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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봄볕에 태양광발전 풍년인데, 정부는 “생산량 줄여라” 왜?

등록 2023-04-29 09:00수정 2023-04-29 10:36

[한겨레S] 뉴스분석
태양광 발전 통제하는 이유

땅값 싼 영호남에 설비 많지만
‘송전망 부족’ 초과전력 무용지물
정전 막는 인버터 장착률 1.5%
“수도권 재생에너지 늘려야”
전북 군산의 수상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전북 군산의 수상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만물을 깨우는 봄볕이 내리쬐는 봄날은 태양광에너지 생산의 최적기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태양광발전의 급격한 증가로 전력계통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돼 봄철 전력 수급 특별계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설비가 밀집된 호남·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출력 제어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탄소 배출이 많은 화력발전 등을 통한 에너지 생산은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늘려야 한다. 봄볕이 강해져 태양광발전량이 늘어나면 신바람이 날 것만 같은데, 정부는 왜 태양광 설비로 생산한 전력 송출을 제어하겠다는 것일까.

전력 수급, 계절·지역별 불균형

전기는 수요와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전력 생산보다 수요가 많거나 수요보다 생산이 많으면, 전력계통(전력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게 하도록 하는 통제·관리 체계)이 불안정해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봄철은 태양광발전량이 풍부하지만 전력 수요가 적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지난해 4~5월 태양광발전량은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거래소 통계를 보면, 지난해 4월 태양광발전량은 346만4412㎿h(메가와트시), 5월은 397만1057㎿h다. 두달 발전량만 합쳐도 연간 발전량(3290만8088㎿h)의 20%가 넘는다. 지난해 봄철 월간 발전량은 12월(170만8057㎿h)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봄에는 냉·난방 수요가 많지 않고 노동절,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등 공휴일이 많아 산업체 조업률까지 떨어진다. 산업부는 지난해 연간 최저 수요가 발생한 날을 5월1일(낮 1시 기준 4만1400㎿)로 꼽았다. 올봄 최저 수요는 4만300㎿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7월과 12월 최대 전력 수요는 모두 9만㎿를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과부하로 전압이나 주파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규모 정전이 날 수 있다. 우리나라 발전기는 60㎐(헤르츠)를 기준으로 주파수 변동의 허용 범위(±0.2㎐) 내에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발전기가 계통에서 탈락하게 되면 전압과 주파수가 하락하고 전기 설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에는 인버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용 태양광 설비 중 저전압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 동안 전력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저전압 연속운전 성능’ 인버터를 확보한 설비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출력 제어를 하겠다고 밝힌 대상은 저전압 연속운전 성능이 없는 영호남 지역 태양광 설비들이다. 전력당국은 전력망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태양광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집중되는데…

전력거래소 통계를 보면, 전국 태양광 설비(자가용 태양광 설비 제외)는 2016년 12월 3716㎿에서 2023년 4월 2만1981㎿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전남과 전북에 태양광 설비가 각각 5068㎿, 4054㎿ 보급돼 41.5%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

호남에 태양광 설비가 많은 이유는 일조량이 좋고 땅값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게 태양광발전 사업자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정작 전기를 생산해놓고도 수요가 많은 곳으로 보낼 수가 없는 실정이다. 태양광 설비가 지역으로 집중되는 속도가 송전망을 확충하는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발맞춰 전력계통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 결과, 지역 간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2021년 기준 전력자급률은 영남권(133%)과 호남권(120%)은 전력 수요를 넘어섰지만 수도권(72%)은 크게 모자란다. 태양광 설비가 증가한 영호남 지역에는 정작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시설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 전력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시에 300조원 규모의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그린피스는 “용인 클러스터에 연간 27TWh(테라와트시)의 전력 소모가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이는 2021년 서울시 전력 소비량인 47.3TWh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의 60%가 수도권에 있다. 2029년에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의 80%가 몰려 있을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하고 있다.

지역에 넘치는 전력 생산량을 수도권으로 보내면 좋을 텐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는 2개(신옥천~세종, 청양~신탕정)뿐이다. 송전선로를 새로 깔려면 지역주민들의 동의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21년 완공하려던 신한울~신가평 송전망 구축 준공 목표는 2026년으로 미뤄졌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2022~2036년)’에서 2036년까지 필요한 비용을 56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 태양광 설비 확대를 위해 △전력계통 불안정 상황을 대비하는 인버터 성능 보완 △수도권 전력 수요 밀집 제한과 재생에너지의 계획적 배치 △송배전망 구축 확대 등을 조언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우선 인버터 성능 개선이 필수”라며 “데이터센터 등 지역 전력 수요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는 송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전기공학과)는 “송배전망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어려우니 (전력 수요는 많으나 재생에너지 생산이 적은 ) 조금 여유가 있는 곳을 발굴하고, 그 지역에 재생에너지를 들이는 방법을 써보자는 게 최근의 흐름”이라며 “계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태양광 보급을 유도해야 한다. 경기도 등지의 산업단지에서 지붕형 태양광 등을 발전하게 되면 지역적 편중을 조금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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