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솔잎(소나무 잎)을 이용해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솔잎을 이용해 납(Pb) 등의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표준화 연구 기반을 최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8년부터 연구를 통해 납과 같은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이 나뭇잎의 호흡 과정에서 흡수되고 쌓일 수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올해 상반기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학술지에 등재했다. 다른 나뭇잎으로도 중금속 대기오염도를 파악하는 게 가능하지만 오랜 기간 나무에 붙어 있고 계절과 상관없이 쉽게 채취 가능한 솔잎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솔잎을 이용한 측정은 대기오염도를 확인하고 싶은 지역의 솔잎을 채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먼저 약 3m 이상의 1년생 솔잎을 골고루 채취한 뒤, 초저온 상태에서 분쇄해 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균질화한다. 이후 균질화된 시료를 동결하고 정제하는 작업 등을 거친 뒤에, 유도결합플라즈마원자발광분광기(ICPAES·금속이 고온에서 원자화되면서 빛을 발광하는 성질을 이용해 금속의 종류와 농도를 알아내는 장비) 등 분석기기를 이용해 납과 카드뮴(Cd), 크로뮴(Cr),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의 오염물질을 측정하면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솔잎을 이용한 대기오염도 측정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향후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동안 대기오염도 측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지역에서도 측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별도의 측정기기를 가져갈 수 없거나 관련 측정소가 없던 지역에서도 대기오염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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