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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앞으로 8년, 전력계통 해법 찾자

등록 2021-10-07 04:59수정 2021-12-29 14:35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이것만은 반드시⑩ 재생에너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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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각국의 경주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정했고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다고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지만,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 빠르다. 사실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최근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빠르게 나아가고자 하는 정부를 비판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아내는 것 역시 전문가의 또 다른 사명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난 8월 발표된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시나리오 초안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탄소중립을 준비해야할지를 보여주는 정부의 첫 공식 문서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어진 시나리오이기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단일 시나리오는 애초에 한 번에 도출되기 어려웠다고 본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앞으로의 기술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방향이 지속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한 길고 지난한 논의를 시작하는 첫 발을 겨우 내딛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표된 초안에 담긴 세 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화석연료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50%를 넘어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가정한다고 할지라도 탄소중립 시대의 과반 이상의 발전량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충당하는 것 이외에는 현재로서는 검증된 대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타 에너지수요들의 전기화로 인해 2050년의 연간 전력수요가 지금의 2배가 넘는 1200TWh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백GW 단위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야 하는 것은 시나리오 별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만큼 과연 충분할까? 사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현재 수준에서 분석가능한 시장잠재량을 넘어가거나 그에 준하는 양을 필요로 한다. 특히, 최근의 이격거리 규제나 현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입지 관련 갈등상황 등을 고려하면 어느 안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원거리 해상에 설치가능한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제성이나 잠재량이 아직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망을 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잠재량 수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탄소중립 전력계통을 실현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면, 이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전력계통이 수용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력계통 엔지니어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계통 인프라와 운영방식, 시장제도로 수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600TWh 수요 기준 30% 이하 수준으로 어림잡는다. 즉, 어떤 경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택하든 현재 국내의 계통 인프라 기술로는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30% 이하라는 기준 조차도 전국에 균형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분포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력계통은 서남해안과 호남의 내륙지역에 풍력과 태양광의 잠재량이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이 점차 광역화 되면서 전력수요의 과반 가까이 수도권에 쏠리고 있는 현실과의 불균형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충청권과 경기 남부권을 지나는 거대한 규모의 송전선로들이 새로 건설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송전선로 보강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송전선로 경과지역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저장설비를 활용한 신규 송전선로 건설대체나 대규모 부하의 수도권 진입 금지, 서남해부터 수도권을 해상에서 직통으로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의 건설 등의 새로운 수단을 총동원해야하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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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력계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장장치이다. 자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2050년 탄소중립 전력계통에서는 안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0~300GW의 출력을 5~6시간 이상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의 저장설비들이 필요하다. 배터리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 수소 저장, 화합물 저장, 양수 발전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저장설비를 총 동원해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저장설비를 갖추고 운영하려면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가격결정 방식부터 운영 메커니즘, 투자방식, 더 나아가서는 산업구조까지 통째로 재설계가 필요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의 첫 번째 관문인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위해서는 전체 수요의 30% 가까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내년부터 앞으로 8년, 전력계통에서 이를 수용하기 위한 해법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의 담대함을 인정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준비를 시작할 시기이다. 자신의 전문성과 소속된 기관의 역량을 총 동원해 시나리오를 점점 현실화시켜나가는 방향으로 다듬고 이행계획을 세우는 기나긴 과정에 적극 참여하자. 특정 에너지원이나 특정 기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현실을 둘러보면서 진짜 제대로 분석한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고 무책임한 비판을 제시하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토해내자. 애초에 그렇게 쉽게 가능한 목표였다면 이렇게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국가차원에서 준비할 이유조차 없었다.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언제부터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그것이 전문가들의 사명이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2050 탄소중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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