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로 작업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1조1천억여원이 소요되는 원전 안전강화 대책을 세웠으나 사고 11주년을 맞는 현재까지 집행한 금액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안전대책비 산정액이 애초 2.7조엔(한화 약 28조원)에서 올해 1월 기준 5.7조엔(한화 약 60조원)으로 2배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8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 강화대책의 2021년 말 기준 집행금액이 최초 발표 대비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정부와 함께 후쿠시마 사고 발생 직후인 2011년 5월 후쿠시마 사고로 드러난 원전 안전의 취약점을 강화하기 위해 1조1천억여원을 들어 56개 안전강화대책 과제를 수립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전강화 대책 예산은 애초 발표의 약 40%인 4542억원으로 축소됐고, 이 가운데 4488억원만 집행됐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총 268억원이 편성된 한울 1발전소 제2보조급수저장탱크 설치 사업은 아직 54억원이 미집행된 상태다.
반면 일본의 후쿠시마 후속대책 비용은 처음에 2.7조엔(한화 약 28조원)으로 산정됐으나 지난 1월 기준 5.7조엔(한화 약 60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 교도통신이 일본의 11개 원전 운영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보도한 것을 보면, 11개 사의 후쿠시마 후속 안전대책 비용 전망치는 지난해 7월 기준 최소 5조4천억엔에서 지난 1월 기준 5조7790억엔으로 늘었다. 이 금액은 11개사가 2013~2018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27개 원전의 재가동 심사를 신청하면서 예상했던 안전대책비 2조7345억엔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테러 공격에 대비한 추가 대책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이 금액에는 일부 운영사의 테러대책 비용이 빠져 있어 실제 안전대책비 총액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공개된 것만으로 비교해도 일본 원전 1기 평균 후쿠시마 후속 안전대책비는 약 2천억엔(한화 약 2조원)으로 계산된다. 결국 한국 24기 원전 전체 후쿠시마 후속 안전대책비가 일본 원전 1기 평균 안전대책비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제출된 자료를 보면 기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임에도 예정된 56개 과제 중 54개 과제의 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대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결과보고서가 부실해 후속대책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검증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발생한 체르노빌·자포리자 원전 점령, 울진 산불로 한울 원전의 외부 전원이 차단되며 발생한 비상디젤발전기 가동 등의 사건사고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지만 테러,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나라 원전의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국제적인 원전 안전 기준 상향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예산 반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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