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14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14일 전국민에게 추가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자신의 주장이 소비심리를 부추겨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1인당 20~30만원 지급됐다고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막 쓰러 가고 그러겠냐”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당정협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들에게 (같은 금액의 재난지원금을 주는) 보편적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닐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 등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보편 지급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방역망 혼선 등의 지적이 “사실 국민을 폄하하는 표현이다. 국민을 존중하면 그런 생각을 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 “본인들도 방역지침 어기면서 돈을 쓰러 막 다닐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민생경제의 고통이 크다며 ‘전국민에게 (추가)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 내부, 야권에선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업종과 계층에 지원을 집중할 때라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도민을 상대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움직임을 보이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날 기자들에게 한 발언은 여야 양쪽에서 나오는 이런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공개 제안한 민간 참여 주도의 이익공유제의 실효성과 관련해 “워낙 다급하고 어려운 시기여서 효율성 여부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자’는 선의로 (말씀)하신 게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많은 이익을 얻은 업종이 자발적으로 이익의 일부를 내놓아 피해가 큰 쪽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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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재명 vs 정부·야당의 반대…왜?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을 두고 정부 등 여권과 야당에서 이견과 반박이 나오며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지사는 모두에게 주는 보편지급과 집중적 선별지급이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면서도 지금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를 통한 전국민 지급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반면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당 지도부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 인사들은 고통이 상대적으로 큰 쪽에 지원을 집중할 때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전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론을 주도한 이 지사는 최근에도 페이스북과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전국민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은 배타적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이고 1차는 보편지원, 2·3차는 선별지원을 했으니, 과감한 확장 재정정책을 검토하는 마당에 이제 전국민 보편지원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집합제한 등으로 피해 입은 특정업종에 대한 핀셋지원도 마땅히 필요하다”며 “동시에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모든 국민들이 치르는 희생과 고통이 ‘케이(K)방역’ 성공의 비결임을 감안한 전국민 보편지급이 연대감과 소속감을 제고하고, 소비확대로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에는 “기존 선별지원도 특정 피해계층에 필요하지만, 최악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지역화폐를 통한 전국민 보편지급이 꼭 이뤄져야 한다”며 “어려운 계층에 집중 지원하자는 논리는 언뜻 그분들께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재난소득 지급의 사회적 동의 지반을 좁히게 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의 전국민 4차 지급에 대한 주장이 나오자 곧바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박과 우려 의견이 이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한국방송> ‘일요진단 - 재난의 시대, 한국경제 길을 묻다’ 편에 출연해 “4차 지원금 논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이후 방역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피해 및 경제 상황이 어떨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재원이 화수분이 아니므로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의 돈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시기라는 이 지사의 의견과 달리했던 홍 부총리는 이날도 정부의 재정건정성 유지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원희룡 제주지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면업종, 자영업과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분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의이고 공정이며 올바른 경제정책”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지사의 보편 지급 주장을 “대중에게 영합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도 9일 페이스북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온 이 지사가 ‘보편지급과 선별지급 둘 다 좋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조삼모사”라고 밝혔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이 지사의 ‘보편적 지급 주장’에 대해 “재정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보편 지급 가능성을 추후 열어두되, 지금은 고통이 큰 업종·계층에 지급하는 3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 고위 관계자는 “3차 재난지원금이 다 지급되기도 전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대한 논란부터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 지사는 ‘보편·선별 지급 둘 다 좋다고 말을 바꿨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지사는 줄곧 보편 지급을 주장하고, 가장 먼저 실천했다. 선별지원도 필요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지역화폐 보편지급이 낫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여당 의원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방법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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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차 지원금 ‘선별’이 우선…‘전국민’ 지급도 배제 안 해”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80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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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급하니까 ‘막 풀자’?”…‘이재명 제안’ 비판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77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