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바둑 대표 이세돌을 판정승으로 누른 알파고는 “기계도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일까? “기계는 지능을 가질 수 없다”는 ‘중국어 방의 역설(패러독스)’은 깨진 것인가?
중국어 방의 역설
“밀폐된 방에 중국어 모르는 사람
밖에서 넣어준 한자 문제를
소스코드대로 풀어 한자로 된 답
그 사람이 중국어를 아는 걸까” 모라베크의 역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 일라이자효과 “정신과 의사 모사 프로그램
상대방 말에 의미 없는 반응
사람들이 진짜 의사로 착각
대화 나눈 뒤 위안받는 효과”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테스트는 심판이 컴퓨터와 대화를 한 뒤 자신이 사람과 대화한 것으로 인식했다면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 딥마인드팀은 “바둑은 직관적인 게임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력에 접근할지가 관심”이라고 밝혀왔다. 이세돌을 심판으로 튜링 테스트를 본 알파고는 합격을 했을까? 전문가의 진단은 ‘아니다’에 무게가 실려 있다.
유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사람이 바둑을 안다는 것은 자기가 둔 수를 설명하거나 이론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세돌과의 대국 기록을 역추적해 알파고가 매 수마다 가치를 매긴 정도와 왜 그렇게 매겼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알파고가 그것을 추상화해 설명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거나, ‘중국어 방의 역설’을 깼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어 방의 역설은 미국 철학자 존 설이 제기했다. 그는 “밀폐된 방 안에 컴퓨터와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가 밖에서 넣어준 한자로 된 문제를 프로그래머가 짜준 소스코드대로 풀어 한자로 된 답을 적어 냈다고 해서 컴퓨터나 사람이 중국어를 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해 튜링 테스트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는 ‘모라베크의 역설’도 재확인됐다. 미국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베크는 그 이유를 진화에서 찾았다. 걷기·뛰기·듣기·보기·만지기는 인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진화해온 것인 반면 추상적,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지능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에게 로봇 팔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얌전하게 바둑알을 내려놓도록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감각운동 능력은 수백만년 동안 진화를 통해 인류와 동물에게 선사된 것으로, 인류와 동물은 이런 능력이 이미 탑재된 상태에서 태어나 원리를 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3연승을 하자 일어났던 ‘일라이자 효과’도 이세돌 9단이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뒤엔 사그라지고 있다. ‘일라이자’는 미국 컴퓨터 과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이 만든 정신과 의사 모사 프로그램으로 상대방의 말에 의미 없는 반응만 하는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진짜 의사로 착각해 일라이자와 대화를 나눈 뒤 위안을 받자 이를 ‘일라이자 효과’라 일컬어왔다. 컴퓨터에 인격을 부여하려는 심리현상인 셈이다. 바둑 프로기사들은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둔 뒤 “(알파고가)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아직은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밖에서 넣어준 한자 문제를
소스코드대로 풀어 한자로 된 답
그 사람이 중국어를 아는 걸까” 모라베크의 역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다” 일라이자효과 “정신과 의사 모사 프로그램
상대방 말에 의미 없는 반응
사람들이 진짜 의사로 착각
대화 나눈 뒤 위안받는 효과”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테스트는 심판이 컴퓨터와 대화를 한 뒤 자신이 사람과 대화한 것으로 인식했다면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 딥마인드팀은 “바둑은 직관적인 게임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력에 접근할지가 관심”이라고 밝혀왔다. 이세돌을 심판으로 튜링 테스트를 본 알파고는 합격을 했을까? 전문가의 진단은 ‘아니다’에 무게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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