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들이 지난해 3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이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후위기에 대응 가능한 시간을 놓치면 우리는 감당 불가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최악의 위험으로부터 삶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최소한의 기본 전제이며,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선 어느 누구의 삶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풍요와 이익을 누린 세대’와 ‘기후위기 피해를 온전히 부담할 세대’가 다른 문제이며,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기후위기로 인한 비가역적이며 점점 더 위험이 커질 영향을 감내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은 세대간 기후불평등의 피해 당사자가 된다. 청소년세대는 부모세대에 비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이 훨씬 적다. 유엔도 ‘기후변화의 영향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여성과 남성, 그리고 노인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평등하거나 공정하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1.5도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1997~2012년생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1946~1964년생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비해 6분의 1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당사자 중 청소년만 보더라도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결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책임, 즉 사회경제적 피해를 직접 겪어내야 한다.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다면 그 피해는 평범한 일상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임을 과학은 밝힌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후위기라는 최악의 위험에 모두가 직면해 있지만 그 영향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피해가 동등하지 않은 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후위기에 직접 기본권을 위협받는 당사자여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잘 대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그 과정에서 사회적 이익을 어떻게 최대한 늘릴 것인지에만 집중하면서 기후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어려웠던 이유는 탄소를 배출하도록 만든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탄소만 줄이면 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먼 미래 온실가스 배출 0이라는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에너지 수요를 줄이지 않고 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만 관심을 가지면, 불평등과 기후위기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석탄발전을 손에 쥐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초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판단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면서도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누구의 삶도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는 논의 테이블 자체는 ‘기회의 공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위원회에 청소년들이 옵서버로서, 미래세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의사결정 주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나는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기회의 공정조차도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청소년기후행동은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한다. 인간다운 삶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논의 틀을 깨고 시민이 직접 만드는 시민의회를 함께 만들려 한다.
오연재 청소년기후행동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