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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생분해’ 들어갔다고 모두 친환경 플라스틱 아니다

등록 2022-02-18 06:59수정 2022-02-23 12:20

‘산화생분해’는 친환경 아냐
유럽에선 지난해 사용 금지
‘그린워싱’에 속지 말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7일 오후 네이버 쇼핑 검색창에 ‘생분해’를 입력하자 5만9300여개의 상품이 검색됐다. 음식물 거름망, 위생장갑, 음식물쓰레기 봉지 등 다양한 생활필수품들이 검색되었다.

이처럼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구입할 때마다 드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구입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 중에도 일반 생분해(biodegradable plastics)와 산화생분해(oxo-biodegradable plastics)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드물다.

실제로 ‘생분해’라는 키워드에 함께 검색되는 ‘산화생분해’ 제품도 약 1천개나 됐다. 산화생분해 제품을 판매하면서 ‘친환경’이라는 홍보 문구도 더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100원하는 ‘ㅇ친환경 산화생분해 일회용백 미니 100매’를 살펴보니 “저렴하게 구매했어요”, “친환경적이고 사용하기 좋아요” 등의 소비자들의 댓글이 수백개 이어졌다. 7820원에 판매 중인 ‘ㄴ친환경 산화생분해 위생장갑’의 경우 “자연으로 사라지다”는 문구를 적고 재생지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보통 햇빛이나 바람, 비 등 자연에 노출되면서 작게 쪼개진 뒤 미생물이 이를 먹어치우는 과정을 거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그러나 보통의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페트병 250년,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최대 5000년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구 어딘가에 계속 쌓여간다고 볼 수 있다. 토양과 해양에 남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분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생분해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 플라스틱이 주목받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성이 높은 이유는 분해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의 플라스틱은 결합력이 센 탄소로 이어져 있어 잘게 쪼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탄소와 탄소 사이에 결합력이 약한 고리를 연결해두어 미생물이 공격할 때 빠르게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될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6개월에 90%가 분해된다. 대신 일반 플라스틱보다 값이 3배 정도 비싸다.

 반면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은 태양빛이나 자외선 등의 산화과정을 통해 작은 플라스틱으로 깨지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90%가 쪼개지는 데 36개월이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결국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안에는 일반 플라스틱처럼 탄소가 포함돼 있어 최종 과제인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까지 생분해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린다. 사실상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산화‘생’분해라는 표현에서 ‘생’을 떼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 생분해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유럽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사막이 많아 토양의 지속가능성이 중시되지 않는 UAE 등 중동지역에서는 사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한국 국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도 환경표지 인증기준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런 애매한 환경친화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플라스틱과 가격대가 비슷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유혹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퇴출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속지 말 것을 강조했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중국도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추세다. 민간협회들이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을 인증하고 있는데 공신력이 없는 것이며 결국 기업들의 마케팅용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구분해서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만약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제품들을 소개할 때 ‘친환경성’·‘자연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한다며 이는 그린워싱”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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