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가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와 산업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녹색당 제공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활동가들이 지난해 10월 포스코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혐의로 다음달 11일 재판을 받는다. 지난 1월 청년 기후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조형물에 스프레이를 뿌렸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또 다른 ‘기후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영업의 자유와 환경권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앞서,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활동가 4명은 지난해 10월6일 포스코 주최로 열리고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수소환원제철포럼’ 행사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은호 기후정의위원장과 이상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기습적으로 단상에 올라 산업계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했다가 1분 뒤 현장 직원에 의해 끌려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위에 참여한 두 사람과 현장에 동행한 김영준 활동가, 한사 활동가에게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300만원의 벌금을 물라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활동가들은 이에 불복하는 의미로 정식 재판을 다시 청구했고 다음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린다.
이들은 기후위기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환경권과 생명권, 건강권 등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항의였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지난해 10월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 정부의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엔디시) 제출을 앞둔 때였다. 당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긴박한 상황이었으나 포스코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고 이를 감독할 산업부는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은 주거침입과 업무방해라는 단순한 형사 사건일 수 없다”며 “기후위기라는 역사적 사태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다루는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호텔에서 열린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포럼 행사장에서 녹색당 활동가들이 발언하다 행사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녹색당 제공
김 활동가는 “행사장에서 1분 정도 평화롭게 발언을 하다가 끌려 나왔다. 그런데도 주거침입과 업무방해의 죄목으로 벌금을 각각 300만원씩, 총 12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총 온실가스의 13%나 배출하는 기업은 왜 처벌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정부와 산업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늘고 관련 시위가 활발해지면서 ‘기후저항 시위’가 법원의 판단을 받는 사례는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지난 1월19일에는 이 위원장과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가 두산중공업 본사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 방일수 판사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과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이 위원장과 강 대표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한 두산중공업의 그린워싱을 비판하며 본사 신사옥 앞 영문 로고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칠했다. 재판부는 “공익에 헌신해도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집시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관련 기사 ▶수성 페인트 칠하고 지웠지만…기후청년활동가들 1심 벌금형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8080.html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