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에메랄드홀에서 국내 10대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발표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을 발표했다. 에스케이(SK)와 삼성이 그나마 높은 C+ 등급을 받았고 롯데, 농협, 한화, 지에스(GS), 현대중공업 등은 가장 낮은 F 등급을 받았다. 한국 산업계가 대학생이라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과목에서 재수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린피스는 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주요 그룹들의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이용 현황을 평가한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를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포스코, 한화, 지에스, 현대중공업, 농협 등 2020년 공시기업집단 내 자산 총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그룹이 선정했다. 이 기업들의 매출액 기준 상위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 4월12일부터 5월7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항목은 △사용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대체 여부 △재생에너지 100% 목표연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이용 중이거나 이용할 계획인 방안 △기후 대응 관련 정보공개 여부 등이다. 전체 100개 계열사 중 44곳만 조사에 응했는데 이 중 37곳만 재생에너지 100% 조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위한 목표연도가 있는 곳은 25곳에 그쳤다. 목표연도가 있는 기업에서 설정한 평균 연도는 2048년으로,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에 가입한 전 세계 기업의 이행 평균 연도인 2028년보다 20년이나 늦었다.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은 이러한 기업의 RE100 이행 계획과 목표연도에 따라 정해졌다. 이행 계획이 없거나 무응답이면 0점이고 계획이 있고 목표연도가 빠를 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추산 결과 A 등급과 B 등급을 받은 그룹은 한 곳도 없었고 에스케이와 삼성은 그나마 가장 높은 점수인 C+ 등급을 받았다.
그룹 별로 보면, 에스케이는 조사에 응한 10개 계열사 모두 RE100 이행 계획과 목표연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2030년을 목표연도로 제시한 에스케이네트웍스를 빼면 나머지는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10개 계열사가 RE100 이행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목표연도를 세운 곳은 4곳 뿐이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1위 기업인 포스코는 RE100 이행 계획이 있는 계열사가 6곳, 목표연도를 정한 계열사가 5곳이었다. 엘지(LG)는 각각 7곳과 4곳으로 D등급에 그쳤다. 이러한 계획을 세운 계열사가 없거나 소수인 롯데, 농협, 한화, 지에스,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은 가장 낮은 F 등급을 피할 수 없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인 만큼, 재생에너지 현황 및 목표 수준을 각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말했다. 이어 “10대 그룹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와 이들 그룹사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주요 그룹사에서부터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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