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해안에 서식하는 꽃게과의 게. 최근 이 게를 이용한 실험에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한스 힐레바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꽃게야 미안해 너도 아팠구나
[토요판] 생명|조홍섭의 자연보따리
[토요판] 생명|조홍섭의 자연보따리
동물도 고통을 느끼느냐는 질문은 논쟁 많고 어려운 주제이다. 무엇보다 ‘아프다’는 건 주관적인 느낌이어서 동물이 그렇게 느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고통은 신체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경보 체계에서 출발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댄 인간이나 손에 잡힌 지렁이 모두 손상을 피하려 반사행동을 한다.
우리가 말하는 고통은 이런 즉각적인 반사행동에 더해 뇌가 관여된 괴로움을 가리킨다. 아픈 감각을 뇌가 처리해 다음엔 그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행동을 바꾸어야 ‘고통을 느낀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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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은 모두 뇌에 통각을 처리하는 부위가 있다. 사람이나 유인원은 사고 영역인 신피질에서 심리적 고통까지 느낀다. 배우자를 잃는 등 통각을 자극하지 않는 고통도 느끼는 것이다. 최근엔 개나 고양이, 새도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대뇌피질이 고통을 인식하는 핵심 부위라고 한다면 그것이 발달한 순서대로 고통을 잘 느낄 것이다. 유인원,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순서가 그것이다.
이 순서의 끄트머리에 있는 어류도 포유류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낚싯바늘에 찔리는 등의 자극을 받은 물고기는 호흡률이 증가하고 외부 자극에 무뎌지는 등의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데, 모르핀을 투여하면 그런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는 고통의 하한이 어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문어와 낙지는 척추동물이 아닌데도 놀라운 지적 능력을 보이고, 심지어 사람을 알아보기까지 한다. 게다가 게와 새우 등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해변 암초밭에서 흔히 보는 게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불을 환하게 밝힌 수조 양끝에 숨을 곳을 만들어놓고 게 90마리를 풀어놓았다. 천적을 피해 게는 피난처로 모두 숨어들었다. 자기 취향대로 비슷한 수의 게가 양쪽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한쪽 피난처에는 약한 전기를 흘려 게가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 이 게들을 모아 다시 풀어놓고 어떤 피난처로 가는지 보았더니 대부분 처음 골랐던 곳으로 향했다. 절반쯤은 어김없이 전기충격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세번째로 풀어놓은 게들은 전기가 흐르는 피난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연구자들은 게들이 두 번의 경험으로부터 고통을 회피하는 법을 학습했다고 보았다. 현재의 고통을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은 모든 동물에 공통된 것이지만, 미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자원(피난처)을 포기하고 행동을 바꾸었다면 포유류 등의 고통 인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자는 집게를 대상으로 한 이전의 연구에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더 나은 집(소라 껍데기)을 포기하는 ‘회피 학습’ 능력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런 능력이 게와 새우 등에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연구 결과는 사실 받아들이기에 불편하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꽃게와 낙지까지 동물복지의 대상이 돼야 한단 말인가. 유럽연합은 물고기까지, 캐나다 동물보호협회는 문어까지 동물복지 대상에 넣고 있지만 아직 게와 새우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처럼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따라서 당장 게와 낙지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이런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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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 등에서 물고기는 동물복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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