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게티이미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2030년 재생 에너지 목표를 지난해 제시한 40%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 에너지 확충과 에너지 절약, 화석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등을 통해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18일(현지시각) ‘리파워이유(REPowerEU)’로 명명한 이런 내용을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리파워이유는
지난해 7월 발표한 ‘핏포55(Fit for 55)’를 러시아산 에너지 독립에 초점을 맞춰 강화한 것이다. 핏포55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55% 줄이기 위한 정책 패키지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40%로 잡았다.
집행위는 이날 “재생 가능 에너지는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이며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수입에 대한 필요성을 줄인다”며 유럽연합의 2030년 목표를 40%에서 45%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핏포55에서 제시한 1067기가와트(GW)에서 1236GW로 늘려야 한다. 집행위는 특히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공공건물에는 2025년까지, 신축 주거용 건물에는 2029년까지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리파워이유의 청정 에너지 계획에는 이 밖에 수소와 바이오메탄 가스 생산 확대 계획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집행위가 지난 2월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바 있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확대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집행위는 “에너지 절약은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며 깨끗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에너지 효율 목표도 지난해 7월 제시한 9%에서 13%로 높였다.
집행위는 리파워이유 계획 이행에 2030년까지 3000억 유로(약 400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기에 화석 연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도 포함시켰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의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사이에 비판이 제기됐다. 계획 발표 직후 그린피스가 낸 논평에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운동가 실비아 파스토렐리는 “더러운 연료원을 또 다른 더러운 연료원으로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집행위의 계획은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에 계속 자금을 대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이날 발표한 계획은 유럽의회와 27개 회원국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