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온라인 정책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지사 캠프 제공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 핵심의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 등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조 바이든은 승자가, 기후변화를 부정한 도널드 트럼프는 패자가 됐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여당 6명, 야권 15명(정의당 제외) 등 2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일찌감치 대선판을 달구고 있지만 ‘기후공약’은 말 그대로 가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하며 기후공약을 쏘아올렸다. 구체적 내용은 없어 ‘해갈’ 수준까지는 아니다. 다만 지지율 선두권인 이 지사의 기후공약 발표는 다른 경쟁후보들의 기후공약을 이끌어내는 ‘기후대선’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첫 정책 발표에서 제1공약 키워드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부 △대통령 직속 우주산업전략본부 △데이터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에너지 대전환은 피할 수 없다.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어 통합정책을 할 수 없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로 가기 위해 통합관할 부서가 필요하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 등을 통해 ‘에너지대전환·녹색산업혁신·디지털대전환 등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8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한다. 이 지사가 기후에너지부 조직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산업부에서 에너지 관련 업무를 떼어내 독립부처를 만드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 지사를 뒤쫓고 있는 이낙연 후보도 지난 5월 대선공약을 다듬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제안했다. 기후위기 문제보다 미세먼지 뉴스가 국민 관심을 끌었던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기후에너지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너지기후부)도 유사 공약을 했다.
정치평론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9일 “2015년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파리협정) 이후 기후공약은 정치권에서 누구나 내놓는 일종의 합의정책이다. 보통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대립쟁점에서 드러나는데, 그러려면 선언적인 말보다는 구체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과 이로 인한 산업의 미래 진단, 원전에 대한 입장 등이 드러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그렇지만 보통 당내 경선 전까지는 대국민 상대 공약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당 후보로 최종 결정되면 기후 관련 공약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5일 녹색연합은 각 후보 출마선언문과 그때까지 발표된 공약을 살펴본 뒤 “기후위기가 실종된 대선 경선”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은 “유력한 대권 후보가 기후, 에너지 문제만 집중해서 다루는 부처를 신설한다고 언급한 것 자체는 의미있다고 본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대로 올해 안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한다면, 다음 정부에서 그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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