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주주모임은 국민주신문 〈한겨레〉만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사진은 부산한겨레가족모임 주주 회원들이 지난 2001년 5월 창간기념일을 맞아 〈한겨레〉 홍보에 나선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1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 25면
<한겨레>의 특성은 열성 독자가 많다는 점이다. '한겨레주주독자 부산가족모임' (회장 이왈신)은 그런 열성 독자 중에서도 '골수'들의 모임이다. 매달 한 차례 모임을 갖는데, 그때마다 부산역 광장에서 <한겨레> 구독을 권유하는 홍보행사를 벌인다.
이들 중에는 신문배달로 번 1만원을 내고 산 주식증서를 지금도 종이가 닳도록 꺼내보곤 하는 30대 회원도 있고,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피난와 실향의 아픔을 한겨레신문 창간주주와 독자로 참여하며 달래다 세상을 떠난 회원도 있다고 이왈신 회장은 전한다.
한겨레 부산모임은 한겨레신문 창간 2개월 전인 지난 1988년 3월 권준석(76)씨 등 부산지역 교육계 원로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거리에서 한겨레신문 창간을 알리고 기금모금에 나서는 등 온 힘을 아끼지 않았다. 이왈신 회장은 "당시만 해도 경찰에서 한겨레 독자와 주주들의 신원조사를 할 정도로 힘든 때였는데도 많은 회원들이 쌈짓돈을 아끼지 않고 한겨레신문 창간에 내놓았다"고 회고했다. 회원 홍성곤(42·참개혁시민연대 대표)씨는 아들 돼지저금통까지 깨 128만원을, 손재현(60)씨는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말이 산 것이지 사실상 기부한 셈이었다.
부산모임 회원들은 "비록 작은 돈이었지만 세상을 바꾸는 물결이 됐다고 자부한다. 특히 최근 <한겨레>가 언론개혁 시리즈를 보도해 주주이자 독자로서 더욱 큰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겨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주문도 많다. "지역 독자와 주주, 지역주민을 위해 강연회와 공연 등 문화행사를 열었으면 좋겠다" "<한겨레>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사 발굴도 중요하지만 주주와 독자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한다" 등의 따가운 지적들이다.
"창간호가 나왔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군부 독재를 물리치는 데 큰 힘이 됐듯 이제는 통일을 이끌어 내길 바랍니다." 부산모임 회원들이 <한겨레>에 가장 바라는 주문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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