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제 공동연구진 1만여명 의료기록 분석
“독감백신 맞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 크게 줄어”
선천면역 시스템 향상시키는 ‘훈련된 면역’ 효과
코로나 ‘예방’ 입증하는 건 아냐…위생수칙 지켜야
“독감백신 맞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 크게 줄어”
선천면역 시스템 향상시키는 ‘훈련된 면역’ 효과
코로나 ‘예방’ 입증하는 건 아냐…위생수칙 지켜야
독감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 모형도. 픽사베이
독감 백신 맞은 세포, 면역분자 더 생성 확인 연구진은 대신 세포를 떼어낸 뒤 체외 실험을 통해 ‘훈련된 면역’ 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연구진은 우선 건강한 성인 기증자의 혈액 세포를 채취했다. 그런 다음 이 세포 가운데 일부를 독감 백신(4가 불활성 백신)에 노출시키고 6일 동안 배양했다. 6일 후 이번엔 이 세포를 코로나19에 노출시켰다. 이어 하루가 지나 세포의 반응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독감 백신에 노출됐던 세포는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사이토카인이라는 이름의 면역분자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사이토카인은 코로나19 감염 과정에서 늦게 생성되면 인체 기관을 손상시키지만 초기에 생성되면 면역 기능을 활성화한다. 이번 연구는 아직 동료과학자들의 엄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상태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특정 감염 질환에 대한 백신이 다른 감염증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훈련된 면역’은 엉터리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최근 이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연구진은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서, 훈련된 면역 효과는 선천면역에 관여하는 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제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저널 ‘백신’, 지난 6월 ‘의학바이러스학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에서도 독감 백신을 맞은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높은 곳에서 코로나19 감염률이 더 낮았다는 이탈리아 지역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전출판 논문집 ‘메드알카이브’(MedRxiv)에는 지난 5년 동안 독감, 소아마비, 수도, 홍역-볼거리-풍진(MMR), 간염(A형 또는 B형), 폐렴구균성 질환 백신을 맞은 성인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7월 실렸다.
독감 바이러스 구조도.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가닥을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미국 CDC 제공
세계 20여곳서 BCG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임상시험중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현재 결핵용 BCG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이 전 세계 20여곳에서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BCG 백신은 결핵이 확산되지 않은 경우에도 감염 위험과 전체적인 아동 사망률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네테아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독감 백신을 맞히기 전에 BCG 백신에 면역 세포의 일부를 노출하는 실험도 병행했다. 그 결과 독감 백신만 투여했을 때보다 두 백신을 모두 투여했을 때 사이토카인이 더 많이 생산된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독감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에 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상태다. 면역생물학자이자 임상병리학자인 예일대 의대 엘렌 폭스맨(Ellen Foxman)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흥미롭지만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한테 조금 보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독감은 보통 12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한다. 백신 주사를 맞으면 항체가 형성되기까지는 대략 2주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늦어도 11월 안에는 접종을 하는 게 좋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연재독감백신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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