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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쇄빙선 아라온 출발! 극한 도전

등록 2009-06-17 14:27

해저 활화산 분출구 찾기
‘국제규모 탐사’ 첫 임무
“대양의 해저엔 ‘중앙해령'이라 불리는 활화산 산맥이 무려 7만㎞나 이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그곳에선 맨틀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조용히 분출되고 있지요. 마그마가 굳어 해양 지각이 되고, 그 지각은 서서히 밀려나 다른 지판 아래로 말려 들어가면서 다시 맨틀로 되돌아가지요. 이런 순환이 길게는 2억년 주기로 계속됩니다. 그러니 대륙에선 30억년 넘는 암석이 남아 있지만 바다엔 2억년 넘는 암석이 없어요.”(박숭현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태평양과 대서양 중앙의 수천m 아래 심해에서 마그마를 분출하고 있는 곳을 뜻하는 ‘중앙해령'은 지구적 사건의 현장이다. 1977년 ‘열수 분출구'가 태평양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는 중앙해령은 더욱 더 큰 관심사가 됐다. 열수 분출구는 바닷물이 해저 지각의 틈새로 스며들었다가 마그마를 만나 펄펄 끓는 강산성의 수증기가 되어 솟구쳐 오르는 곳이다. 강산성에 녹은 구리, 금, 아연 같은 중금속들이 뒤섞여 분출된다. 이곳 주변은 온도가 최대 섭씨 400도나 되고 산소와 빛도 없는 고압의 극한환경이지만 특이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잇따라 밝혀졌다. 최근엔 120도에서도 잘 사는 미생물이 확인된 바 있다. 열수 분출구는 지금까지 세계 대양에서 180여개나 발견됐다.

2003년 12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부근에서 숨진 고 전재규 연구원의 넋을 기리자는 뜻을 담아 건조되는 7천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가 내년부터 국제 규모의 해저 탐사 프로젝트에 나선다. 한국 극지연구소(소장 이홍금)는 16일 “지금껏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태평양-남극 중앙해령'을 본격 탐사하는 10개년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엔 극지연구소의 아라온 호를 중심으로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미국해양대기청(NOAA) 등이 참여한다. 극지연구소 쪽은 “한국이 이끄는 최초의 지구 규모 대양 탐사”라고 그 의미를 달았다.

이 탐사 계획엔 벌써부터 국제 학계의 관심이 높다. 지난 10~12일 인천 송도테크노파크에서 극지연구소 주최로 열린 ‘아라온 호의 극지 탐사' 심포지엄엔, 정식 초청을 받지 않았는데도 여러 외국 연구자들이 자비를 들여 참석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박숭현 박사는 “그만큼 아라온 호의 탐사 계획이 여러 저명한 해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연사로 초청받은 지안 린 우즈홀해양연구소 박사(중앙해령 탐사 국제협력기구 ‘인터리지' 의장)는 “중앙해령은 지구의 진화는 물론이고 극한 생명체와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야”라며 “아라온 호의 중앙해령 탐사는 한국 과학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탐사 활동엔 미국 탐사 장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심해 자율탐사정(AUV) ‘센트리'와 시료 채취용 무인잠수정(ROV), 바닷물의 혼탁 정도를 추적해 열수 분출구를 찾아내는 장비(MAPR)들이 쓰인다. 박숭현 박사는 “2010년엔 기초 준비를 하고 2011~14년엔 해마다 2~4주 가량씩 태평양-남극 중앙해령 해역을 지나며 집중 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탐사는 2019년까지 이어진다.


열수 분출구는 이번 탐사의 최대 관심사다. 고온에다 산소와 빛이 거의 없는 이곳은 지구의 초기 환경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 것으로 여겨져,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고온에서 살아가는 극한 생물들은 현대 산업의 화학공정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진수식을 마친 아라온 호는 올해 말 남극 세종기지로 보급 물자를 수송하는 첫번째 ‘몸 풀기' 임무를 수행한다.

인천 송도테크노파크/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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