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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뒷동산 솔방울·나뭇가지로 만든 트리…‘노플라스틱 성탄절’ 어때?

등록 2021-12-20 17:59수정 2021-12-27 12:40

“메리 ‘노플’ 크리스마스”…쓰레기 없는 성탄절 시도 ‘속속’
지난 18일 인천녹색연합의 ‘자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인천녹색연합 제공
지난 18일 인천녹색연합의 ‘자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 인천녹색연합 제공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 오후 3시, 온라인 줌(zoom) 화면에 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물들이 등장했다. 붉은 열매와 초록색 침엽수 등으로 꾸며진 별 모양 틀로 크리스마스 리스나 촛불 장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지치기 뒤 아파트 화단에 남겨진 전나무 가지나 공원 한쪽에 떨어져 있던 남천나무 열매처럼 자연물만 소재로 삼았다. 인천녹색연합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 ‘자연물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장식’ 강좌의 한 장면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상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자연물을 활용해 리스를 제작하거나 버려진 페트병, 타이어 등 폐자원을 플라스틱 대신 활용해 만든 트리로 분위기를 즐기는 일명 ‘노플 크리스마스’다.

지난 18일 직접 참여해본 인천녹색연합의 강좌도 노플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노력 중 하나다. 장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20~30㎝의 나뭇가지 5개와 주목, 남천, 마가목, 피라칸타의 붉은 열매, 쓰다 남은 빵 끈이나 털실, 글루건 등이다.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 은평구 북한산 생태공원에서 나뭇가지를 주웠고 근처 꽃가게에서 크리스마스 꽃바구니를 만들고 남은 침엽수 잎과 주목나무 열매를 구했다. 나뭇가지를 동일한 길이로 잘라 빵끈으로 연결해 삼각형 모양의 틀을 만든 뒤, 틀 위에 침엽수 잎을 풍성하게 붙이고 붉은 열매를 곳곳에 달아놓으니 그럴듯한 리스가 탄생했다. 완성까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18일 인천녹색연합의 강좌에 직접 참여해 크리스마스 촛불 장식을 만들어봤다. 김민제 기자
지난 18일 인천녹색연합의 강좌에 직접 참여해 크리스마스 촛불 장식을 만들어봤다. 김민제 기자

강좌에 참여한 6명의 시민들도 동네 뒷산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찾은 재료로 저마다 다른 모양의 장식물을 만들었다. 한 참가자는 붉은 열매를 구하지 못해 대추를 챙겨오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와 함께 이날 수업을 들은 인천시 주민 최춘심(47)씨는 “그동안 크리스마스가 오면 인터넷에서 전구나 오너먼트를 구입해 썼는데 1년이 지나면 부서지고 변색돼 버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만들어보니 관심만 있으면 집 근처에서 손쉽게 크리스마스 장식 재료들을 구할 수 있더라. 자녀에게도 플라스틱 없이 주변 재료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쓰레기 발생과 환경 파괴를 피해가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국내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6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등 4개 매장에 에코백으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트리에 사용된 것은 친환경 패션기업 플리츠마마에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백으로, 트리 철거 후 남은 에코백은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 전라남도 순천시는 지난달 30일 순천시립도서관 8곳과 작은도서관 72곳 등 총 80개 도서관에 버려질 예정인 책들과 재활용품을 활용해 ‘북트리’를 설치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과 라트비아 리가에서는 이달 초 폐타이어와 페트병, 병뚜껑, 음료수 캔 등을 활용한 ‘쓰레기 트리’가 세워졌다. 과도한 쓰레기 배출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영국 런던시가 공개한 폐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치됐다. 런던시 트위터 갈무리
지난 1일 영국 런던시가 공개한 폐기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치됐다. 런던시 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시도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연휴가 증가세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환경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1∼8월 기준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고 폐비닐은 11% 늘었다. 국내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따로 집계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 기간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평소에 비해 많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건국(EPA)에 따르면 추수감사절과 새해 사이 기간 미국의 가정 쓰레기는 평상시에 비해 2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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