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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콘텐츠에 ‘40대 남성 얼굴’…외부 비판에 위축 말길”

등록 2018-10-19 18:03수정 2018-10-22 14:06

17일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 첫 회의 열려
한겨레신문사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달 꾸린 ‘제7기 열린편집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편집위원회는 지난 17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한겨레>의 편집과 콘텐츠 전반에 대해 평가했다. 첫 회의에서는 <한겨레>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외부의 비판에 위축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가짜뉴스’와 사립유치원 비리를 다룬 보도를 두고는 다양한 시각을 담아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제7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겸 한겨레 시민편집인>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사진 왼쪽부터)

안지애 <한겨레:온> 편집위원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최서윤 작가

최선목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사내 위원>

김종구 편집인

이종규 콘텐츠1부문장

1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신광영 위원장 오늘 회의는 각각의 기사에 대한 내용보다도 <한겨레>의 전반적인 편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 첫 회의에서 큰 흐름을 짚어본 뒤, 한겨레가 그동안 추구해온 정신에서 더 나아가 시대정신으로 한국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의미 있는 언론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가감 없는 말씀 부탁한다.

최선목 1988년 창간 때가 기억난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은 “한겨레가 빛이다”라는 느낌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돈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독특함을 이어오고 있어, 한겨레만의 장점은 여전히 많다. 재벌기업 임원이지만 한겨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증을 갖는다. ‘시대의 시각’과 함께 기업인으로서 한겨레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생겨났다. 한마디로 “한겨레이니까”라는 말을 한다. 중의적인 의미다. “한겨레이니까 남이 못하는 걸 한다, 좋은 걸 해냈다”라는 것도 있지만, “그들은 항상 그러니까”라는 시각도 있다. 한겨레의 지적이 별로 아프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겨레가 재벌기업 보도를 할 때 “기업과 오너를 구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구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이건 총수 문제다, 이건 기업 문제다”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정민영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한겨레는 예전에 늘 1위를 했는데, 얼마 전부터 그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환경 변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안에 진영논리가 과하게 득세하면서, 언론을 보는 시각도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한겨레의 입장이 현 정부 지지자에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한겨레가 과도하게 비판받는 면이 있다고 본다. 지면보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소비하면서 전체적인 보도 흐름보다 단편적인 기사만 보고 오해를 하는 것 같다. 한겨레가 이런 환경에 대처할 필요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겨레가 외부 비판에 위축해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여사’ 논란이다. 한겨레가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견지하고 외부 비판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 있다.

진영논리 속

과하게 비판받기도

그동안 지켜온 원칙

견지하길

‘기업과 오너 구분’ 못할 땐

재벌·기업 비판기사

감흥 없어

안지애 아이를 기르는 젊은층의 입장에서 보면, 한겨레라는 좋은 신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각을 보여주고, 독자와 다양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뉴스 소비 방식이 컴퓨터에서 휴대전화로 넘어오는 시대에 한겨레가 잘 적응하는지 여부는 또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감한 이슈를 많이 다뤄온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폐간한 것을 보면 그렇다. 최근 한겨레 뉴스를 보려고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했다. 한겨레에 관심을 가지고 친구를 맺으면 주요 기사를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내는 게 없더라. 종이신문과 온라인 영역의 독자가 나눠져 있는데, 온라인 독자를 위해 피디에프(PDF) 서비스를 하거나 기사를 유료화하려는 고민은 적어 보인다.

신광영 위원장 한겨레와 미국 <뉴욕타임즈>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얻는 정보량이 다른다. 예컨대 <가디언> 등 외국 언론은 5년 전 기사들, 해당 이슈와 관련한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제공한다. 그런데 한겨레는 최근 몇 일치 기사만 볼 수 있다. 5~10년 전 기사가 연결이 잘 안 된다. 그러다보니 독자들이 단편적 기사만 접하게 된다. 신문사가 심층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을 갖도록 해줄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최서윤 한겨레가 요즘 자영업자 문제, 가짜뉴스 등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냈다. 잘하는 것도 많은데 묻히고 당파적으로 비판 받는 게 아쉽다. 한편으로는 한겨레가 예전엔 문화적으로 ‘첨단’이라는 느낌을 줬는데, 지금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른바 ‘노잼 신문’이 되지 않았나. 단독보도를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약화된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내부에 나이든 기자들이 많은 게 어쩔 수 없이 신문에서 느껴진다. 새로 시작한 인터뷰 연재물 ‘요즘은’도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콘텐츠의 전반적인 톤이 나이든 40대 남성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기사가 하나씩 소비되는 상황 때문에 벌어지는 부정적인 사례일 수도 있는데,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다룬 칼럼에서 “서울 집값 비싸니까 지방으로 가자”는 칼럼이 실렸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면 ‘누군 생각 안 해봤나’ 이런 생각이 든다. 젊은층은 아르바이트를 해도 지방에선 최저임금도 받기 어렵고 문화 소비를 못하는 제약도 있어서 못 가는 것이다.

휴대폰 뉴스 시대 대응 부족

온라인서 과거기사

연결 잘 안돼

세계적 변화 관련

분석 안 보여

칼럼 날카롭지만

재밌진 않아

1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7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신광영 나이 든 독자 입장에서 종이신문에 대해 말씀드리면 사진 등 다른 신문에 견줘 색상이 뚜렷하지 않다. 좋게 얘기하면 인상파 그림 같다. 좀 더 명쾌한 정물화 같은 지면을 보고 싶다. 또 요즘 국제적인 뉴스가 많은데 국제뉴스를 잘 전달하고, 심층적 보도로 독자들이 구체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신문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다. 큼직큼직한 세계사적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겨레가 그런 부분을 분석기사로 심층적으로 다뤄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컨대 유럽 극우파 현상의 경우, 20세기 패러다임이 바뀌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단편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선거로 어느 당이 이겼다” 정도로 다룬다. 왜 그런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그리고 그걸 통해서 세상이 이상하게 바뀌고 있다는 이해와 정확한 감각을 갖는게 중요한 정보가 될텐데 말이다.

최서윤 칼럼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한겨레에 좋은 칼럼니스트들이 많다. 진지하고 소수자 관점에서 통찰이 담담하게 담긴, 폐부를 찌르는 칼럼이 좋은데 필진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경향신문>에 게재된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한겨레 칼럼은 전반적으로 ‘날카롭게, 진지하게’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재밌는 칼럼이 못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 열심히 하는 분들 가운데 섭외해서 정기연재를 해보거나 사회문화 현상을 재밌게 풀어내는 필진을 모셨으면 좋겠다.

또 한겨레 필진 가운데 평론가 비중이 많다고 느껴진다. 좋은 문화를 소개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실제 현장을 누비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직접 경험을 간접 소비하는 걸 욕망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칼럼을 더 읽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론가 이야기도 좋지만, 생생한 ‘플레이어’의 목소리도 담는다면, 아까 말씀드린 한겨레가 문화적으로 ‘첨단’을 달리던 시절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짜뉴스’ 정부대책 정밀 평가 아쉬워… ‘유치원 비리’ 구조적 원인 진단해야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17일 열린 첫 회의에서 최근 <한겨레>가 다룬 주목할 만한 기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한겨레의 가짜뉴스 보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으나, 보도 이후 정부가 내세운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론의 분노가 이어졌던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한 보도에서는 ‘비리의 원인 분석’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정민영 위원은 한겨레가 가짜뉴스 보도 이후 사회적 논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엄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한겨레 보도에 뒤이어 정부가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16일에는 법무부가 ‘가짜뉴스 근절책’도 내놓았다”며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정부의 대응책이 가져올 또다른 위험성에 대해 한겨레가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인권단체들이 ‘정부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설 경우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지만, 한겨레의 보도 방향은 ‘규제가 필요하다’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다”며 “뒤이어 우려를 담은 은 보도를 했지만, 다소 늦은 대응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안지애 위원은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비리 유치원에 대한 처벌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립 유치원도 있을 수 있다”며 “정부 지원금 대신 학부모에게 유치원 지원금을 직접 주면 안 되는 것인지 등 비리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리 김성환 참여소통데스크 hwany@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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