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오픈에이아이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겹쳐진 모습.AP 연합뉴스
인공지능,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술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했다. 나도 지난 몇 주 동안 챗지피티를 유용하게 썼다. 격식 차린 업무용 메일을 대신 써달라고 했고 1주일 건강 식단을 짜 달라고 요청도 했다. 엉뚱한 질문도 일부러 던져봤다. 대답이 돌아올 때마다 챗지피티가 몰라보게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칼럼 원고 마감이 다가와서 챗지피티에게 어떤 주제가 좋겠냐고 물어봤다. 챗지피티가 제안한 여러 주제 중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와 규제’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챗지피티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매우 혁신적인 기술로서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이러한 기술이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규제가 필요하다 .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사용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자, 규제기관, 사회 전반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때마침 며칠 전 일론 머스크, 유발 하라리 등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와 인공지능 개발사가 동참하는
성명서를 미국 비영리단체 미래삶연구소가 발표했다. 성명서는 지피티4보다 성능이 좋은 인공지능 개발을 최소 6개월 동안 즉시 중단하고 그 동안 인공지능 윤리와 투명성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강력한 인공지능 거버넌스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해야 하며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감시, 감독하는 인공지능 설계와 개발을 통해 안전규약을 먼저 구현해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자고도 했다. 어떤 방향으로 질주할지 모르는 인공지능 기술이 전문가들도 두려웠나 보다.
이 성명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인공지능 위험성은 공감하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강제로 6개월 이상 개발을 중단시키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설령 미국이 인공지능 개발을 중단하더라도 중국은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결국에는 중국이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따라잡을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는 의견이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구글의 음모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원칙을 함께 만들어야 할 때다. 미래삶연구소 성명서의 맨 마지막 문장에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읽힌다.
“인류는 인공지능으로 번영하는 미래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한 우리는 이제 보상을 받고, 모두의 명확한 이익을 위해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회가 적응할 기회를 주는 ‘인공지능 여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가을로 서둘러 가지 말고 긴 인공지능 여름을 즐깁시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