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유럽 18개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를 앞질렀다. 한 전시회에서 관객들이 전기차를 둘러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UPI 연합뉴스
한국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면 2050년까지 일자리 5만7000개가 추가로 만들어진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전기차 이용에 따른 연료비 감축이 가계 소비 증가로 이어져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의 고용 창출을 이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24일 ‘한국 탈내연기관 정책의 경제 환경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는 경제 상황을 추정해봤다. 4가지 시나리오는 자동차 판매 비중이 지속되는 경우, 정부 정책대로 2030년 신차 33%를 전기·수소차로 판매하는 경우,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0년과 2035년까지 각각 중단하는 경우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내연기관차’를 빠르게 달성할수록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다.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면 지금의 자동차 판매 비중을 유지할 때와 비교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0.26% 증가하고 5만7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판매 중단 시점을 5년 더 앞당기면, 2050년 국내총생산이 0.27% 늘고 일자리는 5만9000개가 창출된다고 전망됐다. 내연기관차 비중이 줄면서 화석연료 의존도도 개선된다. 2035년-2030년 판매 중단 시나리오별로 2050년 석유 수입이 각각 40.2%, 40.5% 감소한다.
연구진 또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과 공정 자동화 영향으로 자동차 부문의 고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하지만 전기차 부품 제조 과정에서 일자리가 일부 늘고 차량 소유·유지비 감소가 다른 분야의 소비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전체 일자리 증가를 전망한 배경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연료비도 줄면서 내연기관차 이용 때보다 더 커지는 가계소득 여유분이 전제됐다. 이를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소비에 나서면서, 서비스업과 기타 제조업 분야의 고용 증가를 유발해 자동차 분야의 일자리 감소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 전기차를 확대하면 국내총생산과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2030년이나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효과에는 못 미쳤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은 현재와 같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에 비해 0.19% 증가하고 일자리는 2만5000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수입량은 19.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당선자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을 공약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탈내연기관’의 구체적 로드맵을 그리지 못한 현대자동차와 부품회사들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일자리 감소에 대해선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구진은 “저탄소 전환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자동차 업계의 공정 자동화 추세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적인 저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폐지되는 기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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