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활동가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지난 2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옥스팜 제공
파리기후협정의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상위 1% 부유층은 현재 탄소 배출량을 97%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세계 인구 1인당 감축량의 30배에 이른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5일(한국시각)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 및 스톡홀름환경연구소(SEI)와 공동으로 ‘
탄소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한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세계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2.3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5도 탄소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최상위 1% 부유층이 이 기준에 도달하려면 현재 배출량의 97%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탄소 불평등 보고서’. 옥스팜 제공
보고서는 세계 인구 소득 하위층 50%는 2030년에도 여전히 ‘1.5도 탄소예산’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배출량을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가장 부유한 상위 1%는 기준의 30배, 상위 10%는 9배가 넘는 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파리기후협정의 긍정적 효과로, 중위소득 40%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1인당 배출량을 9% 줄이고 있으며, 이는 그때까지 1인당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던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위소득 국가 시민들의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1990년에 세계 총 탄소 배출량의 13%를 차지한 상위 1% 최고부자들은 2015년 15%에 이어 2030년에는 16%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0%의 총 배출량만으로도 나머지 90%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2030년에는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탄소 불평등 지형이 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와 10%의 배출량은 중위소득 국가의 시민들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곧 2030년까지 상위 1% 배출량의 23%는 중국 시민에 의한 것으로, 미국 시민 19%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시민도 상위 1% 배출량의 11%나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나프코테 다비 옥스팜 기후정책 책임자는 “억만장자의 단 한번의 우주 여행이 가난한 10억 인구의 평생 탄소 배출량을 뛰어넘는다. 가장 부유한 10%의 배출량만으로도 향후 9년 동안 합의된 한도를 넘어설 수 있다. 이는 이미 살인적인 폭풍, 기아, 빈곤에 맞닥뜨린 가장 취약한 사람들한테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