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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정치를 양당 대결 위주로 다뤄…진보·제3당 보도 늘려야

등록 2023-11-05 18:18수정 2023-11-06 09:59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정치 보도 점검

공직후보 끈질긴 검증기사 유익
인사실패 책임·방지책 잘 짚어

사설에 대통령 비판 너무 많아
다른 이슈도 폭 넓게 다뤘으면

예산안 문제 날카롭게 파헤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야

기사에 익명 취재원 많이 등장
투명성 높이려는 노력 기울이길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11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11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콘텐츠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정치 기사다. 다룬 분야에 비해 훨씬 조심스럽게 기사를 쓰는데도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흔히 ‘정치적 내전’에 비견되곤 하는 한국사회 정치 양극화의 영향이 클 것이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여섯번째 회의에서는 이처럼 ‘인화성’이 강한 이슈를 다루는 한겨레의 정치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우경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위원,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전정윤 뉴스룸국 인사교육부국장, 황준범 정치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은 한겨레의 정치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심창식 신문 기사는 티브이에서 본 뉴스와 차별성이 있어야 가치가 있는 건데, 한겨레 정치 기사들이 예전보다 좀 밋밋해진 것 같다. 예컨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무도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점을 1면 기사 제목에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치 보도에서 정파성을 띠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건 좋은데, 때로는 매서운 비판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시아미래포럼을 전후해서 정치적 양극화와 적대정치, 진영논리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여러 차례 다뤘는데, 그건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와 관련된 의제를 한겨레가 계속 제시해줬으면 한다. 다만, 진영논리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진영 자체를 망각하고 그냥 객관적인 사실만 보도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독자들 사이에서 한겨레가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다. 진영논리를 경계하려다 한겨레가 추구해온 가치나 색깔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김종진 최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다룬 기사가 정치면에 실렸는데, 그들이 뭘 지향하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고 너무 당내 역학관계 중심으로 다룬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 기사도 마찬가지다. 정치 기사에는 노동, 외교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가 코멘트가 적은 것 같다. 특히 지지율이나 무당층 비율 같은 통계는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통계를 다룰 때 전문가의 해석이나 분석이 함께 제시되면 좋겠다. 끝으로, 최근 국민의힘에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했는데, 공식 회의에서 뭐가 논의됐는지는 안 나오고 인요한 위원장의 발언 중심으로 보도가 되는 것 같다. 회의 내용도 충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예진 한겨레가 대통령과 여당의 퇴행에 대해 잘 짚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 정론지로서 과하지 않게 의견과 가치를 담아서 보도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설에서는 대통령 비판이 좀 많다고 느껴져서 독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피로도가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엔 인사 문제와 언론 장악 이슈가 반복적으로 나왔는데, 사설의 폭을 좀 넓혔으면 좋겠다. 토요판에 연재되는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는 국내 정치의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유익하다. 스트레이트 지면에도 이런 기사들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북·중 접경 1334km를 가다’ 기사는 일부 내용이 조금 치우쳐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이윤소 이번에 정치 보도를 모니터링하면서 ‘나는 어떤 뉴스를 원할까’ 생각해봤다. 지금이 냉소하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관점의 기사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균용, 김행, 유인촌 등 공직 후보자에 대해 끈질기게 검증을 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인사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뭐가 필요한지도 잘 짚었다. 인사뿐만 아니라 예산과 관련해서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예산 문제를 계속 날카롭게 파헤치고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줬으면 한다.

이준형 신문사 입장에서는 양당 체제에 속해 있는 스피커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계속 그런 방식으로 보도를 하면 언론이 양당 체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양당 체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한겨레도 그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제3당 창당 움직임이라든가 진보정당에 대한 기획보도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강서구청장 선거 보도에서도 ‘총선 전초전’ ‘정권 심판’ 이런 식으로 양당 간의 대결 차원에서 접근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는데, 강서구라는 지역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쓸 수는 없었을까, 그런 보도를 통해서 진보정당들의 이야기를 좀 더 충분히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우경 그동안 정치면은 잘 읽지 않았다. 피로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뭐가 팩트인지도 모르겠고, 서로를 공격하는 것도 그렇고. 일간지들의 정치 기사 제목을 보고 너무 자극적이어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까 다른 위원님은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다룬 1면 기사의 제목(‘용산의 패배’)이 좀 밋밋했다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진보의 품격을 느꼈다. 유튜브 등에 지나치게 극단적인 메시지가 많기 때문에 지면에서는 좀 품격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정임 그동안 미디어 전문가들이 한겨레 보도에 대해 가장 많이 한 비판은 정파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실제 어떤지 살펴봤는데, 그다지 정파적이라고 문제 삼을 만한 기사들은 잘 보이지 않더라. 한겨레가 외부의 비판을 수용해 정치적 사안을 신중하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한겨레를 오래 봐온 창간주주나 독자들 중에는 한겨레가 예전과 달리 매서운 맛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불만은 끈질긴 취재로 인사 검증이나 권력 감시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파성과 함께 많이 지적받는 문제가 투명성 부족이다. 기사에 ‘대통령실 관계자’와 같은 익명의 취재원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그 익명 취재원들이 정파적인 논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된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여전히 개선된 것 같지 않다. 취재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그런 관행을 인정하고 거기에 안주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한겨레 취재보도준칙에 맞게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끝으로, 정치 보도에서도 예산안 등 독자들의 삶과 관련성이 높은 기사, 시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황준범 다양한 의견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단 하나도 허투루 들을 게 없는 것 같다. 지적하신 것들 중에는 저희도 늘 고민하지만 하루하루 현안에 매달리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다. 좀 더 노력하겠다.

전정윤 사실 한겨레 구성원 사이에서도 보도 방향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총선 전에 사내에서도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냈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람페두사 비극 10년…난민들, 위험한 항해중'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난민 문제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니다. 재중동포, 탈북민 등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도 한번 종합적으로 다뤄봤으면 좋겠다.”(심창식 위원)

▪ “아시안게임 탁구 경기에서 전지희-신유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내용을 다룬 기사의 큰 제목에 ‘귀화 언니’라는 표현을 썼더라. 이 분이 귀화한 지 12년이나 됐는데 꼭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윤소 위원)

▪ “이번달에 난민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온 것 같다. 난민 문제는 우리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은 영역이다. 한겨레가 우리 사회가 더이상 혐오 사회로 가지 않도록 앞으로도 잘 다뤄줬으면 한다.” (김종진 위원)

▪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사 중에 군비 경쟁과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다룬 내용이 있었는데, 새로운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낯선 벌레 출현과 기후변화의 관계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는 젊은층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었는데,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유통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예진 위원)

▪ “한-중 남자축구 클릭 응원에 대한 정치권의 포털 때리기를 다룬 기사를 재미있게 봤다. 문제점을 잘 짚은 기사였다. 이 일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혐중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김우경 위원)

▪ “한겨레가 후쿠시마 오염수나 원전 이슈와 관련해 ‘아젠다 키핑’(지속적인 문제 제기)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지난번 소방관 기획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한번 보고 싶었는데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 디지털 전용 콘텐츠들을 한번에 쉽게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10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2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토요판 커버스토리 ‘어느 특수협박범의 서사’였다.

1. 함부로 생략돼선 안 될 어느 ‘특수협박범’의 서사

토요판부 이문영 기자

한줄평: “무차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여론 흐름 속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장애인 등 소수자의 상황을 세밀하게 조명” “안전을 빌미로 누군가의 인권은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

2. 89살에 치매 가족 돌봄…단 3시간 휴식까지 뺏으려는 나라

전국부 박다해 기자

한줄평: “치매 노인 등 취약계층을 국가 시스템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줬다”

3. ‘이태원 참사 1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 이태원 참사 1주기 보도

사회부 곽진산 기자 외 다수

한줄평: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참사 1년을 잘 돌아본 기사들”

4. 토요판 커버스토리 ‘인사청문회가 사는 법’

토요판부 신승근 기자

한줄평: “인사청문회의 역사를 통해 청문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5. ‘람페두사 비극’ 10년…난민들, 위험한 항해중

국제부 노지원 특파원

한줄평: “유럽 난민 위기의 실상과 대안을 담은 훌륭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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