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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바닥에서 지붕까지 ‘한번에 프린팅’…20평 단층 주택을 짓다

등록 2020-08-13 08:57수정 2020-08-13 11:17

3D프린팅 또 한번 진화
미 신생 기업, 경량의 특수 합성석재 개발
자외선으로 즉시 경화…수평 프린팅 가능
바닥과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한 번에 완성하는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선을 보였다. 3D 프린터로 지은 20평짜리 단층 주택. 마이티빌딩스 제공
바닥과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한 번에 완성하는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선을 보였다. 3D 프린터로 지은 20평짜리 단층 주택. 마이티빌딩스 제공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과 벽체뿐 아니라 지붕까지 한꺼번에 프린팅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신생기업 마이티 빌딩스(Mighty Buildings)는 최근 3D 건축 프린터로 벽과 바닥뿐만 아니라 천장, 지붕까지 집의 외관 전체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두 채의 시범주택을 완공했다. 이 회사의 6m 높이 3D 프린터 빅지(Big-G)는 초당 12cm의 속도로 24시간 안에 32.5㎡(약 10평) 규모의 단층 건물 외관을 완성한다. 침실 1개, 욕실 1개와 간이 주방을 갖춘 65㎡(약 20평)의 주거 건물은 구조 완성에서 설치, 마무리까지 총 5주가 걸렸다.

마이티 빌딩스의 3D 프린터는 천장과 지붕까지 프린팅하는 게 특징이다. 최고경영자 겸 공동 설립자 슬라바 솔로니친(Slava Solonitsyn)은 “전체 건축 과정의 80%를 자동화했다"고 말한다.

마이티빌딩스의 3D 건축 프린터 시범 장면. 자외선으로 즉시 경화시킨다. 마이티빌딩스 제공
마이티빌딩스의 3D 건축 프린터 시범 장면. 자외선으로 즉시 경화시킨다. 마이티빌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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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보다 4배 가벼워…건축비 45% 절감

자동화의 비결은 이 회사가 개발한 LSM(Light Stone Material)이라는 이름의 건축재료에 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지원 아래 주방 조리대에 사용되는 인조대리석 코리안(Corian)과 비슷한 류의 가벼운 합성 석재를 개발했다. 콘크리트보다 4배나 가볍고 방수, 방화 기능도 갖췄다고 한다. 이 소재를 3D 프린팅에 넣어 노즐을 통해 뽑아내면서 자외선 빛에 노출시키면 즉시 딱딱하게 굳는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돼 수평으로 넓혀가며 지붕을 만들 수 있다. 솔로니친은 이 기술을 내세워 2018년 와이컴비네이터 프로그램을 졸업하면서 벤처캐피털로부터 3천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3D 프린팅 주택 건축에서 자동화되지 않은 것은 나머지 창문, 배관, 전기 공사다. 이들 작업은 공장에서 인쇄된 주택이 현장으로 옮겨진 뒤 진행된다. 욕실은 전문업체에 맡겨 별도로 설치한다. 인건비, 재료비 절감 덕분에 마이티 빌딩스의 3D 프린팅 주택 건축비용은 캘리포니아의 일반 주택에 비해 45% 덜 들어간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3D 프린터로 지은 10평짜리 단층 별채.
3D 프린터로 지은 10평짜리 단층 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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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대체 아닌 노동력 부족 해소”

마이티 빌딩스는 3D 프린팅 주택은 건축비가 무척이나 높고 건설 인력이 부족한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이 회사 지속가능 최고책임자 샘 루벤(Sam Ruben)은 “우리는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노동력 부족, 특히 숙련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인터넷 미디어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6년 맥킨지연구소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2025년까지 주택 350만호를 건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축 공사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현장에서 집을 짓는 것보다는 1년 내내 공사가 가능한 공장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마이티 빌딩스는 주장한다. 이 회사의 3D프린팅 주택은 현장 시공이 아니라, 회사 공장에서 구조물을 프린팅한 뒤 트럭으로 옮겨와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20평짜리 3D 프린팅 주택의 내부.
20평짜리 3D 프린팅 주택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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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대량생산 시대 열겠다”

이 회사는 이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단독주택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주택을 한 채씩 공급하는 방식 대신 주택 개발업체와 손잡고 대량 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환경 면에서 이점이 많다. 우선 재료가 덜 들어간다. 버리는 재료가 없고 여러 재료를 쓸 필요가 없다. 마이티 빌딩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벽체에는 10여 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마이티 빌딩스는 한 가지 재료만 쓴다. 배관과 전선이 들어갈 통로도 이 과정에서 동시에 만들어진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지붕과 바닥과 벽 전체를 한 몸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따로따로 제작해 결합하는 방식에 비해 지붕과 바닥, 벽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아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현재 이 회사가 제작할 수 있는 집은 10평 원룸(11만5000달러)에서부터 방 3개, 욕실 2개인 집(28만5천달러)까지 6개 모델이다. 건축비는 1제곱피트(0.09제곱미터)당 평균 314달러. 마이티 빌딩스는 당장은 단독주택의 뒤뜰에 지을 수 있는 별채 제작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일단 바닥과 벽체 3D 프린팅 기술 적용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지붕까지 합친 완전한 3D 프린팅 주택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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