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잔여탄소배출총량(탄소예산)을 계산할 때 지구의 운명은 6~7년 내 결정된다고 경고한다. 누적된 탄소 배출의 결과인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의 파국적 상황을 떠나 에너지 문제로 비롯된 국가간 갈등, 위기는 이미 고조 중이다. 사용 중인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산인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 불안이 절정이다. 이상기후와 재난으로 원전의 안전 신화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경험한 독일 등 주요 원전 국가들이 한때 원전 감축으로 돌아서는 듯 보였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며 프랑스나 중국, 동유럽 국가들은 원전에 다시 의존하는 모습이다. 퇴출이 예고된 화석연료의 빈자리를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 등의 에너지 전환은 선진국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오는 9일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정부에도 에너지 전환·에너지 안보의 과제가 주어진다. 2022년말 정하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포함해 미래 한국 사회가 어떤 에너지원에 기반한 사회로 나아갈 지를 다음 정부가 결정할 수 있다. <한겨레>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대형원전’ 중심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 기후·에너지 정책참모를 지난달 만나 공약을 비교·검증하며 ‘내일’을 전망해보고자 했다.
이 후보 캠프에서 정책수석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왕진 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윤 후보 캠프의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원자력정책센터장)는 지난달 16일 대학 내 주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달 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타결 이후 주 교수는 “안 후보 쪽 공약을 살펴봤는데 어긋남이 없고 우리 쪽 공약이 더욱 포괄적이라 그대로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논의는 선거 이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왕진 이재명 캠프 정책부본부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한 카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에너지, 원전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재명 후보 캠프의 정책수석부본부장, 서왕진 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재생에너지 확대가 제1과제…원전에 대해서는 실용적 접근”
―이 후보는 자신의 원전 정책을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원전 정책과 또 이 후보의 원전 정책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 후보가 일관되게 이야기한 원전에 대한 기본 입장은 첫째, 신규 원전을 짓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가동 중인 원전은 안전하게 계속 이용한다. 세 번째는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감원전’으로 표현한 것은 지금까지 탈원전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마치 단기간 안에 원자력 발전을 다 중단하는 것처럼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원전에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라는 식으로 이념적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접근을 한다. 그냥 존재하는 중요한 전력원으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걸 안전하게 잘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폐기물 처리 분야나 이런 부분에 여전히 해법이 안 나오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을 더 확대하거나 이런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 정부와 차이가 있다면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현 정부가 중단 결정을 한 부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국민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하겠다는 정도가 차이일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생각인지.
우선 원전은 충분하게 이미 가동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탄소중립을 원전이 부족해서 실현 못 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원자력 에너지가 아니고 부족한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냐다. 원전은 발전 비중은 29%나 되는데 재생에너지가 6%대 수준에 머물러서 너무 부족한 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공약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윤 후보께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너무 낮은 것이 지금 현재 우리 에너지 구성 체계의 문제라는 것을 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윤 후보가 기후대응이나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제 통상질서 또 국제 산업 간의 경쟁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무지한 것 아니냐 생각한다. 지난번 토론에서 나온 RE100 같은 문제는 원자력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윤 후보가 에너지 문제를 국제적인 통상질서라든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어떤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 만능주의적인 어떤 이념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산업에 위기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인식의 한계라는 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가 2017년 출범 뒤 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도달 목표를 내걸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까지 7.5% 정도에 머물렀다. 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에 도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꽤 있는 것 같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분야는 늘어나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는 분야다. 탄소 시장의 문제, 송배전망과 같은 기본 인프라의 문제, 주민과의 갈등이나 지방 정부의 적극적 협력이 부족한 부분 등이 많은 한계로 작동해, 이 장애물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돌파할 거냐에 따라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민들이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아예 바꾸게 되면 훨씬 더 환경이 개선될 것이다. 햇빛 연금이나 바람 연금과 같은 방안들을 제안했던 게 그런 것이다. 합의만 이뤄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여건들은 이미 내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후보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까지 높여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재생에너지가 그 정도 수준이 되면 전체 에너지 공급 시스템 자체에서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 에너지원들이 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유연하게 맞춰주는 체계로 변화해야 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원자력을 계속 높이겠다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윤 후보가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원자력을 계속 늘려가는 것과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1월5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양 에코센터 호남기후변화체험관을 방문,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배출하면 비용 감당해야...국가는 기업 적극 지원"
―이재명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1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그린강국 코리아, 기후위기를 신성장의 기회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얼마 전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자료를 보면 기후위기 대응은 하나의 단독 공약으로 포함되지 못하고 경제·산업 공약의 일부로 포함돼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이전만큼 강조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이 후보의 정책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면서 원론적인 시급성 절박성 이런 것에 대한 강조보다 어떻게 국민적 동의와 참여를 통해서 끌어갈 것인가 하는 부분에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 대전환의 파고를, 경제 발전의 길 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가능성 있는 기회로 제시를 해야지만 국민들의 참여와 동의와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해서 정책 자체가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약의) 형식을 보기보다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적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공식 제1공약은 분명 전환적 공정성장이고, 거기서 가장 핵심 전략이 에너지 대전환을 신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이 후보가 에너지 대전환과 관련해 특히 강조하는 공약이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이다.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인공지능 기반의 송·배전망을 갖추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 재원은 얼마로 잡고 있고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지.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텐데 우리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현 문재인 정부에서 그린뉴딜 예산으로 50조 정도를 이미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 상당 부분이 지능형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는 부분으로 돼 있어서 거기에 예산을 좀 추가하면 충분히 초기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탄소세 도입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확보되는 자원을 여기에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 후보가 선관위에 제출한 공약서에 탄소세 도입은 들어 있지 않은데, 탄소세 도입을 계속 공약으로 가져간다는 것인가.
맞다. 다만 한 가지 좀 분명하게 해 둘 부분은 탄소세가 배출권 거래제와 중복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빠르게 탄소중립 체계로 전환을 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생태계, 말하자면 탄소시장 자체가 형성돼서 그게 잘 작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탄소 배출의 약 75% 정도를 커버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가 사실 가장 우선되는 핵심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지만 기업 부담을 우려해서 (배출권을) 대부분 무상 할당하는 수준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탄소시장으로서 작동하는 데는 너무 미진하다. 그래서 우선해야 될 것은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가면서 배출권 거래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은 연료 부분을 커버하고 있는 기존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만들어진 자원들이 에너지 전환 또는 탄소 중립을 위한 이런 쪽으로 충실하게 잘 쓰여지도록 개편하는 것이다. 탄소세는 이 두 부분에 포함되지 않는 예를 들면 소기업이라든지 건물 분야라든지 이런 쪽에 먼저 적용해서 점진적으로 사각지대를 메꿔주는 식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탄소 시장 자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 생각이다. 그것들을 포괄해서 탄소세 도입으로 표현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후보가 당내 경선 당시인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탄소세로 30조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이 모두 탄소세로 새로 걷는 세수가 아니라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면 되나.
배출권 거래제 재원, 교통·에너지·환경세 재원, 추가적인 탄소세 재원 이런 것들이 통합돼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후보가) 엄밀하게 정리해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유상 할당이 늘어나면서 훨씬 많은 재원이 들어오고,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도 좀 전환이 되고, 그다음 추가적인 탄소세 포함해서 30조에서 50조 정도는 확보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을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에너지 복지 재원에 사용하고, 상당 부분을 탄소중립과 산업 전환 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계속 높이려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고, 탄소세 도입으로 증세를 하기 위한 설득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우리 경제 패러다임이 탄소중립에 맞춰 대비하는 체계로 가면서 어떤 부분은 탄소세를 물리고 어떤 부분은 안 물리고 했을 때는 부정적 효과들이 크다. 따라서 모든 분야가 탄소를 발생시키면 기본적으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맞다. 산업 전환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에너지 복지 지원 등을 통해서 너무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잘 고려를 해야 되지만 모든 부분이 다 포함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국내 기업 그냥 다독이고 봐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이미 국제 경제 질서 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시작했지만 잇따라 적용을 유보시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세도 중요하지만 당장 전기요금부터 현실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서 발전 원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잘 반영해서 전기요금이 합리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민 계층이 너무 힘들어 하기 때문에 올 1월부터 바로 올리지 못하고 조금 여유를 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할 만 하지만, 연동제를 통해서 전기요금이 합리적으로 잘 조정되고 작동되도록 하는 것은 꼭 해야 될 방향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통을 많이 체감할 수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복지 정책을 통해서 그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조치가 반드시 연동돼서 함께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의 업무 영역은 어디까지이고, 이 경우 환경부 등 기존부처의 위상과 업무 범위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정말 부처 신설 형태가 될지 또는 다른 제3의 형태가 될지 하는 부분들까지 아직 확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기본원칙은 에너지 관련 업무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과 거기서 기후변화 대응 또 배출권 거래제 관리 이런 전반적인 부분들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형태와 관련해서 신설 부처 형식이 될지 산자부 중심의 어떤 새로운 체계가 될지 환경부 중심의 어떤 체계가 될지 하는 부분까지를 세부적으로 확정해 놓은 것은 없고, 구체적인 형태 부분은 만약 우리 후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수위에서 논의할 주제로 생각한다.
주한규 윤석열 캠프의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이 지난 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윤 후보의 향후 에너지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후보 캠프의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은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력정책센터장) “탈원전 정책 폐지 공약, 국민들이 원한다고 판단했다”
―캠프와 회의를 자주 하나.
온라인 화상 회의(줌)를 가끔 한다. 원희룡 정책본부장 이하 안상훈 지속가능복지국가본부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있고, 나는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위원장이다. 기후환경분과장은 기상청 전 차장이었던 최흥진 서울시립대 교수가 따로 있다.
―10대 공약에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전체 발전 비중의 최대 70%로 늘리는 목표를 냈다. 태양광 비중만 50% 정도가 된다. 그러려면 설비 기준 480기가와트(GW)로 늘려야 한다. 프랑스도 100GW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이 수치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고 본다.
―윤 후보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믹스’를 자주 언급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6~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제시하는데 우리는 20~25% 수준으로 늘리면 된다고 본다. 간척지나 빌딩옥상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선거 이후 논의한다. 대신 우리는 지난 5년간 25~29% 수준이었던 원자력 비중은 30~35%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원전은 어떻게 늘릴 것인가.
=국민들 공감 얻지 못하면 신규 대형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 기간까지 소형모듈원전(SMR)은 상용화하기 어렵다. 1차 운영허가 기간이 종료되어 2030년까지 폐로하기로 돼있는 원전 10기 중 안전 요건을 충족하는 8기 정도를 계속 운전하고, 가동 준비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가동하면 30%대 비중을 맞출 수 있다.
―대형 원전의 안전을 확신하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1986년) 당시 방사능 피폭으로 죽은 사람이 43명이다. 유럽연합이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킬 때 근거로 든 원전의 치명률 역시 1조㎾h당 0.5명으로 매우 적었다. 우리나라 40년 원자력 발전량 기준으로 약 2명이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학과 통계를 신뢰하고 거기에서 누리는 유익을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원자로가 녹는 사고도 있었다. 격납고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쓰리마일 원전 사고(1979년)가 최초로 원자로가 녹는 사고이지만 격납건물이 있어서 밀폐가 잘 됐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른다. 위험할 수 있는데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면 나쁜 사람이지만 안전하게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여태까지의 가동이력으로 입증됐다. 비행기 타는 것보다 통계적으로는 더 안전한 것이다. 항공관리체계를 철저하게 해놓고 다 지키도록 요구하고 하지 않나. 원자력도 요구할 수 있고 그렇게 해왔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도 조사 중이고 원전의 안전을 의심하는 반대 근거도 많다.
모두가 평상시에도 항상 방사능에 노출되어 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서도 건강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 자연적으로 노출된 것보다 적다는 연구도 있다. 월성원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할 만큼 아주 많은 양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태풍·산불 등 기후위기로 잦아진 이상기후에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바다의 염분이 송전선에 영향을 줘서 전기 못 보낸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은 그동안 생각 못 한 지점들이 있는데 그것은 대비해야 한다. 방벽을 세워서 쓰나미를 대비하고 염분이 날라오는 것도 조사해야 한다. 이상기후가 절대 안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 필수운전인력이 다 근무를 못할 경우는.
그 정도면 이미 전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원전을 정지하면 된다.
―사용후핵연료도 안전하다고 보는가.
사용후핵연료 안전 처분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안정적 지반이 있는 지하 500m에 지하수에 의한 부식과 유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다. 핀란드나 스웨덴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은 방사능폐기물장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갈등의 역사가 깊다.
이 역시 조장된 공포이고 과장된 공포이다. (월성원전에서 유출되었다는) 삼중수소의 유해성 논란과 똑같다. 자연상태에서의 방사능 노출과 다르지 않다. 정성적으로 말하면 두려울 수 있지만 숫자를 알면 무서울 것이 없다.
―원전은 송전선로가 없으면 에너지를 전달할 수 없는 ‘중앙집중형’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재생에너지의 장점이 분산형 에너지원이라는 것인데 꼭 그렇지도 않다. 태양광 발전은 호남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수도권에서 에너지 사용이 편중돼있지 않나. 해상풍력도 편중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메인전망대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투자자만 돈 벌고 국민은 돈 못 벌 수도"
―캠프에 참여한 계기가 있나.
학교에 있으면서 강의·연구 중심으로 하다 보니 사회 소통을 잘 안 했다. 2016년 반핵 분위기가 고조되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기조가 정해졌다. 시민들과 소통을 못한 책임을 느껴 시민단체 ‘사실과 과학네트워크’ 활동도 함께 시작했다. 문제는 조장된 공포에 적절히 대응 못한 데 있다. 탈원전의 역설로, 오히려 원전에 대한 인식은 좋아지는 추세다.
―여론이 달라졌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워서 진다고 보지 않아 공약으로 정한 것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갤럽·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등과 보수 경제매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를 결과를 소개하며) 원자력 비중 유지 혹은 확대 선호가 반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결과가 일관되게 나왔다.
―이런 여론이 왜 나타났다고 보나.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움직임, 태양광에 의한 삼림 훼손 등에 대한 반발심 때문인 듯하다.
―산업계와 학계의 미래 일자리 확보 목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전혀 아니라고 말하지 않겠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자들이 원전의 위험성을 가장 잘 안다. 그렇지만 일하고 있다. 우수한 원자력 전공 학생들, 인류 복지나 안위에 이바지할 인재가 조장된 공포에 의해 왜 피해를 봐야 하나.
―이재명 후보도 소형모듈원전 등 원전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진정성이 없다. 대형원전에 대한 가동 입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이 계속된다. 전기요금은 인상할 것인가.
국민의힘도 선거에 승리해도 다음달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 다만 적정한 시점에는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전 부실의 책임이 돌아온다.
―어느 정도나 올릴 건가.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많이 올려야 하지만 원자력 비중을 늘리면 훨씬 적게 올려도 된다. 재생에너지를 하는 사람들은 투자자이다. 재생에너지 의무이행비율을 높여 발전사업자들이 공급 인증서를 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비싼값에 팔 수 있다. 결국 업자들만 돈 벌고 국민들은 피해 본다.
―아파트 창가에서 자립형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역시 대규모로 하는 것이 싸고 경제적이니 분산형이라고 볼 수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떨어지는 추세는 어떤가.
패널값이 떨어지다 다시 올라가고 있다. 폴리실리콘이라는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데 전기가 많이 들어간다. 중국이 석탄발전소 돌려서 폴리실리콘을 싸게 만든다. 문제는 석탄가격도 오르니 패널값도 오른다는 점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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