 여러 타격자산이 동시에 데이터를 공유해 요격하는 킬웹과 같은 전영역 네트워크체계나 비선형적인 전술 개념이 전략의 중심에 놓일 것이다. 이런 미래가 아니라면 향후 북한이 보유하게 될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수중발사미사일(SLBM)에 대비할 수 없고, 그저 북한이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사드가 요격하기 좋게 발사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벌써 개념의 전환에 착수한 상황이다.

사드, 미국선 이미 옛 무기 취급

미국은 2016년 사드 한국 배치 결정 이래 한반도가 사드와 패트리엇이 모두 배치된 유일한 국외 미군기지라는 데 주목했다. 작년 3월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금의 사드를 패트리엇미사일과 통합하여 운용하는 개념의 ‘합동긴급작전소요’(JEON)에 대해 “본국에 요청하여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무언가 사드의 중요한 방어 역량이 추가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인데, 그 상세한 내용에 대해 미국 쪽은 작전상 이유로 일체 밝히질 않는다. 그러나 존 힐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한국의 사드에 관해 “세가지 특정 능력을 개발 중”이라고 언론에 설명한 바를 참고하면, 1단계로 사드 포대에서 기존에 유선으로 연결된 발사대를 분리·배치해 원격 조종·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2단계로 사드 레이더(AN/TPY-2)의 수집 정보를 패트리엇 발사대에 전달하며, 3단계로 단일 지휘관이 사드와 패트리엇 발사대를 통합 운용하는 새로운 시스템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몇차례 실패한 후 성공한 3단계 통합 운용 기술 시험의 성공을 지칭하여 “한반도 방위역량의 획기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사일방어청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 국방부가 인공지능으로 모든 미군 군사자산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데이터 관리(클라우딩 시스템)와 분산 공유 체계(에지 컴퓨팅)를 도모하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체계 운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사드를 통합하겠다는 전략 방향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미군의 새로운 전략개념을 실험하기에 딱 맞는 장소로 부각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전략개념 변화에 대한 어떤 통제나 간섭도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사드로 대한민국을 방어해준다면서도 실제로 사드 레이더가 포착한 데이터를 한국과 공유하지도 않으며, 새로 개발되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 체계를 한국군에는 개방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합동참모본부에 대응센터가 설치되고 킬체인과 미사일방어를 담당하는 통제소(K2 Cell)를 만들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불필요하다”며 자신들의 민감한 전략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사드는 한국 땅에 있지만 이는 미군의 무기로서, 우리가 부지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 외에 사드의 사용에 대해 무슨 주권을 행사하고 말고 할 것이 없다. 따라서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의 군사주권을 확립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 속에 등장하는 행사할 주권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미군의 고유한 영역이다. 한-미 연합 작전계획도 핵전쟁을 가정으로 한 대응 계획은 누락돼 있다. 윤 대통령이 이 점을 개선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주권 논쟁을 촉발시킨 것은 기실 알고 보면 안보를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중국이 미군의 거대한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의 군사체계에 주목하지 않고 오직 한국에 배치된 사드만 콕 집어서 비난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중국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체계가 자신들을 감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게다가 사드 3불은 중국 표현대로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선시”(약속)한 것이 아니고 원래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존재하던 군사정책이었다. 2016년에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될 당시부터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가 아니다”라고 말한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이며,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감시하지 않는다”고 확인해준 당사자는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이다. 원래 보수정권부터 존재했던 군사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종외교라고 비난하며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윤석열 정부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단지 중국은 그해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사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그 뒤에 방중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시진핑이 직접) 전달했음에도 전격적으로 사드를 배치한 한국이 괘씸한 것이다. 더군다나 시진핑은 2016년 초에 미국과의 막후 대화를 통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에서 중국의 도발적 행동을 자제했음에도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미국이 자신의 뒤통수를 친 데 대해서도 격분했다. 이런 사정이 한국의 사드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이어진 배경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제 한국과는 진정성 있는 전략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차례다.

윤 정부, 결국 지난 정부 전략 답습?

지난달 11일, 대통령실은 언론 브리핑에서 “사드 운용을 정상화한다”고 발표했다가 황급히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드 기지를 정상화한다”고 발표문을 수정했다. 운용을 정상화한다면 이 사드가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되는 것으로 중국이 오해할까 봐 황급히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이 문자메시지야말로 중국에 막말을 퍼붓던 윤석열 정부의 ‘전략적 명확성’ 전략이 붕괴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여전히 ‘사드 3불(不)과 1한(限·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 프레임’을 깨지 못하면서 결국은 지난 정부가 제시한 전략을 답습하게 될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말을 주워 담고 있다. 이럴 바에는 윤 정부가 애초 공약한 대로 이 땅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전략 변화에 관여하고 강력히 우리의 주권을 주장함은 어떠한가.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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