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건의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 오찬 뒤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식사 자리에 임했는데, 박형준 부산시장이 먼저 말했다”며 “저 역시 같은 건의를 드리려고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두 야당 광역단체장의 건의는 선거 참패 뒤 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에게 야권의 오랜 숙원을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심심찮게 거론되는 ‘탄핵 불복론’과 맞물리면서 과거 회귀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사면론을 띄웠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연초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도 사면 건의한다고 하셨고, 많은 국민들이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하는 데에 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원조 친박계’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 과연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나”라며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사면 건의를 촉구했다. ‘박근혜 탄핵’이 잘못됐으니 무고한 사람을 풀어달라는 논리로, 명백한 ‘탄핵 불복론’이다.
국민의힘이 사면론에 힘을 싣는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과오를 사과한 바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부담을 무릅쓰며 사면론을 제기한 건 재보선 압승 여세를 몰아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국 주도권도 되찾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 참패를 불러온 ‘강경 보수’ 이미지를 소환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원조 친박계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에 불복하는 발언을 한 게 당의 미래를 고려한 건지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롭게 편입된 젊은 지지층 소구가 중요한 시기에 사면론을 꺼낸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일단 ‘탄핵 불복론’에는 선을 그었다. 주호영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서 의원 발언은)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비대위원도 비대위 회의 공개 발언에서 “국민의힘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한 지 이제 고작 5개월이 지났다. 이러니 젊은 세대가 우리 당을 두고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번에 어쩔 수 없이 기호 2번 뽑았지만 국민의힘에 도저히 정이 안 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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