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크루즈가 로보택시 80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대해 리콜 조처를 취했다. 지엠 크루즈 제공
미국 지엠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가 6월23일 운전자 없는 유료 로보택시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소프트웨어 리콜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저속 시내도로에서의 교통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어서 자율주행차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크루즈와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은 크루즈가 지난 6월2일 유료 운행 허가를 받은 다음날 로보택시의 충돌 사고로 2명이 부상당한 후, 조사를 거쳐 무인 로보택시 80대의 소프트웨어를 회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사고가 난 시점은 무인 로보택시 유료 운행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때다.
크루즈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결함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7월6일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 사고는 2차선 도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던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반대 방향에서 오던 도요타 프리우스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크루즈는 보고서에서 로보택시의 소프트웨어가 다른 차가 우회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좌회전 도중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이 차량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계속 직진해, 멈춰선 크루즈 차량과 충돌했다. 이에 따라 상대방 차량에 타고 있던 최소 1명과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한 크루즈 직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프리우스는 시속 64㎞로 과속 주행 중이었다. 이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40㎞이다.
크루즈는 당시 차량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위험이 적은 쪽을 선택했으나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크루즈에 따르면 6월 충돌 사고는 그때까지 시도한 12만3560번 이상의 비보호 좌회전에서 발생한 유일한 사고였다.
크루즈는 사고가 나자 일단 로보택시 운행 지역을 축소하고 좌회전을 아예 금지시킨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크루즈는 앞서 도로에서 로보택시가 서는 바람에 직원이 직접 차량을 견인하거나 여러 대가 도로에서 엉켜 교통혼잡을 초래하는 등 여러 사건을 겪었다고 기술미디어 ‘와이어드’는 전했다.
스티븐 클리프 도로교통안전국장은 성명을 통해 “자동차 제조업체와 개발자가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크루즈의 무인 로보택시에 탑승한 고객. 운전석과 조수석이 텅 비어 있다. 크루즈 트위터 갈무리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대한 리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포니닷에이아이(Pony.ai)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당시 포니닷에이아이는 주행 중 소프트웨어 작동이 갑자기 중단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3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리콜했다.
크루즈의 무인 로보택시는 현재 비오는 날은 빼고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샌프란시코 전역의 70% 지역에서 유료 운행을 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크루즈는 2016년 지엠에 인수됐다. 크루즈의 로보택시는 지엠의 셰비볼트 전기차를 개조한 것이다.
지엠 크루즈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시험운행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이 사업에 아무런 수익없이 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유료 운행을 시작한 올해 2분기에도 5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하루에 500만달러(약 69억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매리 배라 지엠 회장은 크루즈가 2030년까지 연간 500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쟁업체인 구글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Waymo)도 유료 로보택시 영업 허가를 받았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요원 직원이 함께 탄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