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는 하루 평균 72분의 통근시간을 절약하게 해줬다. 픽사베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출퇴근하는 수고는 덜었지만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나라 직장인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그 정도가 어떤지 실태를 보여주는 국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27개국의 2021~2022년 재택근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로 절약한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72분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30분은 일을 하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업무시간을 늘리는 도화선이 된 셈이다.
이 기관이 최근 발표한
‘재택근무의 시간 절약’ 보고서에 따르면 통근시간을 가장 많이 절약한 사람들은 중국 노동자로 하루 평균 102분이었다. 이어 일본이 100분이었으며, 한국은 86분이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재택근무는 전체적으로 일주일에 1인당 약 2시간의 통근시간을 줄여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근무시간(주당 40시간)과 통근시간(주당 6시간)을 합친 주당 46시간의 2.2%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대중교통 출퇴근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이동시간을 매우 싫어하고 자가용 출퇴근자들은 혼잡한 도로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며 “따라서 이로 인한 긴 통근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해당 시간의 임금보다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노동자들은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절약한 시간의 약 40%인 29분을 본업 또는 부업의 일을 처리하는 데 썼다. 34%(25분)는 운동이나 텔레비전 시청 같은 여가 활동, 11%(8분)는 자녀 등 가족을 위한 돌봄 노동에 썼다. 일하는 시간만 놓고 따져 보면 기업은 오히려 재택근무의 수혜자였다.
절약 시간을 업무 처리에 가장 많이 쓴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노동자로 전체 절약 시간의 53%였다. 반면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노동자들은 절약 시간의 40% 이상을 여가 활동에 썼다.
한국은 평균 수준인 40%를 일하는 데 쓴 반면, 가족 돌봄에는 6%만 썼다. 이는 싱가포르와 함께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적은 비율이다. 반면 그리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절약시간의 15%를 가족 돌봄에 썼다.
보고서는 재택근무의 이점은 출퇴근 시간 절약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출근을 위한 준비 시간은 물론 통근 비용을 줄여준다고 밝혔다. 또 업무 공간이 사무실이 아닌 개인 공간인 만큼 업무의 자율성이 크다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근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데서 남녀간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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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 둔 사람이 재택근무 효과 가장 커
보고서는 이밖에 거주 형태나 성별, 연령별 특성을 살펴본 결과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첫째 통근 시간 절약 효과를 가장 크게 본 사람들은 14살 이하 자녀와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 경우 여성은 하루 11.4분, 남성은 하루 9분을 아이 돌보는 데 썼다.
둘째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미미했다. 남성들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업무 처리에 썼으나 그 차이는 불과 2.4분이었다. 여가 활동에 쓴 시간도 남성이 더 많았으나 그것 역시 2분 차이에 불과했다. 여성들은 가족을 돌보는 데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그 차이는 아이가 있는 경우 2.4분, 아이가 없는 경우 0.7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절약시간이 많았다. 이는 고학력자일수록 통근시간이 긴 지역에 거주한다는 걸 뜻한다. 이 부분은 특히 땅이 넓은 미국의 경우에 잘 들어맞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인용 보고서
https://www.nber.org/system/files/working_papers/w30866/w30866.pdf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