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부산·울산 같은 대도시에 고강도 지진 발생하면…

등록 2016-09-13 13:21수정 2016-09-13 14:42

대비 안 된 도시는 지진을 흉기로 만들어
인구 밀집된 곳, 대비 안 된 곳일수록 피해 커
“지진 가능성 커진 만큼 순차적 대책 내놔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기상청 관측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곳과 가까운 부산은 344만8737명(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울산은 116만6615명으로 서울과 더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로,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이 같은 인구 밀집은 필연적으로 도시라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도시는 역설적으로, 지진이라는 자연의 힘을 더욱 치명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 1995년 1월17일 발생한 일본 고베 대지진(한신·아와지 대지진)과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의 사례 비교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 4월16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은 952채의 가옥을 무너뜨리고, 사망자 69명, 부상자 1663명의 피해를 불러왔다. 고베 대지진은 규모가 6.9(미국 지질조사국 기준)로, 파괴력은 구마모토 지진의 4분의 1 수준이지만(리히터 로그함수 계산법), 피해 규모는 이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사망자가 5530명에 이르렀고 파괴된 건물은 40만채에 달했다. 그날 새벽의 지진으로 고베 중심가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건물에 불이 붙어 하루 종일 시커먼 연기를 뿜어댔다.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부서진 한신고속도로의 모습은 사진에 담겨 이곳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왜 고베 지진의 피해가 더 컸을까. 고베는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대규모 도시란 점이 결정적이다. 고베의 인구밀도는 2556명/㎢로 구마모토현 241명/㎢의 10배에 이른다. 고베는 간척으로 갯벌을 메워 인구 100만명이 사는 도시를 일궈낸 ‘문명의 힘’이 빛나는 곳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도시를 건설하고 모여들었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터전을 제공하며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창의력을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재해에 직면하는 순간 도시는 ‘양날의 검’이 된다. 밀집 도시는 지진에 취약하고, 각종 바이러스와 전염병 등에 인간을 쉽게 노출시킨다.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간척으로 일군 도시는 문명의 승리로 기록됐지만, 지진으로 지반이 쪼개지자 갯벌이 드러나며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문명의 역설’이다.

이 역설은 수많은 지진 사례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힌 지진은 대부분 거대 도시에서 발생했다. 1556년 중국 산시성은 규모 8로 추정되는 지진으로 83만명이 사망했다. 산시성은 세계 3대 문명인 황하문명의 발상지다. 춘추시대 5패국 중 하나인 진이 있던 자리이고, 전국시대 조나라와 위나라가 세력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16세기 명나라 때에는 산시성에 부자들이 모여 살았다.

지난 4월17일 에콰도르의 북서부 해안도시 무이스네의 지진과 지난해 4월25일 발생한 네팔 카트만두에서의 지진은 둘 모두 규모가 7.8로 같았지만, 피해 수준은 천지 차이다. 최근 발생한 에콰도르 지진으로 인해 3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지만, 지난해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무려 9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카트만두시는 네팔의 수도로 1㎢당 202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1㎢당 50명이 사는 무이스네에 견줘 훨씬 거대한 도시다.

2014년 2월12일 발생한 중국 호탄시에서는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은 1㎢에 8.1명이 사는 곳이다. 지진학자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진이 아니라 건물이다.”

물론 인류는 이런 ‘문명의 역설’을 극복한 사례도 보여준다. 2010년 벌어진 칠레와 아이티에서는 각각 규모 8.8, 7.0의 지진이 발생했다. 칠레 지진의 파괴력이 아이티의 것보다 무려 501배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피해 규모는 정반대다. 칠레에서 지진에 의한 사망자는 550명이었지만, 아이티에서는 사망자가 31만6000명에 이른다.

‘적절한 인프라 개발 그룹’(AIDG)의 공동설립자인 피터 하스는 2010년 테드(TED) 강연에 나서 “아이티 지진의 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공학적 재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칠레에서 건물이 조각조각 부서지지 않고, 절반으로 뚝 부러진 한 건물의 붕괴 모습(사진)을 보여주며 “아이티에 건설된 건물들과 달리 칠레의 건물들은 벽체와 기둥, 슬래브 등이 함께 묶여서 서로를 지지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칠레는 수차례 지진을 겪으며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지진에 대한 대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일본 역시 과거 경험을 토대로 지진에 ‘적응’하는 대응책을 찾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선진적이던 내진설계 기준을 또 한 단계 올렸고, 재난 충격을 흡수하고 복원하는 능력인 ‘회복탄력성’이 큰 도시 체계(resilient city)를 만들어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일본의 지진 대응체계는 고베 지진 전과 후로 나뉜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많았지만 건물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부산·인천 등 우리나라 대도시들은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단층대에 위치해 있다. 이들 단층대 주변에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산다.

우리나라는 서쪽의 인도판, 남쪽의 필리핀판, 동쪽의 태평양판에 둘러싸인 유라시아판 안쪽에 자리해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에 속해 있다. 인도판이 미는 힘으로 쌓여 생긴 응력은 중국 대륙에서, 태평양판 응력은 일본 대륙에서 대지진으로 해소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대륙은 중국대륙을 계속 밀고 있고, 태평양판은 동해 아래 깊이 700㎞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한반도에는 동서 방향으로 압축응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 응력이 한반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층대를 따라 크고 작은 지진을 연평균 50회 가까이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40여년 동안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1600년 중반에 성곽이 모두 무너지는 지진이 발생했다. 그 피해규모로 추정해볼 때 대략 지진 규모는 7.2에서 7.3 정도였을 것이라고 보인다. 학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볼 때, 국내에도 최대 규모 7.4 정도의 지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1978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 9번 중 3번이 올해 발생했고, 최대 규모 5.8도 어제 발생했다. 국내에서 지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간척지 같은 매립토에서는 피해가 크니, 그런 곳을 중심으로 학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건물을 조사해 대비를 해야 한다. 지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순차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이 기사는 지난 4월19일 <한겨레> 기사 <구마모토 지진이 던진 ‘문명의 역설’>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기후재앙 ‘1.5도 마지노선’ 첫 붕괴…작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1.

기후재앙 ‘1.5도 마지노선’ 첫 붕괴…작년 지구 가장 뜨거웠다

295km 밖서 본 수성의 북극…저 검은 바닥엔 ‘영원한 얼음’ 2.

295km 밖서 본 수성의 북극…저 검은 바닥엔 ‘영원한 얼음’

100년 전에 상상한 2025년…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3.

100년 전에 상상한 2025년…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피아노 운반’ 실험했더니…개미가 사람보다 더 잘 협력하더라 4.

‘피아노 운반’ 실험했더니…개미가 사람보다 더 잘 협력하더라

나는 폐 노화자일까 심장 노화자일까…장기별 노화 시기 다르다 5.

나는 폐 노화자일까 심장 노화자일까…장기별 노화 시기 다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