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스텔라 매카트니가 오는 8월 출시할 예정인 버섯가죽 핸드백. 스텔라 매카트니 제공
포도가죽 신발, 선인장가죽 장갑, 콤푸차가죽 재킷, 버섯가죽 가방 등등. 세계 패션업계가 기후변화 극복에 보탬이 되는 동시에 동물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식물성 가죽제품 생산에 유행처럼 나서고 있다.
패션업체 ‘듄런던’은 9일 새로운 지속가능한 운동화 브랜드 ‘레린스’를 이번주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신발은 와인을 양조하고 남은 포도 껍질로 만든 가죽 소재로 생산한 것으로 가격이 20만원짜리도 있다.
듄런던은 “기존 폐기물을 재사용해 이득을 낼 뿐더러 목축업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온실가스 배출, 삼림벌채, 동물복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듄런든은 레린스를 출시함으로써 올버즈, 에르메스, 리포메이션, 스텔라 매카트니 등 식물성 가죽 대체품으로 생산하는 패션업계의 새로운 급성장 트렌드에 합류했다.
패션업체 스텔라 매카트니도 오는 8월 포도가죽 신발과 핸드백을 선보이고, 연말께는 버섯 뿌리 구조인 균사체로 만든 버섯가죽 가방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버즈는 식물성 기름과 천연고무로 만든 첫번째 식물성 가죽 신발을 적절한 시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패션업체 듄이 이번 주 출시한 포도껍질로 만든 가죽 신발. 듄 제공.
대체육에도 콩고기와 배양육, 미생물단백질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듯이, 패션계도 식물성 가죽에만 전력하고 있지 않다.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패션 브랜드를 소유한 케어링은 실험실에서 만드는 ‘랩그론 가죽’ 스타트업인 비트로랩스에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거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동물 가죽을 본따기 위해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랩그론 가죽은 기존 가죽만큼 튼튼하고 내구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자선단체인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의 니콜 롤링 회장은 지난해 동물성 소재를 대체하는 직물을 위해 9억8천만달러(1조2400억원)의 자금이 조성됐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하지만 식물성 가죽 대체품은 소가죽의 내구성과 경쟁하기 어렵고 제품 수명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패션업계는 내구성 향상을 위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우레탄(PU) 코팅을 미봉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매카트니와 레린스는 수성폴리우레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반면 올버즈는 100% 식물가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물성 가죽에 플라스틱 코팅을 사용하면 제품의 생분해성이 훼손되기에 식물성 가죽 산업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롤링은 “식물성 가죽에 석유화학 제품을 사용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