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7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발족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탄소중립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여름 지역에너지센터를 추진하려는 전국 10 여 곳의 기초지자체로 출장을 다녔다 . 센터 계획을 세운 행정 담당자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 지역에너지센터의 바람직한 상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센터 추진의 배경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진행과정 , 국회의 상황 , 탄소중립위원회 논의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어야만 했다 . 그때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천명한지 9 개월이 지나고 ,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지 2~3 개월차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논의하던 시기였다 . 동시에 국회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발의된 8 개의 법안과 대안법안을 논의하던 때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담당자들은 다들 생경하다는 눈치였다 .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 정보 ’를 설명해 뿌듯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 국회와 중앙정부 , 기초지방정부의 속도와 분위기는 마치 바닷물에 들어가서 찬물과 뜨뜻한 물이 만나는 곳을 느끼는 것처럼 다르고 , 서로의 소통은 매번 요원하다 .
탄소중립위원회에 광역과 기초지방정부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장이 2 명 참여하고 있지만 상황과 여건이 천차만별인 전국의 243 개 지자체의 상황을 반영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45 개의 기초지방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 에는 위원회 내에 기초지방정부가 모든 분과에 참여하고 , 위원 임명 외 다양한 형태와 구성으로 기초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요청하고 있으며 ,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수립과정에서 기초지방정부와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부재했음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 공문과 의견수렴 간담회에 다 담지 못하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
기초지방정부는 가까이서 주민들을 만날 수 있고 ,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곳이면서 에너지 , 건물 , 교통 , 폐기물 , 산업 , 복지 , 생태계 등 종합 행정을 하는 곳이다 . 따라서 2050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력과 실행력 확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의 명확한 의미와 이해가 광역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 기초지방정부로 직접 소통되어야 한다 . 또한 종합행정을 하는 만큼 부문을 넘나들며 통합적인 논의와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 국회 , 기초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정례적인 정책 소통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 중앙정부도 기초단위의 지자체의 상황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 중앙정부가 국토부·산업부·환경부·해양부 등으로 나뉘어 의제를 파편화하면서 통합적인 논의 구조를 가지지 못한다면 ,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행정에게 돌아가고 , 지역 탄소중립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놓치기 쉽다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무에 관한 조항을 포함한다 . 탄소중립이행계획과 기후위기적응대책을 5 년마다 수립하고 추진상황을 매년 점검하여 결과보고서 환경부장관과 상위지방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 지방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 소속 공무원 중에서 탄소중립이행책임관을 지정해야하며 , 탄소중립 지원센터와 정의로운전환 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 탄소중립도시 지정·지원 근거와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구성 등의 법적 근거를 기본법에 마련했다 . 기초지방정부가 환경부를 통해서 역할을 하는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는데 , 기초지방정부도 필요한 경우 전 부처에 요청하여 사안에 관련된 부처가 개입하여 책임지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 논의 중인 하위법령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현재 추진 중인 3 기 신도시 , 전국의 신공항 계획 , 산업단지 확장 등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현안은 대규모 에너지소비증가요인이 될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탄소중립에 치명적인 요인들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 (NDC) 초안에도 문구로 드러나 있지 않다 .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지역 간 또는 지역 내 갈등도 필연적일 수 있다 . 산업전환이 지역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고 , 어느 정도일지 기초지방정부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지역의 현안을 어떻게 조정 , 조율 , 통제 , 억제 , 해결할 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지역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지방정부 , 중앙정부 , 관련기관 , 국회가 모두 참여하여 논의와 소통 , 협의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며 ,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듯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선언 , 계획 , 정책 성과만을 나열할 순 없다 . 그것이 정부의 일방적인 자랑이고 ,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빈 깡통이라는 것을 , 무늬만 그린뉴딜이고 탄소중립인 줄 시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 에너지소비량 감소 , 에너지자립율 증가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그리고 그 변화는 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 지역 탄소중립은 지역의 특성이 잘 반영된 비전 , 목표 , 통합적인 경로를 만들고 , 시민들과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찾고 , 기초지방정부의 한정된 권한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
박진미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