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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알파고 능력, 비법은 뭘까?

등록 2016-03-10 19:31수정 2016-03-10 22:21

정보 잘게 조각내 ‘작은 판단’뒤 종합판단
전에 없던 해결의 길 스스로 찾아내기도
알파고 인공지능에 숨어 있는 능력의 비법은 뭘까?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를 잇따라 꺾은 알파고라는 낯선 인공지능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능력은 어디까지 닿을지를 두고 많은 얘기가 오간다. 신비감마저 일으키는 알파고 인공지능을 해부하면 거기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알파고는 슈퍼컴퓨터 딥블루 이후에 발전한 매우 빠른 연산속도를 지닌 하드웨어에 더해 새로운 비법으로 무장했다. 방대한 기보 데이터베이스도 손쉽게 처리해 게임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찾는 알고리즘인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와 함께 이전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으로 판세와 수를 읽어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탑재된 것이다. 바로 ‘딥러닝’(심화학습)이다.

■ 예술 창의성에까지 도전장

지각, 추상, 추론, 판단을 하는 인간의 지능을 흉내내는 컴퓨터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꿈은 1950년대부터 이어져왔다. 그 핵심은 ‘인공신경망’이라는 개념으로 제시됐으나, 그것을 실제 구현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딥러닝 기법을 연구하는 정보생물학자인 조태호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원은 “1950년대에 등장한 인공신경망의 개념이 큰 진전 없이 이어져온 오랜 어둠의 시대가 딥러닝 기법을 만나서 종식됐다”고 말했다.

일반 컴퓨터는 정해진 규칙을 따라 연산을 수행하면서 예/아니오의 결과를 내놓다. 딥러닝은 연산 과정에 여러 층을 두어 컴퓨터 스스로 정보를 잘게 조각내어 작은 판단을 내고, 그것을 종합해 결과를 내놓는 새로운 알고리즘이었다.

사실 딥러닝 인공지능은 낯설지 않다. 무인주행 자동차에서도 딥러닝 기법을 볼 수 있다. 무인차의 컴퓨터는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지 사람이 있는지와 같은 정해진 물음에 답할 뿐 아니라, 안전하거나 위험한 횡단보도 상황을 담은 동영상 데이터베이스를 스스로 학습해 자동차를 운행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정보인지 덜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해 그것을 다음 연산에 반영하게 하는 방식이다. 컴퓨터가 참조할 데이터베이스가 수백 개, 수백만 개로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은 단련된다. 그러면서 거기에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창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말한다.

최근 딥러닝은 여러 분야에서 선뵈고 있다. 구글과 경쟁하는 세계 기업 페이스북도 알파고와 비슷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다크포레스트’를 개발한 바 있다. 또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은 사람이 지각하는 만큼 정확하게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예술의 창의성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공지능이 고흐, 뭉크, 피카소 같은 거장의 작품들에서 화풍을 익힌 뒤 평범한 사진을 거장의 그림인 양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적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하드웨어 속도 증가로 가능

위험한 횡단보도 상황 담은
동영상 데이타 스스로 학습 운행
‘무인자동주행차’서도 선봬

■ 왜 지금 등장했나…어디로 나아가나

딥러닝 인공지능이 왜 지금 주목받을까? 조 연구원은 “2006년 무렵만 해도 이 알고리즘 자체가 컴퓨터 자원을 많이 잡아먹어 현실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 큰 문제였는데 이젠 엄청나게 빠른 연산속도를 갖춘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딥러닝을 단련시킬 빅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알파고의 인공지능 엔진은 이번 대국에서 그 가능성을 한껏 과시하면서, 앞으로 바둑판 너머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정보 조각에서 추상적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조합해 전체 그림을 그려내 판단하는 딥러닝의 활용 영역은 음성인식, 시각인식 등 여러 영역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신 카이스트 교수(전산학)는 “공학 분야에선 4~5년 전부터 이미 이런 시도가 있었는데, 알파고는 그 기법을 바둑 대국에 최적화해 대중적으로 보여주었다”며 “컴퓨터가 여러 상황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좀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새로운 인공지능 기법이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컴퓨터가 어떤 과제 해결에 실패해도 딥러닝 알고리즘에선 어떤 연산회로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되짚어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약점이다. 무인차 교통사고의 책임을 어디에 물을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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