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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환경단체 “묻지마식 바이오 에너지 그만…환경 기준 만들어야”

등록 2021-08-18 15:31수정 2021-12-28 10:53

팜유 등 국내 바이오에너지 원료 75% 수입산
경작과정 환경 훼손·주민 인권침해 등 문제
“지속가능성 고려한 인정기준부터 도입해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팜유 생산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천연림을 베어내고 조성한 팜나무 플랜테이션. PUSAKA 제공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팜유 생산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천연림을 베어내고 조성한 팜나무 플랜테이션. PUSAKA 제공
바이오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분류된다. 바이오 에너지가 연소 과정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원료인 식물이 성장하면서 대기 중에서 흡수한 것을 다시 내놓는 것이란 점에서 배출량으로 잡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원료인 식물 재배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등이 부각되면서 해외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적극 고려하는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고려 없이 보급확대 정책만 추진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은 18일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중유의 국내외 정책 현황을 분석한 결과인 ‘착한 기름은 없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에 “환경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보고서를 보면 바이오 에너지는 2019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5%,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27%를 차지했다. 바이오 에너지 가운데 17%는 바이오 디젤, 12%는 바이오 중유였다. 바이오 디젤은 팜유와 팜 부산물, 폐식용유를 주원료로 제조돼 주로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현재 경유 자동차 운전자들이 주유소에서 넣는 기름에는 식물성 바이오 디젤이 3.5% 비율로 함유돼 있다. 바이오 중유는 팜 부산물과 바이오 디젤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피치 등을 주원료로 만들어져 대부분 화력발전소에서 사용된다.

문제는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 연료의 원료의 75% 이상이 해외에서 수입됐고, 그 대부분이 이산화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열대의 산림과 이탄지를 훼손해 조성한 경작지에서 얻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자료를 보면, 2020년 국내 바이오 중유 원료의 53%는 수입 팜유로 조달됐다. 바이오 디젤 원료 가운데 팜유와 팜 부산물은 63.5%를 차지했다. 반면 바이오 디젤 원료에서 국내산 폐식용유의 비중은 2009년 27.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22.8%까지 떨어졌다.

환경단체들은 팜유가 경작지 확보 과정에서 산림 뿐 아니라 탄소 저장 능력이 일반 산림보더 18~28배 높은 열대의 이탄지 훼손 등을 초래해 ‘탄소 중립’ 에너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원료 재배에서, 제조, 수송,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 생물 다양성 훼손 등에 주목한 것이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기후솔루션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팜유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디젤이 액체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약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 팜유 생산으로 최소 193개의 멸종위기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따라 해외에서는 바이오 에너지의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 변화가 이뤄져 왔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8년 팜유 생산에 따른 인도네시아 등의 산림 훼손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팜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달 내놓은 중장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2개 법안 입법 패키지인 ‘피트 포 55’(Fit for 55)에서는 숲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매스로 발전만 하는 것에 대한 정부 지원을 2026년까지 철폐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바이오 연료를 원료별로 4개의 범주로 구분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에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바이오에너지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국내에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기본적인 품질 기준만 있을 뿐 기후, 환경,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이 없다”며 “전과정 온실가스 최대 배출량 등 객관적인 지표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불인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팜유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 지역 주민·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 등이 논란이 되면서 ‘산림 파괴, 이탄지 파괴, 주민 착취 없는 팜유 생산’을 의미하는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정책’을 표방하는 업계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엔디피이 정책 채택률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환경단체들 설명이다. 보고서를 보면 해외에서 팜유를 생산·수입하는 8개 국내업체 가운데 엔디피이를 채택한 업체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담당 김혜린 활동가는 “팜유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이에스지(ESG) 경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신규 산림 파괴를 막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착취를 감시할 수 있는 엔디피이 정책 채택에는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는 “한국 정부도 앞으로는 에너지 원료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적 자금 지원을 하는 등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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