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외국인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국민들이 충분히 적극적으로 검사에 임하고 접촉자 추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었으면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진자가 나온다. 하지만 2020년 2월부터 3월 초까지 한국의 누적 확진자수는 이보다 상당히 적었다.
대규모 종교 모임에서 감염 확산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검사를 제때 받지 않은 비정상적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에 훨씬 못 미쳤다. 감염자를 늦게 찾은 만큼 제때 격리되지 못한 감염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다른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3월 말부터는 누적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보다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 경우는 오히려 감염자를 더 일찍 찾아낸 경우다. 그만큼 더 일찍 감염자들을 격리함으로써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더 잘 막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프(그림 1-8)를 보면 확진자수 곡선의 기울기가 4월10일 전후로 완만해진다. 신규 확진자수가 더 줄었기 때문이다. 감염자를 좀 더 일찍 찾아 격리함으로써 감염 확산을 더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림 1-7.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보다 작은 경우와 큰 경우가 감염확산에 키치는 영향.
선제적 확진자수 4월 초에 정점
그림 1-8에서 보라색 곡선은 ‘확진자수’에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를 뺀 값을 그린 곡선이다. 그래프 중간을 가로지르는 가로선은 0을 나타내는 기준선이다. 보라색 곡선이 기준선보다 아래에 위치하면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보다 적게 나와 감염자를 뒤늦게 찾아내는 상황이다. 반대로 보라색 곡선이 기준선보다 위에 위치하면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보다 더 많이 나와 감염자들을 선제적으로 빨리 찾아내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확진자수’에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를 뺀 값은 선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확진자를 찾아냈는지를 의미하는 ‘선제적 확진자수’다.
‘선제적 확진자수’는 2월 초부터 음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확진자가 하루 한명 정도 나오는 2월 초에 이미 감염확산이 커지기 시작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2월22일 선제적 확진자수는 -4500 아래로 내려갔다. 이때 신규 확진자수는 142명으로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2월24일 선제적 확진자수는 최저값(-4531)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뒤처져 있던 확진자수가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감염 확산은 둔화되고 신규 확진자수는 급격히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림 1-8. 선제적 확진자수: ‘확진자수’에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를 뺀 값이다. 선제적 확진자수가 음수인 상태가 지속되면 늦게 감염자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격리가 늦게 시작되면서 다른 사람을 더 많이 감염시켜 감염 확산 규모가 커진다. 선제적 확진자수가 양수면 감염자를 일찍 찾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격리가 빨리 시작되면서 다른 사람을 덜 감염시켜 감염 확산 규모가 줄어든다.
확진자 폭증 신호였던 ‘31번 확진자’를 발표한 2월18일에는 그가 참가했던 종교 예배와 일부 동선도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해당 종교의 지역 교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때부터 자발적인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5~6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11] 검사를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인 것을 고려하면, 제때 확진되는 사람은 감염되고 나서 대략 7일 후에 확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월18일의 1주일 후인 2월25일쯤부터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월25일에는 접촉자 추적의 결과로 신규 확진자수도 증가하면서 선제적 확진자수도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선제적 확진자수가 0에 근접하기 시작한 3월11일쯤부터 확진자수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그동안 뒤늦게 찾았던 감염자들을 이때 거의 다 찾아냈고, 이후부터는 감염자들이 제때 확진되는 시기로 접어든다. 선제적 확진자수도 3월25일까지 0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된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협조가 있었고 당국의 접촉자 추적과 검사도 정상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확진이 늦지 않게 제때 이루어졌던 시기이다. 이때 확진된 사람들은 평균 35일 후에 PCR 검사에서 이틀 연속 음성이 나오면서 격리가 해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발자국 모양 스티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과 겹치며 위험 증폭
0에 가까웠던 ‘선제적 확진자수’는 3월27일부터 증가해 4월8일 최고값을 찍었다.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보다 확진자수가 더 많은, 다시 말해 확진자가 평상시보다 더 일찍 확진되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이때 확진되었던 사람들은 격리가 해제되기까지 걸린 평균 35일이 넘었다. 더 일찍 확진되는 만큼 격리도 더 일찍 되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로 이 시점을 지나면서 신규 확진자수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로 누적 확진자수 곡선의 기울기가 낮아진 것이 그래프(그림 1-8)에 나타난다.
선제적 확진자수 곡선은 4월10일 이후 완만하게 아래로 향한다. 이 기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검사했는가를 나타내는 검사자수도 서서히 줄어든다. 검사자수가 줄어든 것은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줄어든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감염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선제적 확진자수는 5월7~10일엔 -100 정도로 낮아진다. 이 시기는 어린이날이 포함된 5월 초 연휴기간 직후다. 평상시보다 검사를 많이 안해 제때 확진되는 사람이 줄어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연휴가 시작된 5월2일은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간 날이기도 하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과 검사수가 적어지는 것이 겹치면서 감염 확산 위험성이 커진 시기였다. 5월 초가 지나면서부터는 신규 확진자수가 늘면서 누적 확진자수 곡선의 기울기도 더 가팔라졌다.
2020년 6월24일까지 한국의 격리 해제 기준은 PCR검사에서 이틀 연속 음성이 나오는 것이었다. 6월25일부터는 10일간 증상이 없어도 격리가 해제될 수 있는 기준이 추가되었다.[12]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를 계산하는 데 사용한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시차 35일을 6월25일 데이터부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6월24일의 35일 전인 5월20일까지만 같은 조건에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 ‘선제적 확진자수’를 계산할 수 있다.
과거를 복기하는 데 적절한 ‘선제적 확진자수’
‘선제적 확진자수’는 정상적으로 접촉자를 추적하고 검사하는 상황에서 확진되는 경우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일찍 확진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확진자수에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를 빼서 계산한다. 2020년 상반기에는 이틀 연속 PCR검사 음성이라는 엄격한 격리 해제 기준이 적용되면서, 격리 해제자수로부터 언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 ‘선제적 확진자수’를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 ‘선제적 확진자수’를 계산하려면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시차만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격리 해제자수가 나와야 35일 전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사후 분석 방식이라는 것이다. 2020년 6월25일 이후처럼 격리 해제 기준이 바뀌면서 격리 기간이 더 짧아지면 더 일찍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분석은 확진 시점에서 격리시간인 10일 이상이 지나야 가능해진다.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시차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해지면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와 ‘선제적 확진자수’도 부정확해지는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감염자를 일찍 찾아내고 있는지 아니면 늦게 찾아내고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사망하는 시점과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진과 사망 사이에도 시차가 있다. 감염자를 일찍 찾아내면 그만큼 확진에서 사망까지 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감염자를 늦게 찾아내면 확진에서 사망에 이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따라서 확진되고 사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부터 감염자를 일찍 찾아내는지 아니면 늦게 찾아내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마다 사망하는 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의 평균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사실이다. 일부 연령층에 한정된 정보만 얻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분석 방법도 확진과 사망 사이의 평균 시차가 지난 후에나 적용할 수 있는 사후 분석 방법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으로부터도 감염자를 일찍 찾아내거나 늦게 찾아내는지 판단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확진됐다고 하면, 증상 발현 시점이 확진 시점에 가까울수록 더 일찍 확진되는 것이고, 증상 발현 시점이 확진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더 늦게 확진되는 것이다. 확진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훨씬 더 일찍 확진되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5일만에, 어떤 사람은 10일만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평균 잠복기는 5~6일인데[11]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도 평균으로 보면 문제가 좀 더 간단해진다. 마찬가지로 증상 발현과 확진 사이의 시차도 평균을 계산해 얼마나 일찍 확진되는지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9. 언제 확진되는가에 따라 감염 확산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 확진되는 시점이 증상 발현 시점에 가깝거나 더 빠르면 더 일찍 격리할 수 있고, 그만큼 더 감염 확산을 줄일 수 있다. 확진되는 시점이 증상 발현 시점에서 더 늦어질수록 격리는 늦게 시작되고,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 감염 확산이 커진다.
감염 확산 위험 신호를 어떻게 빨리 포착할까
만약 어느 기간 동안 확진자 중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증상이 언제 나타났는지 조사했더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의 평균이 확진 판정을 받기 1일 전이라고 하자.
그런데 다른 기간 동안 조사했더니 증상이 시작된 시점의 평균이 확진되기 4일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확진되기 평균 1일 전에 증상이 나타난 이전 조사 결과보다 3일 늦게 확진되는 상황이다. 감염 후 격리를 하지 않는 기간도 3일이 더 늘어난다. 격리가 늦게 되는 만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감염 전파가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증상 발현과 확진 사이의 시차를 조사해 지표로 사용하면 좀 더 일찍 감염 확산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증상 발현은 확진 시점 전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확진자 중에 젋은층 비율이 많으면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진다. 그런데 특별히 젊은층의 감염 비율이 높지 않음에도 무증상 확진자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감염자를 잘 찾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접촉자 추적을 잘 해서였을 수도 있고 국민들이 검사에 협조를 잘 해서였을 수도 있다.
반대로 무증상 확진자 비율이 낮게 나오면 일종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확진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지는 만큼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감염시키면서 감염 전파가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접촉자 추적이 잘 안돼서였을 수도 있고 국민들이 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구나 검사할 수 있을 정도로 검사 역량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3] "Basics of COVID-19",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your-health/about-covid-19/basics-covid-19.html
[4]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보건당국, 국내확산 차단에 '총력'(종합)", 김잔디, 연합뉴스, 2020년 1월 20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120100751017
[5] "6시간 검사 완료 진단키트 이렇게 만들었다", 김연희, 시사 IN, 2020년 2월 14일,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77
[6] "31번 확진자 동선 속속…병원·호텔 등 잇따라 폐쇄(종합3보)", 권선미, 연합뉴스, 2020년 2월 18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218171300004?input=1195m
[7] 이후 날짜는 모두 질병관리본부 (이후에는 질별관리청)의 공식 발표일 기준이다.
[8]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 발생…확진자 53명 늘어난 104명(종합2보)", 김잔디, 연합뉴스, 2020년 2월 20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220161752017?input=1195m
[9] 과총 온라인 공동포럼 - COVID-19 판데믹 중환자진료 실제와 해결방안, 2020년 4월 2일 https://youtu.be/yqu0Zehi2Js
""내달 확진자 20만"…전파 빠르고 백신 안듣는 '센 놈' 왔다", 어환희, 중앙일보, 2022년 7월 11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85935
"방역당국 "사망자 폭증 고령층 환자 증가가 원인…병상부족 문제 아냐"",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2020년 12월 29일,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2762
[10] "[일문일답]감염원·경로 확인 안된 31번 환자", 뉴시스, 2020년 2월18일,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218_0000923214&cID=10201&pID=10200
[11] "Incubation period of COVID-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 Quesada, A. López-Pineda, V.F. Gil-Guillén, J.M. Arriero-Marín, F. Gutiérrez & C. Carratala-Munueraa, Revista Clínica Española, 221, 109 (2021), doi: https://doi.org/10.1016/j.rce.2020.08.005
[12] "내일부터 코로나19 '무증상 환자' 10일간 증상 없으면 격리해제", 강애란, 연합뉴수, 2020년 6월 2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006240960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