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핑용기 등에 내년부터 ‘재활용 어려움’ 표시 붙는다…우유팩 등 멸균팩은 제외

환경부, 9일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개정안’ 발령
생산자 회수 등 재활용 체계 구축

게티이미지뱅크

환경부가 내년부터 샴푸와 화장품 용기처럼 여러 재질이 복합된 포장재에 대해 재활용이 어렵다는 의미의 ‘도포·첩합’ 표시를 붙인다. 다만 우유나 주스 용기로 주로 쓰이는 멸균팩은 이러한 표시 대상에서 빠졌다.

환경부는 8일 “복합재질과 같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도포·첩합’ 표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오는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발령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월24일 타 재질이 부착된 플라스틱에 대해 ‘도포·첩합’ 표시를 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표시 대상은 내년 1월1일 이후에 출시되는 제품 중 종이와 플라스틱, 금속처럼 여러 재질이 혼합되거나 맞붙은 방식으로 섞인 제품이다. △페트병에 분리 불가능한 금속 스프링 펌프를 사용한 경우 △종이팩에 분리가 불가능한 중량 10% 이상의 플라스틱 마개를 부착한 포장재 △합성수지에 분리가 안 되는 금속 접착제를 붙인 포장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합성수지에 생분해성 수지 등이 혼합된 경우에도 ‘도포·첩합’ 표시를 붙인다.

‘도포·첩합’ 표시 대상에 해당되는 포장재 예시. 환경부 제공

상온보관용 주스나 두유, 우유 용기로 쓰이는 멸균팩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멸균팩은 종이에 알루미늄이 혼합된 구조다. 지난 2월 행정예고 때는 멸균팩도 대상에 포함됐으나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폐기물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소비자와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환경부는 생산자의 자체적인 멸균팩 회수를 유도하는 등 재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멸균팩을 이번 ‘도포·첩합’ 표시 대상에서 뺐다. 또 재질과 구조가 다른 멸균팩과 살균팩이 재활용 과정에서 섞이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멸균팩’, ‘일반팩’(살균팩)으로 표시를 구분한다.

이밖에도 지난해 12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시행됨에 따라 생수병 등 페트병의 분리배출 도안 표시가 ‘페트’에서 ‘무색페트’로 바뀐다. 폴리염화비닐(PVC) 포장재 사용이 금지되면서 플라스틱 및 비닐류 표시 재질에서 해당 표시가 사라진다.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고자 마련된 제도지만 자원순환을 촉진할 근본 대안은 못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재활용이 안 되는 제품에 대해 분리배출을 하지 않도록 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그렇게 재활용이 어렵다면 사용을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멸균팩 재활용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에 대해선 “뒤늦은 대응”이라며 “멸균팩 재활용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함에도 그동안 분리배출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멸균팩이 환경성이 높은 포장재로 인식된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멸균팩이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이 된다면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