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에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접전지역으로 변모한 부산·울산·경남(PK)과 전통적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권은 이번 총선에서도 승패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역대 선거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부울경과 충청권은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이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이른다.
<한겨레>가 22일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와 함께 2012년 19대 총선부터 같은 해 18대 대선, 2014년 6회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을 거쳐 2018년 7회 지방선거까지, 최근 8년간 치른 6차례 전국단위 선거의 후보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18개 지역구 가운데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은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민주당과 한국당 평균득표율 격차가 5%포인트 이내인 박빙 지역은 8곳에 이르렀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부산 남구을, 북구‧강서구갑, 사하구갑, 진구갑, 연제구 역시 5%포인트 이내에서 여야의 지지세가 각축을 벌여온 곳이다. 언제든 한국당이 다시 되찾아갈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부산의 나머지 6개 지역구(금정, 동래, 서구‧동구, 수영구, 중구‧영도구, 해운대을)는 한국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던 곳으로 분류됐다.
경남의 경우 전체 16곳 가운데 한국당의 지지세가 높았던 지역구가 진주을 등 6곳, 다소 높았던 지역구가 진주갑 등 5곳이었다. 한국당 지지세가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갑‧을과 거제 3곳은 ‘특정 지지세가 높지 않았던 지역’으로,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김해갑‧을 2곳은 민주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던 곳으로 분류됐다. 울산은 전체 6곳 가운데 한국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던 지역구가 4곳, 특정 지지세가 높지 않았던 곳이 2곳이었다.
최근 6차례 선거에서 부울경 지역의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나온 것은 가장 최근에 치른 2018년 지방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민주당은 부울경 기초자치단체 39곳 가운데 25곳에서 당선자를 내며 압승을 거뒀다.
다만 지금의 부울경 분위기는 2년 전에 견줘 민주당에게 좋지 않다.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부울경의 민주당 지지도는 33%로 지난 지방선거 직전인 2018년 6월 둘째주의 55%에서 크게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www.nesdc.go.kr 참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이 부울경에서 특히 두드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권(대전·세종·충남북)의 최근 6차례 선거 결과를 보면 27개 지역구의 절반이 넘는 14곳에서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다. 충남 11곳 중에선 천안갑 등 7곳이, 충북 8곳에선 청주서원 등 4곳이 특정 지지세가 높지 않았던 지역으로 분류됐다. 다만 직전 선거였던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던 결과가 반영돼 충남 3곳, 충북 2곳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높았거나 다소 높았고, 한국당은 충남 1곳, 충북 2곳에서 지지세가 다소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은 민주당 지지세가 높았거나 다소 높았던 지역이 7곳 중 4곳이었다.
스윙보터 지역 중에서도 전국적 관심을 받는 지역구 사정은 어떨까? 민주당이 김두관 의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경남 양산은 두 지역구 모두 백중세를 보였다. 양산갑은 역대 선거 민주당 평균득표율이 44.6%, 한국당 평균득표율이 45.1%로, 현재 윤영석 한국당 의원이 3선을 노리고 있다. 양산을도 민주당 평균득표율이 46.9%, 한국당 평균득표율이 44.2%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지역구 현역인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한국당 평균득표율 46.3%, 민주당 평균득표율 40.4%로 한국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관병 갑질로 논란을 빚은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이 출마를 선언해 주목받는 충남 천안을은 민주당 평균득표율이 53%, 한국당 평균득표율이 31.3%로 격차가 다소 컸다. 이곳은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3선을 노리고 있다.
최근 5차례 선거 결과 부울경‧충청 지역에서 ‘제3당·스윙보터’ 비율이 20%가 넘었던 지역은 11곳이었다. 여기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노동자 밀집지역의 탄탄한 지지세에 힘입어 당선된 울산 동구와, 20대 총선과 재보궐 선거에서 정의당의 노회찬·여영국 의원이 연이어 당선된 경남 창원성산이 포함됐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어떻게 분석했나
이번 분석은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후보의 평균득표율과 최소득표율, 제3당·무소속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활용했다.
‘평균득표율’은 최근 6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의 평균값이다. ‘적극 지지층’은 6번의 선거에서 양당 후보자가 기록한 최소득표율로 구했다.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핵심 유권자층이다. ‘소극지지층’은 평균득표율에서 ‘적극지지층(최소득표율)’을 뺀 값으로, 정당의 행태나 방향, 후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표를 하지 않는 느슨한 지지층을 지칭한다. 100에서 양당 평균득표율의 합을 뺀 값은 ‘제3당·스윙보터’로 분류했다.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거나,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후보가 없는 유권자층이다.
6차례 전국 단위 선거의 민주당 평균득표율이 한국당 평균득표율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으로, 10%포인트 이상 20%포인트 미만으로 높았던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으로 분류했다. 반대로 한국당 평균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은 ‘한국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으로, 10%포인트 이상 20%포인트 미만으로 높았던 지역은 ‘한국당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으로 분류했다. 두 당의 평균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인 지역은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으로 분류했다.
(*큐알코드를 스캔하시면 2012~2018년 전국단위 선거 분석 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