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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색 강했던 ‘스윙보터’ 50대, 왜 범진보로 기울었나

등록 2020-05-10 09:08수정 2020-05-10 15:50

[토요판] 뉴스분석 왜?
50대 유권자의 범진보 지지 우세
범진보 49% 대 범보수 35%

보수색 강했던 50대 표심 변해
비례대표 투표에서 진보를 더 지지
범보수 지지 54%인 60대와 차별화

2016년 총선 즈음부터 조짐 보여
민주화 경험 586의 고령화 맞물려
‘세대효과’ 나타난다는 분석 대두

“50대는 합리적 스윙보터일 뿐
진보성향 고정 세대 아냐” 견해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 이처럼 크게(180석) 승리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이다.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이기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에 기인한 바가 있지만, 표심 분석 결과는 좀 더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 중 하나는 연령별 정당 지지율이다. 특히 2016년 20대 총선부터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스윙보터’로 떠오른 50대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심이었다. 결과는 진보 계열 정당의 우세였다.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유권자의 34.3%가 이번 선거의 비례대표 투표에서 보수 계열인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지지했다. 진보 계열인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은 50대에서 32.3%를 받아, 단순 비교에서는 두 당이 사실상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의당(12.0%)과 문재인 정부 지지를 표명한 열린민주당(4.9%)의 지지율을 합할 경우, 50대 유권자의 절반 가까운 49.2%가 진보 쪽 손을 들어줬다. 이에 비해 친박근혜를 표방한 또 다른 보수 정당인 우리공화당에 대한 50대 유권자의 지지율은 0.6%로 미미해, 50대의 보수 진영 지지율은 34.9%에 그쳤다.

그래픽 이영주 인턴기자 joo@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총선과 17년 대선 때 50대는 진보 쪽

다른 연령대에서는 ‘젊은층=진보계열 지지’, ‘노년층=보수계열 지지’라는 오래된 패턴이 그대로 나타났다. 더불어시민당은 20대(35.8%)와 30대(40.3%), 40대(43.0%)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60대 이상에서는 22.1%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에 미래한국당은 60대 이상의 유권자 집단에서는 54.1%의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20대 이하(22.8%)와 30대(22.3%), 40대(19.5%)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참고로, 전국 253개 지역구 전체에 대한 연령별 득표율에서도 50대 유권자들은 진보 계열인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더 많이 줬다. 즉, 50대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에 가까운 49.1%였으며, 미래통합당은 7%포인트가량 뒤진 41.9%였다. 지역구는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투표 행위에 많이 작용하기에 세대별 표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50대의 표심은 비례정당들이 받은 전체 득표율과도 비슷하다. 즉, 50대에서 34.3%를 받은 미래한국당의 전체 득표율은 33.8%였으며, 50대에서 32.3%를 받은 더불어시민당의 전체 득표율은 33.4%였다. 연령별 지지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긴 하지만, 전 연령대의 평균에 가까운 50대 표심은 현시점이나 가까운 장래에 있을 전국 선거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50대 유권자 지지율에서 진보 계열이 다소나마 앞서기 시작한 것은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였다(본지 2016년 10월22일치 ‘이제 50대는 ‘5060’으로 묶을 수 없다?’ 기사 참고).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의원이 국민의당을 만들어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면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됐으나, 선거 결과 민주당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을 123석 대 122석으로 이겼다. 이 선거 때 50대는 새누리당에 39.9% 지지를 보냈으며, 민주당에는 19.6%가 표를 던졌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확실하게 범민주 진영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받은 50대 지지율 28%는 당시 진보 쪽 지지율로 받아들여졌다. 정의당(6.1%)을 합하지 않더라도 20대 총선에서 범보수와 범민주의 50대 지지율은 39.9% 대 47.6%로 범민주 우세였다.

보수가 분열돼 치른 19대 대선(2017년)에서 50대 지지율은 민주당(문재인 후보) 36.9%, 자유한국당(홍준표 후보) 26.8%, 국민의당(안철수 후보) 25.4%, 바른정당(유승민 후보) 5.9%, 정의당(심상정 후보) 4.5% 순이었다. 이때 국민의당은 범민주 계열에서 정치적 이탈을 했지만, 그렇다고 범보수 쪽으로 아직 완전히 기운 상태가 아니어서 국민의당을 찍은 표심을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힘들다. 그렇게 본다면 50대는 2017년 대선에서도 범보수(홍준표+유승민=32.7%) 쪽보다 민주당(36.9%)에 약간 더 기울었다.

21대 총선일인 지난 4월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이해찬(왼쪽 세번째)·이낙연(왼쪽 두번째) 공동상임위원장 등이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총선일인 지난 4월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이해찬(왼쪽 세번째)·이낙연(왼쪽 두번째) 공동상임위원장 등이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40 대 60대 이상’ 구도

이러한 50대 표심의 변화는 과거 선거에 비춰볼 때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50대는 8년 전인 2012년 대선(18대) 때까지만 해도 ‘5060’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전형적인 노년층의 정치성향을 보였다. 범민주 진영(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과 범보수 진영(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간에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쳤던 2012년 대선에서 50대는 박 후보 62.5%, 문 후보 37.4%로 보수 쪽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 72.3%, 문 후보 27.5%로 나뉜 60대 이상의 지지율보다는 덜하지만, 50대 역시 보수 쪽 후보에게 강하게 경도돼 있었다. 그해 대선 전에 치른 19대 총선(2012년 4월)에서도 50대 유권자들은 보수 진영(새누리당)에는 51%의 지지를 보냈으며, 범진보(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진영에는 40%의 지지를 보냈다.

과거 강한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던 50대가 중간 내지는 중간보다 약간 진보 쪽으로 투표 성향이 바뀐 것은 다른 세대, 특히 40대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즉, 2012년 정도까지만 해도 연령별로는 ‘2030 대 5060’이 정치적으로 대립적인 위치에 놓였다. 20대와 30대는 진보 쪽인 반면에 50대와 60대는 보수 쪽으로 맞서는 형국이었으며, 균형추 구실을 한 세대는 40대였다. 2012년 대선에서 20대와 30대는 각각 문재인 후보를 65.8%와 66.5% 지지한 반면에 50대와 60대 이상은 박근혜 후보를 각각 62.5%와 72.3% 밀었다. 이에 비해 40대 표는 문 후보 55.6% 대 박 후보 44.1%로 양쪽으로 적절하게 분산됐다.

그러나 그 뒤 50대가 중간 쪽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것과 더불어 40대는 2030그룹과 동조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대 대선(2017년) 때 40대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52.4%)은 30대(56.9%)와 20대(47.6%)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40대는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에서 43.0%를 보여, 30대(40.3%) 및 20대(35.8%)와 같이 움직였다.

과거 보수적이었던 50대가 이처럼 진보 쪽으로 다가온 것은 사람들이 보통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이른바 연령효과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동안 일부 학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역사적 사회적 경험을 공유한 특정 세대가 자신들의 정치성향을 유지하는 ‘코호트(cohort·세대)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략 1960년에서 69년까지 태어난 지금의 50대는 1980년대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주화를 이뤄낸 경험을 공유한 이른바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 대학 생활을 한 50대)로서의 정체성을 나이가 들어도 유지한다는 것이다. 오세제와 이현우는 ‘386세대의 조건적 세대효과: 이념성향과 대선투표를 대상으로’라는 논문(<의정연구> 제20권 제1호, 2014년)에서 “18대 대선에서는 연령 변수를 통제하고도 이념성향에 미치는 세대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 386세대의 세대효과가 연령을 통한 생애주기효과를 통제하고서도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 따라서 386세대에 속하는 유권자들이 산업화세대의 유권자들에 비해 조건적으로 생애주기효과 이상의 진보적 이념성향을 갖는다는 연구 가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환희·송정택·강원택도 ‘한국 선거에서의 세대 효과: 1997년부터 2012년까지의 대선을 중심으로’(<한국정당학회보> 통권 제12권, 2013년) 논문에서 586세대인 1960~69년 출생 유권자들이 1997년 대선 때부터 일관되게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앞선 연령대인 1952~59년생이나 1942~51년생, 1942년 이전 세대들이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는 연령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며 “386(일명 586)세대의 세대 효과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젊은 유권자들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이들이 고령화되는 인구 구성의 변화에 따라 중도 보수화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15일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앞줄 가운데) 대표와 심재철(맨 오른쪽) 원내대표 등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월15일 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앞줄 가운데) 대표와 심재철(맨 오른쪽) 원내대표 등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86 세대효과’ 진단은 일러

그러나 세대효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의 여당 승리를 50대의 세대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만약 보수가 혁신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본다. 선거 결과를 놓고 사후 분석하면 코호트 효과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승리를 가져온 원인 변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대가 스윙보터인 것은 확실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50대 지지율도 떨어지고, 올라가면 50대도 올라갔다. 그런 의미에서 50대는 고정된 성향을 가졌다기보다는 당파성이 약한 세대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정례적인 여론조사를 보면, 올 들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2월 넷째 주(긍정 42%, 부정 51%)에 50대는 긍정 41% 대 부정 54%를 기록했다. 그러나 3월 둘째 주부터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긍정(49%)이 부정(45%)을 앞서기 시작했고, 50대 지지율 역시 52% 대 43%로 긍정이 높아졌다. 총선 직전에 이뤄진 4월 셋째 주 갤럽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59%)이 부정(33%)을 크게 앞질렀으며, 50대 지지율 역시 65% 대 32%로 긍정이 더 올라갔다.

50대의 스윙보터화와 함께 40대의 2030그룹으로의 이동 현상으로 범진보 진영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일부에서 한다. 고령화로 60대 이상의 유권자 비율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전체 유권자 비율에서 40대 이하 젊은층이 21대 총선의 경우 53%에 이를 정도로 다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27.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식적인 분석은 위험하다는 견해도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진보적 투표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세대별로 성향을 어느 한쪽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거는 세대전쟁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어느 정당이 가장 잘 부응하느냐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다. 특히 사회 경험이 많은 40대나 50대는 다른 세대보다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선거에서 주요 변수는 세대가 아니라 정치집단의 적응력 및 정책능력이다”라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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