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50탄소중립위원회'제2차 전체회의가 열린 18일 오후, 행사장인 서울 용산구 노들섬 전시관 앞에서 대학생 기후행동회원들이 강화된 감축 목표 마련 등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며 행진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2개는 지난 8월5일 탄중위가 발표한 3개안에 대한 비판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다. 탄중위의 초안에 대해 <한겨레> 등 여러 언론은 3개안 중 1·2안이 각각 2540만톤, 1870만톤의 국내 배출량을 남겨두고 있어 “탄중위가 탄소중립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탄중위는 “국내 잔여 배출량은 해외에서 감축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의견 수렴 결과 국내 배출량을 0으로 하는 두 개안을 최종안으로 확정했다. 국내 배출량을 국내의 흡수원과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상쇄하는 안이다.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안을 발표한 윤순진 탄중위 민간위원장은 “모든 국가가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한다는 전제 하에 국회 감축분이 없는 2050년을 가정”했다며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위해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한) 기존 2·3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최종안에서 탈락한 1안은 석탄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곳과 가스(LNG)발전을 2050년까지 유지하는 방안으로, 전체 발전량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9.5%(석탄 1.5%, 가스 8%)를 차지했다. 이때문에 2050년까지도 화석연료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말할 수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2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되 온실가스 배출이 석탄보다 덜한 가스발전은 유지하는 방안(가스 7.6%)이었다. 최종안으로 살아남은 2안도 발전·산업·건물 분야 등의 배출량을 축소해 가스 발전 비중을 5%로 줄였다.
2050년 시나리오 최종안대로라면 탈석탄(석탄화력발전 가동 0) 시점은 2030년대 후반~2050년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나리오와 함께 의결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미래 에너지원 비중을 보면 2030년에도 석탄은 21.8%, 가스 19.5%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가스 발전 5% 남긴 안…공기중 탄소포집 상쇄 기술 개발에 의존해야
2개 안을 가르는 지점은 화석연료인 가스 발전 유무다. 한국에서 자연에서 흡수한 양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배출한 온실가스양(6억8630만톤) 중 39%인 2억6960만톤을 배출하는 전환(발전) 부문의 2050년 모습을 보면, 2개의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경우 둘 다 화석연료 중심(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70%)의 현재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 70.8%(A안)~60.9%(B안)으로 전환된다. 원자력발전은 6.1(A안)~7.2(B안)%로 줄어든다. 석탄화력발전도 0으로 줄어든다. 가스발전은 B안에만 5% 남아있다.
18일 의결된 탄중위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환 부문. 탄중위 자료 갈무리
2050년에도 가스 발전을 남겨둘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스는 미래의 기술에 숙제를 넘기는 일이다. 탄중위는 탄소포집저장기술이나 공기중 탄소포집을 활용해 (가스 발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한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만 100%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변동성이 강한 재생에너지를 보완해줄 전력으로 가스가 일부는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당이 된 독일의 사민당은 유럽연합의 녹색금융 분류체계에 천연가스를 녹색금융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방침도 내비쳤다. 그러나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도 지난해 12월 낸 ‘탄소예산 보고서’에서 액화시켜 LNG로 활용하는 천연가스를 2035년 퇴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18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2040년까지 발전부문에서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가스에 대해서는 각 나라별 입장이 다른 셈이다.
이와 함께 2개안에는 아직 상용화되기 전 기술을 활용하는 계획도 포함돼있다. 무탄소 가스터빈도 21.5%(A안)~13.8%(B안)과, 연료전지, 동북아그리드 등 미래기술 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B안은 연료전지 10%, 동북아그리드 2.7% 등 또 B안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수소 생산 방식이 포함돼 900만톤을 추가로 배출하고,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 과정에서 대체연료 사용을 가정해 920만톤을 추가로 배출한다.
2030 NDC 14.5% 감축하는 산업계…2050년에는 81% 감축
2030 NDC까지 2018년 실제 배출량(2억6050만톤)보다 14.5%밖에 감축하지 않는 산업 부문은 5110만톤으로 81%까지 줄여야 한다. 기존 초안의 목표였던 5310만톤보다 200만톤 정도 줄였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부문이다. 철강 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활용해 배출량의 95%를 감축하고, 시멘트 업계는 연료전환으로 배출량의 53%를 줄인다. 석유화학·정유는 연료·원료 전환 등으로 배출량의 73%를 감축한다. 산업 부문의 감축 노력이 더 속도감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탄중위는 △탄소중립 소재·부품·장비 산업생태계 육성·지원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 공급 기반 마련 등 기술개발과 시설개선 투자 촉진 △배출권거래제·녹색금융 등 시장 주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일자리 감소 피해 최소화 등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5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1·2안이 국내 배출 잔여량이 남아 탄소중립을 위한 안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흡수원·탄소포집·저장기술 등 8400만톤~1억1730만톤 줄인다?
하지만 흡수원·탄소 포집·저장기술(CCUS)의 의존도가 초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높은 것은 부담이다. A안과 B안을 국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흡수원·탄소포집저장기술 등으로 A안은 8400만톤(흡수원 2530만톤, 탄소포집저장기술 5510만톤), B안은 1억1730만톤(흡수원 2530만톤, 탄소포집저장기술 8450만톤, 수송 부문 직접공기포집 740만톤)이다. 탄소포집저장기술은 여전히 개발 중인 값비싼 미래 기술이고, 석탄이나 가스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산림·바다에서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흡수원을 늘린다는 계획도 산림청이 30억 나무를 심겠다며 기존 산림 자원을 베려 한 탄소중립 전략을 그대로 연계하고 있는 것도 환경단체는 우려한다.
농축수산 부문의 감축 성적이 나쁜 것은 또 하나의 해결 과제다. 2018년 실제 배출량이 2470만톤이었던 농축수산 부문은 2030년 1710만톤, 2050년에도 1540만톤을 배출해 감축속도가 빠르지 않다. 지난달 21일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미국·유럽 중심의 ‘국제메탄서약’에 한국도 참여할 것을 요청받았다. 100년 동안 열을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8배 높은 메탄부터 줄이자는 제안이다. 탄중위는 “화학비료 저감, 친환경 농법 시행 등 영농법 개선으로 메탄·아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고 가축 분뇨 내 메탄가스와 질소를 줄이기 위한 사료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중립 비용 잠정 수치…GDP 0.07% 감소
탄소중립 비용을 계산하지 않아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산업계 등의 비판을 수용해 이날 탄중위는 2030 NDC를 ‘2018년 실제 배출량 기준 40%’로 상향할 경우 국내총생산(GDP)는 0.07% 감소하지만 고용은 0~0.02%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환경연구원이 거시경제분석 모델을 활용한 결과, 정부가 사회 전 부문에 탄소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국가 재정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중위가 142일 만에 내놓은 최종안은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1월 시작되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공개된 뒤 올해 연말 유엔에 제출된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실제 배출량의 40%’로 감축한다는 목표도 이날 초안 그대로 의결됐다. 다만 해외 감축 비율이 높다는 비판을 고려해 3510만톤의 해외 감축량을 3300여만톤으로 소폭 줄였다.
시나리오와 NDC 최종안은 이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 부처들이 이에 따라 탄소중립 로드맵을 작성하는데 사회 변화·기술 개발 정도를 반영해 수정될 수 있다.
탄중위는 최종안과 별개로, 지난달 청년기후활동가들로부터 제출받은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별도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소속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진국은 2040년 탄소중립을 선언해야 산업화 이전 지구평균 기온보다 1.5도 오르는 것을 막을 수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청년들은 2030년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감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탄중위는 최종안에 이 내용을 담지는 못했지만 추가 상향 이유를 남겨두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