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배우·감독, 우주정거장 도착…12일 일정 촬영 시작
러시아 영화 제작진 일행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뒤 65차 원정대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환영행사를 하고 있다. 로스코스모스 제공
도킹을 위해 우주정거장에 접근하는 소유스 우주선.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느낌…현실로 믿기지 않아” 영화제작진 일행을 태운 우주선은 약 3시간30분 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했다. 소유스 우주선이 기존의 소요시간 8~22시간보다 훨씬 빨리 우주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건 2018년 러시아가 개발한 ‘2궤도 랑데부’ 방식 덕분이다. 지구를 두바퀴 돈 뒤 도킹하는 이 방식은 우주정거장이 발사대 위를 지나갈 때 로켓을 발사한다. 도킹 2시간 후 해치가 열리자 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 중인 제65차 원정대 우주비행사 7명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페레실드는 환영 행사에서 “이 모든 것은 꿈이며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느낌”이라며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는 것을 거의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유스 우주선에서 국제우주정거장 안으로 들어가는 러시아 영화배우 율리야 페레실드. 로스코스모스 제공
긴급수술 위해 우주로 가는 외과의사 이야기 이들은 앞으로 12일 동안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약 40분 분량의 영화 장면들을 촬영한 뒤, 현재 우주정거장에 도킹돼 있는 소유스 MS-18 우주선을 타고 17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돌아온다. 미 항공우주국 대변인 롭 나비어스는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접근하면서부터 우주선과 우주정거장 양쪽 모두에서 휴대용 카메라를 이용한 영화 촬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하는 영화는 러시아 국영TV(채널원러시아)의 첫 우주제작 영화 ‘비조프’(도전이라는 뜻)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 영화는 “우주쓰레기에 부딪혀 중상을 입었지만 지구로 즉시 돌아갈 수 없는 우주비행사를 수술하기 위해 긴급히 우주정거장에 파견되는 한 여성 외과의사에 관한 이야기”다. 우주정거장의 러시아 우주비행사들도 출연진으로 나선다.
왼쪽부터 배우 율리아 페레실드, 우주비행사 안톤 시카플레로프, 감독 클림 시펜코. 러시아 가가린우주비행사훈련소에서 촬영했다. 로스코모스 트위터
러시아 가가린우주비행사훈련소에서의 율리야 페레실드. 채널원러시아 제공
수십년만에 미국 제치고 ‘최초’ 타이틀 거머쥔 러시아 이번 우주여행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우주에서 촬영한다는 점이다. 미-소 냉전 시절 미국과 ‘최초 우주비행’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는 이번 우주여행을 통해 오랜만에 ‘최초’ 타이틀을 추가했다. 최초의 동물 우주비행(1957),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1961),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1963) 타이틀을 가져갔던 러시아가 이번에 추가한 호칭은 ‘최초의 우주 영화 촬영’이다. 러시아 국영TV는 이를 대내외에 적극 홍보하기 위해 이번 촬영의 모든 제작과정을 촬영해 방송한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리는 우주의 개척자였다”며 “이번 임무가 러시아의 우주 능력을 보여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영화 촬영 무대가 된 국제우주정거장. 로스코스모스 제공
관광객도 우주비행사도 아닌 사람들의 우주여행 그러나 이번 우주 영화 촬영에는 ‘최초’라는 이벤트를 뛰어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채널원러시아는 웹사이트를 통해 “영화 제작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우주 비행이 전문비행사뿐 아니라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확대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중요한 의미는 우주여행자의 증가를 넘어 우주여행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연방우주국장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인 사람들, 무중력 아래서 목표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우주비행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우주 임무는 관광객도 우주비행사도 아닌 사람들이 우주로 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우주복을 입고 지상에서 훈련 중인 때의 모습. 로스코모스
바이코누르우주기지를 출발하는 소유스 로켓과 우주선. 로스코스모스 제공
미 톰 크루즈도 우주 촬영 계획…시기는 미정 나사의 개방 방침에 따라 미국의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더그 라이먼 감독도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지원 아래 우주정거장에서 영화 촬영을 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짐 브라이든스타인 당시 미국항공우주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톰 크루즈와 우주정거장에서 영화를 함께 작업하게 돼 흥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영화는 톰 크루즈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아메리칸 메이드’를 함께 작업했던 더그 라이만이 감독과 각본을 함께 맡는다. 촬영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우주정거장 촬영 계획을 접한 직후 우주 영화 기획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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