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가동이 정지된 프랑스 아르덴 지역의 쇼즈 원전.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누벨-아키텐 지역 시보 원전의 비상 냉각시스템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같은 설계로 지어진 쇼즈 원전도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처로 가동을 정시시켰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가동 중 원전 56기중 12기가 비슷한 결함 조사를 위해 정지된 상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내 원전의 비상냉각시스템 배관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당국에서도 자국 원전의 유사한 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확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해 12월 중부 누벨-아키텐 지역 시보 원전 1호기 원자로 비상냉각시스템 용접부에서 균열이 발견되자 다른 원전들로 점검을 확대했다. 비상냉각시스템은 원자로의 주냉각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원자로 노심을 냉각시켜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설비다.
이후 점검 과정에서 아르덴 지역의 쇼즈 원전 1호기,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펜리 원전 1호기 등 다른 원전에서도 비슷한 결함이 잇따라 발견됐다. 프랑스전력공사의 이달 중순 발표를 보면 프랑스전력공사는 시보 1호기, 쇼즈 1호기, 펜리 1호기 원자로 배관에서 채취한 샘플 분석을 통해 배관 용접부 응력부식의 존재를 확인했다. 응력부식은 소재에 가해지는 외력에 저항하는 응력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식 현상으로, 심하면 균열과 소재의 파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달 중순 현재 12개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초음파 검사, 파이프 샘플 조사, 디지털 용접 시뮬레이션 연구 등을 통해 응력부식 전파 속도를 분석하고 수리를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제출된 회의 자료를 보면, 미국도 자국 내 원전에 유사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프랑스 노형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의 노형을 가져다 약간 변형을 시킨 것이어서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난주까지 사전 분석을 하고 정밀 조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프랑스형 원전으로 한울 1호기와 2호기 등 2기가 1980년대 말부터 가동 중이다. 둘 다 프랑스 원전업체인 프라마톰이 지은 원전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울 1·2호기가 프랑스 노형이지만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프랑스화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도 같다. 국내 원전은 월성 원전 빼고는 모두 웨스팅하우스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한울 1·2호기가 프랑스형이고 웨스팅하우스를 기본으로 했지만, 둘의 기술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배관이라도 재질은 다르다”며 “프랑스전력공사 쪽 조사 결과를 보고 검토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직 자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추후 프랑스의 근본 원인분석 결과나 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미국 등의 동향을 검토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