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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석탄, 퇴출 아닌 감축” COP26 폐막…의장은 사과하고, 기후단체는 장례식

등록 2021-11-14 08:33수정 2022-01-06 13:42

[COP26 글래스고 통신 30]
의장, 부실한 성과에 사과
개도국들 한목소리 “실망스럽다”
기후단체 ‘COP26 장례식’ 진행
13일 폐막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EPA/연합뉴스
13일 폐막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EPA/연합뉴스

2030년까지 전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며 석탄발전을 퇴출하고자 했던 주최국 등의 목표와 달리 국제사회가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에 합의하는 수준에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폐회했다. 지난주 합의문 초안에 담겼던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막판 인도 등의 반발로 사라지고 크게 후퇴한 결과다. 알록 샤마 COP26 의장은 부실한 성과에 사과했고, 기후환경단체는 ‘COP 장례식’을 열었다. 영국 글래스고의 주말은 기대에 못 미친 성과로 식었고, 분노로 뜨거웠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197개국 정부대표단(120여개국 정상 포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주 동안 개최된 COP26이 13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의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채택했다. 공식폐회일인 12일을 훌쩍 넘긴 이튿날 오후 8시(현지)께 최종협상을 마무리했을 만큼 갈등과 조율을 되풀이했으나 결국 많은 과제가 다음 총회로 넘겨지게 됐다.

2015년 파리협정을 도출한 COP21 이상으로 시점상 중요하다고 평가됐던 COP26의 최종합의는 “10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정도라 할 수 있다.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 및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로 COP 최초로 석탄과 화석연료를 명시했으나, 합의문 초안보다 못한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 3위 국가인 인도 등이 특히 반발하며 구속력이 없는 합의로서도 각국의 이해계산에 막힌 형국이다.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 COP15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기금 마련안도 재차 미뤄지게 됐다.

그나마 2030년까지 삼림파괴를 중단하고, 2020년 대비 메탄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한 105개국 이상의 합의 도출이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유엔은 “모든 국가는 2030년 배출목표를 2022년까지 재검토하고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의 연약한 행성은 실타래에 걸려있다. 우리는 여전히 기후재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라면서도 “승인된 본문은 오늘날 세계의 이익, 조건, 모순, 그리고 정치적 의지의 상태를 반영한다. 불행하게도 집단적인 정치적 의지는 모순을 극복하기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주 동안 행사장 안팎에서 또 한 축의 여론형성을 이끌어온 미래세대의 비판은 더 격렬해졌다.

COP26 폐회, 가장 많이 나온 말 “실망”

영국 산업혁명의 상징 도시인 글래스고에서의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대비하며 일찌감치 내세웠던 슬로건 “사람들이 글래스고를 만든다(People make Glasgow)”는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COP26 대표단 마지막 협상 때 오세아니아의 피지, 대서양의 버뮤다 등 개발도상국 섬나라를 중심으로 가장 많이 들렸던 단어 중 하나가 “실망”이었다.

무엇보다 개도국의 기후변화 피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금 마련이 끝내 불발됐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COP15)에서 민간과 공공기금을 합쳐 1000억달러(118조원 정도)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내년 총회로 미뤄지게 됐다. 마지막 정부 대표단 발언에서 피지 대표는 “(이미 논의했지만 파리협정에서 제한하기로 노력한) 1.5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모든 나라에 석탄 퇴출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버뮤다 대표는 “실망스럽다”라며 도전적 목표지만 반드시 이행을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 마셜제도 역시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엔 쪽은 “선진국이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두 배로 늘리도록 촉구함에 따라 적응기금을 통해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알록 샤마 의장은 부실한 성과에 사과를 하고, 심지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13일 (현지시각)존케리 미국 기후특사. EPA/연합뉴스
13일 (현지시각)존케리 미국 기후특사. EPA/연합뉴스

기후악당 자처한 국가는

주최국인 영국과 유엔은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에 세계가 동의했다는 결론을 강조했다. 사실 석탄이나 보조금의 단계적 중단 대상으로 공식화한 화석연료가 COP 선언문에 포함된 것이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없진 않지만, 애초 목표였던 2030년대 선진국의 석탄 퇴출과 개발도상국 등 전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석탄을 퇴출하기로 한 목표에는 다가서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선진국 2030년대, 개도국 2040년대 중단)의 국제적 약속으로 40여개국이 동참한 탈석탄 성명(석탄을 깨끗한 동력으로 전환하는 세계적 성명)에 미국과 중국 등은 아예 빠졌다. 한국과 폴란드 등 전통적 석탄 강국은 서명을 하고도 “목표 설정에는 동의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한국), “주요 경제국이 아니기에 2040년대에 퇴출한다”(폴란드)는 번복성의 해설을 달아 국제시민사회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날 총회 때 한국 정부는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번째로 많은 인도의 부펜더 야다브(Bhupender Yadav) 환경 및 기후 장관은 이날 유엔기후정상회담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인도의 태양광 발전 사업 확대 계획과 함께 탈석탄 속도를 강화하려던 영국의 입장을 무색하게 했다. ‘2070년 탄소중립’ 목표에, 구체성까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인도가 결국 그나마 진전된 최종 합의문으로 여정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동했다. 이에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도를 지지하며 화석연료 보조금과 관련된 문구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 무엇을 약속했나

또다른 주요 쟁점인 파리협정 이행규칙 마련은 6년 만에 진전됐다. 선진국의 국외 감축분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개도국의 자연보호 지원을 통해 선진국의 국내 탄소감축분이 일정 부분 상쇄되는 프로토콜로, 2015년 파리협정을 구체화하는 과제였다. 개발도상국과 이중으로 감축분이 계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하되, 양자협력관계에 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이후 진행되는 사업들 경우 국제탄소시장에서 감축 실적을 공제하거나 취소하는 식으로 개도국의 기후대응 재원을 마련하는 원칙도 세웠다. 2030년 탄소감축 목표치(2억9100만톤)의 11.5%(3350만톤)를 해외에서 충당하기로 계획한 한국으로선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2030 엔디시를 소개했고, 국제메탄서약과 삼림파괴중단선언에 동참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 그린피스 등 국내 기후단체들은 총회 페막과 함께 정부가 2030년 엔디시를 재상향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미래세대의 분노

이번 총회는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의지와 노력보다는 각국의 이기심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킨 회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총회 폐막과 함께, 2주 동안 행사장 안팎에서 또다른 리더십을 보여준 미래세대 기후활동가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가장 급진적인 반대시위를 해온 멸종반란도 이날 아침 글래스고 대성당 인근 묘지에서부터 스코틀랜드 민요가 연주가 진행되는 가운데 ‘COP26의 장례식’을 거행했다.

12일 비가 내린 영국 글래스고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행사장 앞에서 시위 중인 멸종반란 활동가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국 보리스존슨 총리 가면을 썼다. 멸종반란 홈페이지 갈무리
12일 비가 내린 영국 글래스고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행사장 앞에서 시위 중인 멸종반란 활동가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국 보리스존슨 총리 가면을 썼다. 멸종반란 홈페이지 갈무리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폐막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총회를 요약하자면, 어쩌구저쩌구에 불과했다”라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바네가 나카테는 “현재 1.2도가 올라 우간다 사람들은 가뭄과 홍수로 죽어가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르지 못했지만 변화에 대한 압력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미지 조넬 탄 필리핀 청소년기후활동가는 “화가 나고 두렵다. 수만명이 글래스고에 쏟아져나왔음에도 COP26의 2주는 스스로를 리더로 부르는 사람들로부터 등에 칼이 꽂히는 기분이었다. 슬프고 분노하더라도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후문제가 우리 세대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년 COP27은 이집트, 2023년 COP28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3년에 열리는 COP28에서 세계 정상들이 다시 모일 것이 제안됐다. 한국은 애초 COP28 유치를 희망하다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를 고려해 COP33 유치 희망으로 입장을 바꿨다.

글래스고/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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