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원전 수소제거장치 성능시험 중 불…수출 원전에도 설치 ‘안전성’ 우려

등록 2022-03-28 16:15수정 2022-03-28 17:39

22일 KNT사 제품 원자력연서 시험 중 불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수소폭발 방지용으로
동일 제품 신한울 1호기 등 7개 원전에 장착
아랍 수출 원전에도 달아 안전성 의문 제기
원안위, 시험 조건부로 신한울 1호기 허가
신한울 1호기 본격 가동에도 차질 가능성
경북 울진에 지어진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원안위는 지난해 7월 격납건물 안에 장착된 수소제거기의 성능 시험을 해 이번달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운영허가를 내줬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에 지어진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원안위는 지난해 7월 격납건물 안에 장착된 수소제거기의 성능 시험을 해 이번달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운영허가를 내줬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요청으로 지난 22일 원전용 수소제거장치의 성능 시험을 하던 중 장치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사실은 원안위의 시험점검소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시험에 입회한 하정구 원안위원이 25일 열린 원안위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보고해 알려졌다.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로 불리는 이 장치는 중대사고 때 원자로에서 발생해 격납건물 내부를 채우게 될 수소를 전력 공급 없이도 제거하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수소폭발 사고에 대비해 국내외에서 건설하는 신규 원전은 물론 모든 기존 원전에 이 장치를 설치했다.

하 원안위원은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소 농도 8%에서 수소 제거율을 보기 위한 실험이었는데, 이번에 대략 7% 농도에서 화재까지 일어나 중도에 실험을 중단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격납용기 안에서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화재가 격납용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과 관련해 하광순 원자력연구원 지능형사고대응연구부장은 25일 원안위 회의에서 “장치 안에 있는 네임택(모델명 등 표시)이라든가 불연성이 아닌 재질에서 불이 붙어서 연소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화재 확산 가능성을 평가하는) 그런 부분은 원자력연구원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의 성능 시험 중 불이 난 장치는 지난달 두 차례 진행된 시험에서도 불꽃이 튀는 현상이 관찰됐다. 당시 시험 환경은 수증기 농도가 낮은 ‘건식’ 조건이어서 중대사고 때의 격납건물 안 상황을 제대로 모사하지 못했다. 반면 최근 시험은 중대사고 때의 격납건물 안과 유사하게 수증기 농도를 높인 습식 조건에서 진행됐다. 시험 조건을 실제 사고 상황과 가깝게 맞추자 오히려 발화 현상이 더 강해지면서 장치의 안전성과 원전사고 예방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원자력기술(KNT)에서 제작 공급한 이 장치는 국내 원전 7곳은 물론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원전에도 장착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특히 지난해 조건부 운영허가를 받은 신한울 원전 1호기에도 장착돼 있어 신한울 1호기의 본격 가동 계획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안위는 지난해 7월 한수원에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내주면서 “설치된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에 대해 수소제거율과 촉매이탈 등의 실험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실시해 2022년 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시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런 조건을 붙인 것은 한수원이 또다른 제작사의 제품을 2018년 독일의 전문기관에 보내 시험하던 중 촉매가 분리되며 불꽃이 이는 현상이 나타난 사실이 지난해 초 공익제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의 부대조건인 수소제거장치 시험 최종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한수원은 25일 원안위에 이달말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위원 사이에는 한수원이 원안위의 운영허가 조건을 어긴 것이어서 운영허가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안위 회의 당시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안전성을 확인해 조치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 떼내든가 안전성이 확인된 다른 제품을 붙이든가 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조치가 안 된다면, 그것이 우리의 결론적인 허가 조건이기 때문에 원안위 회의에서 심의를 해서 허가 취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지금은 그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안전성을 확인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한수원의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조건 이행 여부에 대해 다음달 8일 열리는 원안위 회의에서 심의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몸통 잘려 몸부림치는 랍스터, 왕관 씌워 14만원에…“사이코인가” 1.

몸통 잘려 몸부림치는 랍스터, 왕관 씌워 14만원에…“사이코인가”

최재영 요청 ‘김건희 명품백’ 수심위 개최…2주 전과 다른 판단? 2.

최재영 요청 ‘김건희 명품백’ 수심위 개최…2주 전과 다른 판단?

불법 합병 탓 수천억 손실... 국민연금, 이재용·삼성물산에 소송 3.

불법 합병 탓 수천억 손실... 국민연금, 이재용·삼성물산에 소송

“플라스틱 재활용 신화 거짓말”…캘리포니아 주정부, 엑손모빌 고소 4.

“플라스틱 재활용 신화 거짓말”…캘리포니아 주정부, 엑손모빌 고소

‘흑백요리사’ 안성재, 일식당 관둔 사연 “이치로가 죽여버리겠다고…” 5.

‘흑백요리사’ 안성재, 일식당 관둔 사연 “이치로가 죽여버리겠다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