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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2020 스페이스엑스, 우주 개발사를 새로 쓰다

등록 2020-12-30 09:59수정 2020-12-30 22:20

로켓·우주선·위성 분야서 속속 새 기록 세워
올해 로켓 26회 발사...2주일에 한 번꼴 쏜 셈
12월19일 미 군사위성을 싣고 날아오르는 팰컨9 로켓. 올해 26번째이자 마지막 발사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12월19일 미 군사위성을 싣고 날아오르는 팰컨9 로켓. 올해 26번째이자 마지막 발사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우주산업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미지의 세상에 도전한다는 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1971년생 엑스(X)세대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이런 점에서 2020년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스페이스엑스가 내딛는 걸음이 곧 우주개발의 새 역사가 되는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로켓 발사 횟수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스페이스엑스는 재사용 가능한 팰컨9 로켓을 올 한 해 26회나 우주로 발사했다. 2주일에 한 번꼴로 로켓을 발사한 셈이다. 이는 2018년에 세운 21회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다 횟수다. 2010년 개발한 팰컨9 로켓을 처음 발사한 지 10년만에 100번째 발사하는 기록도 세웠다. 한 해 평균 10번씩은 쐈다는 얘기다. 100번의 발사 중 실패 사례는 2015년 한 번뿐이었다.

1로켓 7번 발사라는 재사용 신기록을 세운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 `B1049'. 겉면의 그을음이 재사용품임을 알려준다. 테슬라라티
1로켓 7번 발사라는 재사용 신기록을 세운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 `B1049'. 겉면의 그을음이 재사용품임을 알려준다. 테슬라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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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한 로켓 26개 중 23개 회수…`1로켓 7회 발사' 신기록

스페이스엑스 로켓의 최대 경쟁력은 회수-재사용 기술이다. 올해 쏘아올린 26개의 로켓 1단계 추진체 중 23개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1단계 추진체는 전체 로켓 제작비용의 60%를 차지한다. 로켓 회수-재사용은 로켓 발사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이는 우주여행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원동력이다.

로켓 재사용에서는 `1로켓 7번 발사'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1월24일 16번째 스타링크 군집위성을 쏘아올린 팰컨9 로켓이 기록 수립의 주인공이었다. 이 로켓은 2018년 9월 처음 발사된 이후 2019년 1월과 5월, 2020년 1월, 6월, 8월 잇따라 다시 날아올랐다. 한 분기에 한 번씩 발사대에 선 셈이다. B1049라는 이름의 이 로켓은 이날도 대서양 해상 바지선으로 무사히 돌아와 8번째 발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머스크는 팰컨9의 1단계 추진체는 특별한 보수 작업 없이 10번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원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4인. 스페이스엑스 제공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원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4인.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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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민간 유인 우주선 탄생...뉴스페이스 시대 주도

그러나 올해 스페이스엑스의 가장 빛나는 성과는 뭐니뭐니 해도 사상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5월 두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 시험비행을 한 데 이어 11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공식 승인을 받은 민간 유인 우주선 1호 `크루-원'(Crew-1)을 팰컨9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가 첫 유인 우주선 국가의 영광을 소련에 안겼다면, 2020년 크루-원은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보유국이란 명예를 미국에 안겨줬다. 미국이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중단 이후 9년만에 다시 갖게 된 유인 우주선이 민간 우주선이란 점에서, 크루-원의 탄생은 우주산업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갔음을 알리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공식 선언이기도 하다. 크루-원에 탑승한 4인의 우주비행사는 우주선에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이란 뜻)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사는 2020년에 시련과 억압을 겪은 사람들과 고난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인류의 본성을 기리려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궤도에 배치되는 스타링크 군집위성. 스페이스엑스 제공
궤도에 배치되는 스타링크 군집위성.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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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기 스타링크 군집위성으로 첫 우주인터넷 서비스

고도 550km의 저궤도 군집 위성을 이용한 우주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10월부터 미국 북부 지역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스타링크 인터넷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초의 우주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장비값 499달러, 한 달 이용료 99달러다.

2020년 로켓 발사 횟수의 절반이 넘는 14차례가 스타링크 위성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 로켓은 발사 때마다 약 60기의 위성을 쏘아올렸다. 지금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955기의 위성이 궤도로 날아올랐다. 올해만 840기다. 이 가운데 현재 궤도에서 작동 중인 것은 900여기다. 1957년 이후 지금까지 인류가 쏘아올린 위성이 1만500여기이고, 현재 운영중인 것이 3300여기인 점을 고려하면 스페이스엑스가 올해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들이 위성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스타링크 위성은 2024년 6천기, 2027년 1만2000기로 늘어난다. 스페이스엑스는 향후 위성 수를 최대 3만기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 군집위성의 등장은 천문학계에 천체 관측 방해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12월9일 스타십 8번쩨 시제품의 첫 고고도 비행. 스페이스엑스 제공
12월9일 스타십 8번쩨 시제품의 첫 고고도 비행.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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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일체형 스타십 첫 고고도 비행...화성여행 시금석 놓아

머스크의 궁극적 목표는 화성 여행이다. 2020년은 이를 향한 시금석을 놓은 해다. 그가 화성 여행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 스타십 시제품(SN8)이 12월9일 지상 12.5km의 첫 고고도 비행에 성공했다.

스타십은 2단계 추진체와 우주선을 하나로 묶은 로켓 일체형 우주선이다. 달이나 화성 등 다른 천체에서도 독자적인 이착륙을 할 수 있다. 열에 강한 스테인리스강으로 외부 표면을 덮은 스타십은 높이가 약 50 미터에 이른다. 앞으로 개발할 1단계 추진체 슈퍼헤비와 결합하면 지름 9m, 높이 120m로 역대 최대 유인 우주발사체가 된다.

머스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운이 좋으면 2년 안에 무인 화성 여행이, 4~6년 후에 유인 화성 착륙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 럽게 예상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2024년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쓸 유인 우주선 후보 가운데 하나로 스타십을 선정했다.

미래의 화성 기지에 착륙하는 스타십 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미래의 화성 기지에 착륙하는 스타십 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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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48회 로켓 발사, 범세계 우주인터넷, 1로켓 10회 발사 도전

스페이스엑스가 올해 쌓은 성과는 한 기업이 한 해 동안 이뤘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굵직한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기업가라는 평을 듣는 머스크는 개인적으로도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자신이 경영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 급등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세계 2위 억만장자가 됐다. 29일 현재의 그의 자산 총액은 1600억달러에 이른다.

생후 2개월된 7번째 아기를 안고 있는 일론 머스크.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생후 2개월된 7번째 아기를 안고 있는 일론 머스크.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머스크는 새해엔 팰컨9 로켓 발사 횟수를 올해보다 20여회 늘린 48회로 잡고 있다. 이미 올해 4분기(10~12월)에 10차례 몰아치기 발사를 한 바 있어, 이 목표의 실현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거의 1주일에 한 번꼴로 로켓을 발사하게 된다. 2021년 말까지는 스타링크 위성을 1500여개로 늘려 세계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있다. 애초 장담했던 로켓 재사용 횟수 10회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 중 하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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